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신과함께-인과 연'서 저승 삼차사 리더 강림 역 맡아
"'신과함께2', 1편보다 훨씬 좋아…드라마 완성도로 승부"
"감독으로서 강박감 내려놓았죠…결과물 아닌 과정에 집중할 것"
[미디어펜=이동건 기자] 많이 여유로워진 모습이었다. 기대와 긴장이 뒤섞인 채 취재진을 대하던 작년의 얼굴과 비교하면 꽤 편안한 표정이 됐다. 이제 '신과함께'는 영화라는 장르를 넘어 하나의 프랜차이즈가 됐다는 걸 본인도 알고 있을 테다. 그래서 이날 인터뷰 자리는 어색한 포장 없이 더욱 진솔한 하정우의 이야기로 가득 찼다.

"1부 인터뷰 때는 2부 이야기까지 할 수 없었는데, 그러다 보니 1편의 내용만 갖고 강림을 이야기하기가 부족했어요. 이번 작품은 천 년 전 삼차사의 관계가 흥미로운 것 같아요. 삼차사의 관계가 강림이라는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는 가장 중요했고, 새 캐릭터인 성주신에게도 드라마를 할당해야 하는데, 김용화 감독님이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선택하고 교차시킨 것 같아요."


   
▲ '신과함께2'의 배우 하정우가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신과함께-인과 연'은 환생이 약속된 마지막 49번째 재판을 앞둔 저승 삼차사가 그들의 천 년 전 과거를 기억하는 성주신을 만나 이승과 저승, 과거를 넘나들며 잃어버린 비밀의 연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지난 27일 '신과함께-인과 연'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하정우는 1440만 관객의 사랑을 받은 전작의 흥행을 떠올리며 이번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전 2편이 훨씬 더 좋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시나리오를 봤을 때 드라마가 더 완성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1편만 잘 넘기면 2편이 개봉했을 때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기대 이상으로 1편이 너무 잘 돼서 1편과 싸워야 할 상황이 됐네요."

'신과함께-인과 연'은 저승 삼차사 강림(하정우), 해원맥(주지훈), 덕춘(김향기) 사이에 숨겨졌던 비밀은 물론 눈물샘을 무한 자극했던 수홍(김동욱)이 저승에서 펼치는 활약이 그려진다. 또한 쿠키 영상만으로 '원작과 싱크로율 100%'라는 수식어를 얻어낸 이승의 새로운 얼굴, 성주신(마동석)의 사연도 담겨 한층 더 풍성한 이야기가 탄생했다.

"세 가지 줄기의 이야기가 한 곳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에 이승과 저승, 과거를 섞어놓아도 무리가 없었던 것 같아요. 뿌듯함을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신과함께'가 해외에서도 사랑받고 있다는 거죠. 1, 2편을 동시 촬영한 것과 한국에서 판타지물이 가능한지에 대한 우려가 있었는데, 성공 사례를 보여준 것 같아 뿌듯해요."

벌써 3, 4편 제작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는 걸 보면 김용화 감독도 배우들도 '신과함께'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듯하다. 이에 후속작에도 출연할 의향이 있는지 묻자 하정우는 한 치의 고민 없이 "출연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아이언맨'과 '어벤져스' 시리즈에 계속 나오듯 배우가 어떤 작품을 통해 관객들과 꾸준히 만날 수 있는 건 좋은 일이 아닐까 싶어요. 비슷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저희 아버지(김용건)는 22년 동안 '전원일기'를 하셨잖아요. 저도 그렇게 된다면 되게 재밌을 것 같아요. 시간의 흐름이 한 캐릭터에 담긴다는 게 배우에겐 엄청난 추억이니까요. 개인의 역사가 담긴 거니까." 

특별 출연에도 드라마의 큰 축을 담당했던 이정재의 노고를 떠올리며 "3, 4편은 이정재 형을 주연으로 해야 한다"는 멘트도 덧붙였다. 이정재와 함께 저승 세계 이곳저곳을 누비며 구슬땀을 흘렸던 하정우. 촬영을 마친 뒤에는 어떻게 지냈을까.

"쭉 쉬었어요. 제일 큰 건 피렌체 영화제에 초청받은 김에 서유럽 배낭여행을 했죠. 로마, 나폴리, 시칠리아, 피렌체, 바르셀로나, 런던까지 돌고 왔어요. 하와이도 갔다 오고. 시간이 언제 날지 모르니까 틈 나는 대로 가야 돼요.(웃음)"

'백수가 과로사로 쓰러진다'는 말이 공감됐단다. 하정우는 "일이 있으면 절제하면서 노는데, 스케줄이 없으니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돌아다녔다"면서 "한 달간 배낭여행을 다녀오니 와인을 못 마시겠더라. 너무 많이 마셨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전 원래 여행을 가면 한 군데에 짱박혀서 동네의 일상을 즐기는 걸 좋아하는 사람인데, 시간을 내서 오니 안 해본 걸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로마는 볼 곳도 많잖아요. 주위가 다 박물관, 미술관이니까. 많이 돌아다녔고, 이 경험들을 그림으로 연계해서 그려야겠다 마음 먹었죠."


   
▲ '신과함께2'의 배우 하정우가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평소 영화 작업 틈틈이 그림을 그려온 하정우는 2010년 첫 개인전을 열고 미술가로서도 활동에 나섰다. 지난 11일부터는 서울 광화문 표갤러리에서 개인 전시회 '하정우: VACATION'을 열고 있다. 이번 여행 역시 단순한 휴가가 아니라 자신에게 영감을 주는 일종의 유학이라고 생각했다.

