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꺾기 의심 거래 70만건…금융당국 제재는 21건
2015년 이후 꺾기 줄었지만 사실상 규제 완화해 감소
금감원, 의심 거래 알고도 위법 못잡나 안하나…
   
▲ 서울시 여의도 소재 금융감독원 전경/사진=금융감독원 제공


[미디어펜=박유진 기자] 올해 상반기에만 은행의 '꺾기' 의심 거래가 8만건에 달하면서 금융당국의 감독 방식에 실효성이 제기된다.

은행권의 꺾기 의심거래는 최근 4년간 주춤한 추세지만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의심 거래가 줄어든 영향에는 금융당국이 지난 2015년 꺾기 대상자를 대폭 축소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심 거래 건수에 비해 제재 현황이 극히 미미해 감독기관의 관리 감독이 '솜방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올해 상반기 국내 16개 은행이 취급한 꺾기 의심거래는 8만2918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금액으로는 4조3559억원 상당이다.

2015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누적 의심 건수는 69만2787건이다. 은행별로는 IBK기업은행이 29만9510건을 기록해 16개 은행 가운데서 가장 많았고 국민은행 10만1056건, 하나은행 7만1172건, 우리은행 5만9181건, DGB대구은행 3만2152건, 농협은행 3만109건, 경남은행 2만5798건으로 뒤를 이었다.

'꺾기'란 은행이 중소기업 등에 돈을 빌려주는 것을 빌미로 대출 30일 이전 예적금이나 보험, 펀드 가입 등을 강요하는 수법으로 위법 행위다. 현행법에 따르면 대출 실행 후 30일 이전 은행이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신용등급 7등급 이하에 상품 가입 등을 권유하면 꺾기로 규정돼 제재 대상이 된다.

예컨대 예·적금 등의 월수입 금액이 대출금의 '1%'를 초과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되고 7등급 이하 저신용자에게는 1%에 미치지 않아도 꺾기에 간주된다.

2014년까지는 기업의 대표뿐만 아니라 그 가족, 회사 등기 임원 등에서도 꺾기 감독 대상이 됐는데 기업들과 금융사의 애로사항이 빗발쳐 금융당국은 기업 대표에 한해서만 감독 대상자로 축소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후 은행뿐만 아니라 상호금융, 저축은행 업권까지 '꺾기' 규정을 적용하면서 의심 거래수가 급속도로 내려갔다. 연도별 꺾기 의심거래 건수는 2015년 22만7282건에서 2016년 20만3966건, 2017년 17만8621건으로 매년 2만건 이상 줄은 것으로 추정된다.

김병욱 의원이 이번에 발표한 꺾기 의심거래 금융사는 위법이 확인되지 않았다. 대출 실행 31~60일 사이에 은행이 보험이나 펀드 등을 가입한 사례를 바탕으로 의심 금융사로 추정한 것이다.

이번 자료에 대해 금융사들 또한 전면 반박하고 있다. 이번 수치는 의심 거래일뿐으로 꺾기 관행이 크게 줄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김병욱 의원실 관계자는 "자료 선정의 기준은 개별 은행이 금감원에 자체 신고한 의심 거래와 금감원의 감독 규제 내용에 따라 수집된 통계다"며 "대가성 여부는 검사 등을 통해 면밀히 밝혀야 하는 문제로 오차 범위를 제외하고서라도 절반 이상은 꺾기로 볼 수 있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결국 금감원이 직접 관리하고 있는 꺾기 의심거래 현황 수치를 외부에 공개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2015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의심 건수가 70만건에 육박하는 동안 국내은행이 제재를 받은 건수는 21건에 불과해 감독당국의 제재 수위에도 '공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정부는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를 막기 위해 은행권에 중소·개인사업자 대출 등을 주문해 '꺾기' 사례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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