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유진 기자] 인터넷전문은행의 족쇄로 작용하고 있는 은산분리가 조만간 규제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주재로 지난 7일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규제 혁신 현장 방문' 행사에 문재인 대통령까지 참석하며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촉구했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정부, 금융권은 청와대 주재로 7일 오후 2시 서울시청에서 '인터넷전문은행 규제 혁신 현장 방문' 행사를 열었다.
현장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최종구 금융위원장,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유영민 과학기술정통부 장관,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 박원순 서울시장,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 민병두 정무위원장, 인터넷전문은행 임직원 및 고객, 소비자단체 등이 참석했다.
행사서 문재인 대통령은 "은산분리라는 대원칙을 지키면서 인터넷전문은행에 한정해 혁신 IT 기업이 자본과 기술투자를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가 직접 나서서 입법으로 인터넷은행의 성장을 뒷받침해줄 것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에 시민들의 기대감도 고조된 듯 보였다.
현장에서 만난 서울시민 A(35세·여)씨는 "기존까지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가 은산분리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다는 언론 보도를 자주 접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까지 와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과를 점검하는 걸 보면 관련 법안이통과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금융당국의 성과 평가와 계획도 발표됐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의 1년간 성과를 평가하며 "고객수 700만명, 총 대출액 8조원을 바라볼 정도로 커다란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한 뒤 "규제개선과 경쟁을 통해 보다 큰 혜택을 국민과 금융소비자에게 되돌려주는 것이 금융혁신의 목표다"고 강조했다.
향후 금융위 차원에서 관련 산업 발전 정책을 추진하고 금융혁신 관련 법안들의 입법 논의에 적극 협조할 계획을 밝혔다.
규제 개선에 따라 혁신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겠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고령층이나 장애인과 같은 금융소외계층의 이용 편의성도 약속했지만 아직까지는 한계점이 더 커 보인다.
인터넷은행의 주 고객층은 대부분 2030세대 위주다.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자사 고객의 연령층은 20~30대가 64.3%로 50대 비중은 11% 중반에 그친다.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은 이용을 하지 않아 편차가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 현장서 일부 고령자들은 은행권의 모바일 뱅킹에 대해서도 불편함을 호소했다.
케이뱅크 부스 앞에서 휴식을 취하던 양천구 시민 C(73세)씨는 인터넷전문은행을 알고 있냐는 질문에 "처음 들어본다"며 "기존에 모바일 뱅킹(시중은행)을 이용하려고 시도한 적은 있지만 방식이 복잡하고 실패했다는 메시지가 자꾸 떠 아예 포기했고, 은행에 직접 가 업무를 보는 게 속편하다"고 말했다.
금융 혁신 면에서는 기존 은행의 모바일뱅킹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시민도 존재했다.
목동구 시민 D(30세)씨는 "요즘은 송금 업무를 볼 때 카카오뱅크를 활용하기도 한다"면서 "번호 몇 개만 누르면 금방 송금되니 간편하고 편리하지만 주거래 은행의 모바일 뱅킹도 비슷해 그쪽을 더 자주 이용한다다"고 말했다.
국회선 은산분리 완화 반대론자 모여 토론…정부 비판 목소리 높여
이날 규제 완화를 반대하는 이들은 오전부터 일찌감치 국회에 모였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관련 분야 학자들은 오전 9시 30분께 서울시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토론회를 열고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토론회에는 권영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대표,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고동원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백주선 변호사, 김경율 회계사, 정명희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정책실장, 조대형 입법조사처 금융공정거래팀 입법조사관 등이 참석했다.
현장에서 참석자들은 은산분리 규제 완화 시 총수 그룹 일가가 금융기관을 장악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놨다. 삼성이나 SK가 은행 경영권에 개입 시 자기계열사 거래를 부추기는 등 이해상충에 따라 금융기관이 재벌 일가의 사금고로 전환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행사를 주최한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과거 일어났던 동양사태 등을 통해 금융기관이 재벌기업의 사금고로 작용했을 때의 우려를 우리는 충분히 알고 있다"며 "은산분리는 건전한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그는 이어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출범한 지 1년 반 만에 자본확충이 어려워 혁신이 안된다는 말을 하고 있고, 혁신을 위해선 은산분리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은데 인가 과정에서 자본 능력이 제대로 심사됐는지 의심된다"고 덧붙였다.
발제자로 나선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은산분리가 중요한 건 총수 일가의 이해 상충 문제다"며 "예컨대 삼성이나 SK가 은행 경영권에 개입하게 되면 자기 계열사나 하청기관에 거래를 압박할 수 있는 레버리지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산업자본이 금융을 가질 때의 가장 큰 문제는 기업 문화 차원 상 규제를 준수하는 게 아니라 돌파하려고 할 것이다"며 "인가를 받을 때는 가만히 있다가 절차가 끝나니 영업 시작전부터 돈이 부족하다, 은산분리를 완화해달라는 인터넷은행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인터넷은행의 성과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모습을 보였다. 금융 혁신 측면에서 기존 은행과 상품 운영에 큰 차이가 없고 정부가 말하는 만큼의 일자리 창출 효과도 크지 않다는 주장이다.
백주선 변호사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하면 '메기효과'가 있다는 정부의 주장과 달리 새로운 금융 기법이 제시된 게 없다"며 "전산화에 따른 자동화로 비용절감이 되는 등 기술적 혁신은 있겠지만 여신(대출)으로 예대마진을 올리는 영업 방식은 기존 은행과 똑같다"고 비판했다.
이날 토론회의 경우 기존까지 은산분리 완화에 대해 반대하는 이들만 모여 한때 일부 매체의 시민 기자가 "공정하지 못하다"고 항의하는 소동이 일었다.
해당 지적에 권영준 교수는 "금융위원회에 패널 참석을 요청했지만 오후에 시청 행사가 있어 단 한명도 오지 못한다는 통보를 받아 정책기관은 자리에서 빠지게 됐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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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펜=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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