"아주 짧지만 이건 유학이라는 생각으로 많이 돌아다녔어요. 트레비 분수처럼 유명한 관광지는 밤낮으로 발 디딜 틈이 없기 때문에 새벽 6시에 일어나자마자 가고요. 스페인 광장, 이탈리아 통일 50주년 기념관, 베드로 성당 이런 곳을 산책하듯 다녔어요."

하정우는 그림을 그리며 삶의 질이 달라짐을 몸소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감정을 가졌는지 이해하면 배우로서도 표현 범위가 넓어진다는 그에게 예술 활동은 삶의 자양분이었다.

"연기에는 제 지분이 몇 %씩 들어가지만 그림은 온전히 저인 거잖아요. 그림을 그릴 땐 마음의 엑스레이를 찍는 기분이 들어요. 사람들이 제 그림을 보고 '너 이랬어?' 하고 던지는 이야기에 '내 감정이 이렇구나', '내 무의식의 세계가 이렇구나' 하고 알게 될 때가 있어요. 이런 것들이 연기할 때도 자신감을 갖도록 도움을 주는 것 같아요. 내 자신이 모호한 상태에서 연기를 하는 것과 날 알고 연기하는 것은 굉장히 다른 거죠."

하정우는 "연기라는 건 시나리오상 캐릭터와 디렉션에 따라 정해지는데, 선 밖으로 벗어나는 게 아니라 선 안에서의 깊이와 밀도를 채우는 게 배우의 일이다"라며 "그래서 그림을 그릴 때도 어떤 캐릭터를 만들어내며 그 안에서의 표현을 하는 데 신경을 쓰는 게 아닐까 싶다"고 작품관을 밝히기도 했다.


   
▲ '신과함께2'의 배우 하정우가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팔방미인이란 하정우를 위해 준비된 단어 같다. 이젠 영향력 있는 미술가로서 자리매김한 하정우, 그를 영화 연출자·제작자라는 꼬리표와도 떼어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차기 연출작으로 언론사 기자를 다룬 케이퍼 무비를 내세울 하정우는 이 작품을 통해 감독으로서 한 단계 더 성숙해질 것이라 자신했다.

"원래는 코리아타운 이야기를 준비하다가 어떤 이야기를 듣고 바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이야기는 기자의 시점으로 풀어가면 재밌겠다 싶었고요. 기자라는 직업군은 많은 사건을 다룰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야기의 변주와 성장을 충분히 이뤄낼 수 있는 집단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세 번째 영화를 통해 감독으로의 정체성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지난해 12월부터 신작의 시나리오를 준비했고, 이번 주면 초고가 나온다. 하정우는 촬영에 돌입하는 2020년까지 시나리오를 수정·발전시키고, 그동안 작품 활동에 성실히 임할 예정이다. 배우, 미술가, 연출자, 제작자까지 하정우가 이토록 열정적인 삶을 사는 원동력은 무엇일지 궁금해졌다.

"영화가 좋아서요. 매번 나오는 신작들을 보고 자극과 힘을 받아요. 제게 가장 힘을 줬던 영화는 '쓰리 빌보드'였는데, 너무 감사했어요. 이런 좋은 영화를 보고 에너지를 받고 동력이 생긴다는 게. 딱 제 코드였고,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굉장히 입체감 있는 캐릭터들이 아이러니한 상황 속 엉뚱한 대사를 치거든요. 삐딱하게 굴던 밀드레드(프란시스 맥도맨드)가 윌러비(우디 해럴슨)의 피 토하는 모습을 보고 '괜찮아 베이비'라고 얘기하는데, 변주하는 모습은 그 영화만이 담아낼 수 있는 빛나는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밀드레드를 좋아하는 제임스(피터 딘클리지)도 너무 매력적이잖아요. 어떻게 저런 캐릭터를 세팅했을까, 놀라움의 연속이었어요. 절 정신 차리게도 해주고, 제겐 에너지를 주죠. 그런 것들이 제겐 자극이 돼요."

영화 이야기라면 듣는 이들도 기분 좋게 흥분하는 하정우는 여전히 젊은 가슴을 가진 시네필이었다. '군도'(2014), '허삼관'(2015) 등 기대했던 작품들이 흥행에 실패하며 쓰라린 좌절도 맛봤지만, 이를 기점으로 도약하고 더욱 성장했다. 성공이 아닌 과정과 그 땀방울의 가치를 논하는 그이기에 영화인 하정우가 걷는 길을 응원하고 싶다.

"'군도', '허삼관'이 연속으로 기대했던 것에 미치질 못했는데, 그게 터닝 포인트가 됐어요. '허삼관'은 연기, 연출을 동시에 했던 작품이기 때문에 결과물을 받아들였을 때 세 배 네 배 더 자극이 됐죠. 그 때 더 추스르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마음을 먹었어요. 기본에 더 충실해야겠다. 그러면서 되게 많이 편해졌어요. 그 때 '암살'을 찍었고, '아가씨'부터 정신을 바짝 차리고… 전 주연배우로서 감독님과 사전에 이야기를 많이 하거든요. 그런 것들을 더 부지런히 하고 아이디어가 있으면 스스럼없이 얘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경험으로 팀에서 서포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또 두 번째 연출작까지는 감독으로서의 강박감이 강했는데, 이젠 되게 편해요. 결과를 먼저 생각하지 않고 과정에 집중하고 천천히 다가가자는 생각이에요."


   
▲ '신과함께2'의 배우 하정우가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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