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유진 기자] 자본금 확충에 난항을 겪어 온 '케이뱅크'의 자금 조달 방식이 사실상 7대 주주에 의존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케이뱅크는 첫 예비 인가 당시 2~3년 내에 자본금 2500억원을 확충할 뜻을 밝혔지만 은산분리 규제 완화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했던 계획으로 보인다.
20일 미디어펜이 케이뱅크의 20개 주주사를 대상으로 '증자 참여 여부'를 확인한 결과 답변을 거부한 1개 주주사 외에 10개사는 증자에 참여, 9개사는 참여한 적 없던 것으로 답변했다.
7대 주주인 KT, 우리은행, NH투자증권, 한화생명보험, GS리테일, KG이니시스, 다날 등은 모두 참여했지만 소액주주 중에는 DGB캐피탈, 한국관광공사, 한국정보통신만 1차례 증자에 참여한 게 전부다. 나머지는 주주들은 경영상의 문제 등을 이유로 참여하지 못했다고 회신했다.
B주주사 관계자는 “최초 투자 유치에 참여했던 기업을 우선으로 사업이 추진된다는 이야기에 파트너쉽을 맺고자 주주사가 됐다”며 “증자 참여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금융주력자가 지분의 50%를 가져 주주사가 9곳에 불과한 카카오뱅크와 달리 케이뱅크의 주주 수는 20곳에 달한다.
문제는 주주사가 너무 많다 보니 매사 의견 합의가 어려운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 기업의 대부분이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으로 구성된 것도 추가 자본 조달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실제 소액 주주사 중 상당수는 파트너쉽을 맺고자 최초 투자에 참여했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도 있어 증자 참여가 애초부터 불가능했던 기업들도 존재했다.
A주주사 관계자는 “사업성에서 시너지를 내고자 주주로 참여하게 된 것 뿐이다“며 "현재 영위 중인 사업 외에 신규로 투자할만한 자본 여력이 없어 증자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케이뱅크가 주주 구성을 복잡하게 한 이유는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풀리는 것을 전제로 KT의 최대주주 자리를 확고히 하고자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 또한 최초 인가 심사 때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담은 '특례법' 통과를 전제로 케이뱅크 측에 사업계획을 추진해도 된다고 설명해 자금 조달 계획에서도 KT의 자본 확충이 우선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심성훈 케이뱅크 대표는 지난 2016년 12월 진행된 은행업 인가증 수요식에서 "2~3년 내에 2000억~3000억원의 자본금 확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이는 특례법이 통과되어야만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행히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통해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34%까지 높이는 '특례법'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큰 변수가 없는 한 통과가 유력해 향후 케이뱅크의 자본 확충에도 청신호가 떨어졌다. 그러나 법이 시행되기까지 상당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여 당장 내달 있을 증자에선 새로운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오는 10월 말까지 1200억원의 증자를 추진할 계획이다. 참여 가능사는 17개사로 3대 주주인 KT, 우리은행, NH투자증권은 이미 보통주 한도를 꽉 채워 추가 자금 조달이 불가능하다.
나머지 주주사들끼리 지분율에 비례해 증자에 참여해야 하지만 17개 주주사 중 5개사는 불참 의사를 밝히고 있다.
F주주사 관계자는 “최초 증자 참여 때 더 이상의 추가 자금 조달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한 뒤론 케이뱅크로부터 별도의 이야기가 오는 것은 없다”며 “아마 그쪽(케이뱅크)도 주주사들의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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