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유진 기자] 금융권 최초 사내대학 'KDB금융대학'이 매년 신입생 충원에 실패해놓고 강사는 40명을 둬 혈세를 낭비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학생 수가 줄어들어 예산은 3년째 동결 수준이지만, 운영비 대부분이 40명에 달하는 직원 강사료로 지급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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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여의도 소재 KDB산업은행 본점 모습/사진=KDB산업은행 제공 |
13일 KDB산업은행과 KDB금융대학 측에 따르면 최근 2년간 KDB금융대학의 운영 실비는 2억8000만원 정도다. 금액 규모론 적은 비용으로 지난해 기준 전체 학생 수가 40명도 되지 않다는 점에선 절대 적지 않은 돈이다.
산은 측은 내년에도 이 학교의 예산을 2억5000만원 정도로 책정할 예정인데, 신입생 모집엔 실패해놓고 예산은 대폭 줄이려 하지 않아 문제가 제기된다.
정무위원회 소속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발표한 'KDB금융대학 입학 및 자퇴 현황’에 따르면 이 학교의 내년도 입학 예정자는 0명으로 예정돼 있다. '학사 운영을 위한 최소 인원 미달'로 인해 신입생 모집이 일시 중단됐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권은 극심한 취업난에 지난해까지 신입 채용은 물론이고 고졸 채용 인원마저 줄여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만 해도 고졸 인재가 2013년 55명에 달했다가 지난해 5명으로 대폭 축소됐다.
사내대학 대신 일반 대학을 택하는 고졸 행원들이 많아진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학교의 입학생 추이를 따져보면 2014년 48명, 2015년 11명, 2016년 21명, 2017년 9명에 불과하다. 전체 학생 정원은 160명이다.
'모집 미달' 사태가 반복되는 현상과 달리 교수진은 4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대부분은 사내 직원으로 지난해에만 겸임교수 24명을 포함해 행 내 시니어급 행원 40명이 시간강사로 활동했다.
이 학교의 학과는 오직 금융학과 1개에 수업 일수도 한 달 3~4회 정도다. 그러나 산은은 '전문성 있는 강의'라는 명목하에 1과목에도 3명의 교수를 각각 배치해 운영해왔다. 이들은 소수의 학생에 각각 돌아가며 강의를 진행한 뒤 근로소득 외 기타소득으로 강사료를 챙겨간 상황이다.
이에 대해 KDB금융대학 관계자는 "시간에 비례해 강사료를 지급하고 있어 이름만 유지한다고 보수를 주는 것은 아니다"면서 "학교 운영의 다양성을 위해 교수진 풀을 다채롭게 확보한 것이고 매년 그 숫자는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KDB금융대학의 강사료는 시간당 8만원 수준이라 고액 수준은 아니다. 다만 이 학교의 운영비의 경우 3억원 정도로 낮은 이유에 대해 학교 측은 운영비가 강사료로 지출돼 부담이 크지 않다고 설명해 운영 방식에 의문이 제기된다.
여타 기업들의 사례를 살펴봐도 40명에 달하는 내부 직원 강사는 특이사례라는 게 사내대학 운영 기업들의 대표적 주장이다.
사내대학을 운영 중인 S기업 관계자는 "요즘 신입생이 줄긴 했지만 한때 외부 강사 11명에 사내 직원 7명이 28개 과목을 맡아 강의를 진행했었다"며 "업무가 끝난 야간에 수업을 진행하는 특성이 있어 일부는 사이버대학을 통해 강의하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D기업 관계자 또한 "최근 몇 년간 신입생 모집이 없어 최소 인원으로 3~4명의 교수를 배치해 운영 중이다"며 "100명이 정원이던 시절에도 40명까지 강사를 확보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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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KDB금융대학 홈페이지에 안내된 총장 인사말. |
1대1 과외를 불사케 하는 학과 운영과 달리 자퇴생은 최근 5년간 30명에 달해 학과 운영의 실효성도 제기된다. 이 대학의 총장은 현재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인데 현재 산은은 교수진의 프로필 명단 공개 요청을 거부한 상태다.
KDB산업은행 관계자는 "교수 명단은 개인 직원의 프로필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신입생 0명 예산 책정'과 관련해 학교 측은 오는 12월과 내년 1월에 각각 추가 모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미디어펜=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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