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유진 기자] 이동걸 KDB산업은행(이하 산은) 회장이 11일 자로 취임 1주년을 맞았다.
경상북도 안동 출신의 그는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으로 일한 뒤 노무현 정부 시절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과 금융연구원장을 지낸 인물이다.
문재인 대통령 대선 캠프에 합류해 경제정책을 고민하기도 하고, 대표적인 재벌 개혁론자로 꼽히며 과거 각종 언론 인터뷰와 칼럼 등을 통해 대기업 중심 경제구조의 개혁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정부의 부실 대기업 지원도 거침없이 비판해오면서 취임 직후 '구조조정계의 저승사자'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별명을 실감하듯 그는 지난해 9월 산은의 수장으로 오른 뒤 진행된 취임식에서 "국가 경제와 대상기업에 최선이 되는 판단 기준과 엄정한 원칙에 입각한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금호타이어, 한국GM, STX조선해양 구조조정 과정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면서 한계기업이 더이상 정치논리로 살아날 수 없다는 점을 정책금융 기관으로서 보여줬다.
그의 결단이 가장 빛났던 것은 당연 금호타이어 매각 건이다. 취임 첫달 그는 중국 더블스타로의 매각이 불발된 금호타이어로부터 자율협약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이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했으며, 우선매수청구권을 포기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뒤 2018년 4월 회사 측 노조를 설득해 더블스타에 금호타이어를 최종 매각시켰다.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을 졸업한 한계기업 중 하나로 '금호' 상표권 문제와 더블스타의 가격 인하 요구로 수년간 표류 상태에 놓여 있었다.
매각 불발 시 법정관리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아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고민도 컸던 상황이다.
금호타이어로 시작된 구조조정은 조선 산업의 정리로도 이어졌다.
지난 3월 정부와 산은은 성동조선에 대해서는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높다는 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법정관리를, STX조선해양에 대해서는 조건 부에 따른 회생을 약속했다.
조선산업의 경우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경쟁력이 악화되면서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 잔고가 잇따라 비어가는 위기에 처했다.
공적 혈세 투입에도 두 기업은 적자를 면치 못했고 결국 산은은 STX조선해양에 대해선 경영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법정관리를 시사했지만, 노사의 자구계획안 이행 약속에 따라 원칙에서 한 발 물러난 모습을 보였다.
조선업계의 구조조정 직후 일어난 '한국GM 사태'에 대해서는 경영 정상화 약속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올해 초 군산공장이 폐쇄됨에 따라 법정관리 직전까지 갔던 한국GM은 2대 주주인 산은이 7억5000만달러(한화 8000억원)의 자금 수혈을 약속하면서 가까스로 경영 정상화에 돌입할 수 있게 됐다. 정부와 미국 GM 본사는 지난 5월 한국GM을 정상화하는 방안에 최종 합의한 상태다.
구조조정 추진이 꼭 성공적이었던 것만은 아니다.
올해 초 산은이 대주주로 있는 대우건설은 호반건설에 매각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실사 과정에서 모로코 등 국외 사업장의 3000억원 추가 부실이 드러나 결국 매각이 무산되는 암초를 만났다.
매각 불발 때 산은은 대우건설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향후 주가 추이를 토대로 매각 적절 시기를 판단할 뜻을 밝혔지만 그 이후로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또 산은은 자신들이 채권단으로 있는 현대상선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오는 2023년까지 5조원을 투입할 예정으로 알려져 이 회장의 어깨가 한층 무거워진 상태다.
해운업계가 국제유가 상승과 원가 경쟁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상선은 2011년 이후 7년 연속 적자를 내고 있는 실정이라 정상화 되기까지란 어려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동걸은 지난해 열린 국정감사에서 "현대상선의 경쟁력을 빠른 시일 안에 회복시키는 데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규모 추가 자금 투입에도 경영 정상화가 실현되지 않을 경우 공적 자금만 낭비했다는 비판에 휩싸일 수도 있는 실정이다.
[미디어펜=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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