[미디어펜=석명 기자] '미스터 션샤인'이 제목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닐까, '미스 션샤인'으로. 

tvN 주말 대작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극본 김은숙, 연출 이응복)에서 여주인공 김태리가 극 초반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남자 주인공 이병헌은 물론 '서브 남주'에 해당하는 유연석과 변요한이 모두 김태리와 이리 얽히고 저리 얽힌 '남녀 관계'다.

   
▲ 사진=tvN '미스터 션샤인' 캐릭터 포스터


김태리는 '미스터 션샤인'에서 조선말 격변의 시기를 살아가는, 강단 있고 시대적 소명에 불타면서도 매력적인 애기씨 고애신 역으로 열연 중이다. 독립투사 활동을 벌이던 부모(진구 김지원 분)를 갓난아기 때 잃고, 양갓집 규수로 평범하게 살아가기를 거부하며 직접 총포술을 익히고 외래문물을 받아들이며 시대의 적들과 싸워나가는 인물이다. 

이런 김태리의 주변에 등장하는 남자들이 하나같이 심상찮다. 

우선 이병헌. 종의 자식으로 태어나 눈앞에서 부모가 양반의 횡포로 죽는 것을 목격하고 미국으로 도망가 미군 장교가 되어 다시 조선으로 돌아온 비운의 인물 유진 초이를 연기하고 있다. 부모의 원수를 갚아야 하고, 자신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겼지만 연민의 대상이기도 한 조국을 미국인 장교 신분으로 대해야 하는 복잡한 인물이다.

그런 이병헌이 김태리와 매우 극적인 첫 만남(둘 다 저격수로 공통의 적을 처치하다 마주침) 후 서로의 입장 차로 갈등하지만 운명적인 끌림으로 조금씩 다가서고 있다. 김태리는 이런 이병헌에 대해 "적인가 아군인가" 혼잣말을 하며 내면의 혼란에 휩싸인다.

   
▲ 사진=tvN '미스터 션샤인' 캐릭터 포스터


다음으로 유연석. 사람 대접 못받는 백정의 자식으로 태어나 역시 부모의 처참한 마지막을 보고 도망쳐 일본 자객 패거리의 우두머리가 돼 돌아온 구동매 역을 연기한다. 어린 시절 도망을 칠 때 애기씨 김태리의 도움을 받았고, 양반에 대한 태생적 반감 속에도 김태리를 남몰래 연모하는 인물이다.

유연석은 다시 만난 김태리에게 자신의 달라진 신분을 과시(?)하지만 매몰찬 태도의 김태리에게 "아직도 난 백정으로밖에 안보이는 것이오"라며 항변했다. 이런 유연석에게 김태리는 "백정이어서가 아니라 변절자라서"라는 차가운 말을 내뱉으면서도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유연석의 처지를 안타까워한다.

끝으로 변요한. 양반 대부호의 손자로 태어나 10년간 한량같은 일본 유학을 다녀온 김희성 역을 연기하고 있다. 이병헌의 원수의 자식인데, 김태리와는 집안끼리 정혼한 사이다.

변요한은 아직 김태리와 본격적인 스토리(?)는 만들지 못했다. 15일 방송된 4회 마지막 장면에서 그저 정혼녀 얼굴이라도 한 번 보려고 꽃다발 한 묶음 들고 찾아갔다가 김태리에게 첫눈에 반하는 모습을 보였을 뿐이다. 새로 등장한 남자 변요한에게 김태리는 또 어떤 반응을 보일까.      

어수선한 사대 상황 속 각자 신분과 처한 위치가 다른 세 남자가 김태리에게 눈길을 보내고 있다.

김태리 혼자 이 세 남자를 어떻게 다 감당할까. 참고로, 남자 주인공 이병헌은 김태리 외에 글로리 호텔 여사장 쿠도 히나 역 김민정의 뜨거운 눈길을 받고 있다. 상대해야 하는 이성이 2명으로 김태리보다는 한 명 적다. 

물론 이 드라마는 로맨스로만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열강들이 이권을 위해 총칼을 앞세워 조선으로 몰려드는 긴박한 시대 배경이 있고, 주인공들은 그 속에서 자신의 삶이나 대의명분이나 나라를 위해 각자 해야 할 일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김은숙 작가의 전작인 '태양의 후예'나 '도깨비' 등으로 유추해볼 때 사랑 얘기는 드라마의 주요 축이 될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 실제 극 초반 흐름은 주연급 남녀들의 관계도 형성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드라마 출연이 처음인데다 길지 않은 연기 경력에도 김태리는 영화 '아가씨'·'1987'·'리틀 포레스트' 등 많지 않은 작품 속 다양하면서 개성 뚜렷한 배역을 소화했다. 이 세 영화의 캐릭터를 합한 것보다 더 복잡다난한 고애신 역으로 연기력을 뽐내고 있는 김태리가 세 남자와 함께 어떤 '미스 션샤인'을 만들어갈 지 흥미롭게 지켜볼 만하다.

[사족]김태리에게는 든든한 조력자가 있다. 늘 곁에 따라다니며 맛깔나는 사투리 연기로 일찌감치 신스틸러로 자리잡은 함안댁(이정은 분)이다. 김태리가 홀로 감당하기 버거운 상황에 내몰리더라도 함안댁이 눙치는 연기로 적당히 넘겨줄 것이란 기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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