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국제도시 하나금융 통합데이터센터 찾았더니
IT인력 천국…김정태 회장 "나도 전산부 출신"
   
▲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사진=하나금융그룹 제공

[미디어펜=박유진 기자] "조직이 디지털화됨에 따라 정보기술(IT) 직원과 전통적인 세일즈(Sales)직원이 구분되지 않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참고로 저도 전산부 출신입니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지난 30일 인천광역시 청라국제도시에 있는 그룹 내 통합데이터센터 하나금융타운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발언했다.

이날은 하나금융이 디지털 전환 비전 선포식을 개최하고 '데이터 기반 정보회사'로 거듭나겠다고 발표한 날이다.

그룹의 먹거리를 디지털에서 찾겠다고 선포함에 따라 향후 인력 구조에서 프로그램밍이 능숙한 전산학과같은 IT 업무자의 역할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 사옥 내에서 마주친 직원들은 대부분 자신을 전산학과나 컴퓨터 관련 학과라고 대답한 이들이 많았다.

입행 7년 차인 IT금융개발부 소속 조 모(남) 과장은 "전산학과 출신이다"며 "센터 내에 있는 부서들이 대부분 IT 쪽이다 보니 전산과 출신이 많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권은 업무가 디지털화됨에 따라 직원들에 프로그래밍에 필요한 코딩 등을 교육하는 경우가 많다.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 또한 최근 전 직원을 대상으로 파이선과 스크래치 등의 코딩교육을 의무화했다. 전통적으로 경상계열이나 인문학과 출신이 우대되는 일이 사라진 셈이다.

문제는 IT 계열 출신들이 은행에 입사 지원을 하는 사례가 극히 적다는 점이다. 하나금융 또한 이로 인해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현장에서 마주친 하나금융 한 관계자는 "요즘 금융권에서는 IT 인력을 뽑는 게 제일 힘들다"면서 "대부분 인문계 출신들이 지원하다 보니 IT 분야는 경쟁률도 적고 전문 인력을 뽑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고 한숨을 쉬었다.

김정태 회장은 이날 현장에서 자신을 "전산부 출신"이라고 소개한 뒤 "은행에 입행해 여신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코딩했다고 하면 아무도 안 믿을 것"이라며 은근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지난해부터는 신입직원을 대상으로 코딩 교육에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산을 전문으로 하는 행원도 있지만, 인문계에서 들어오는 이들도 (코딩)배우면 된다"며 "조직이 디지털화됨에 따라 초반엔 IT 인력을 적정 수준까지 끌어올리겠지만, 나중에는 이들과 세일 조직이 협업해 공동으로 상품 개발 등을 진행할 것이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론 전문 인력 부족에 직접 교육에 나선 것으로 보이는데, 장기적으론 매트릭스 조직을 견고히 하려는 의도다. 

별도로 IT만을 위한 인력을 따로 뽑다보면 금융 업무에 적응이 쉽지 않은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 하나금융센터 내 종합상황실 모습/사진=하나금융그룹 제공


출신이 대부분 IT 계열이다 보니 이날 직원들의 옷차림에서도 전통적인 금융사 느낌의 유니폼을 찾아볼 수 없었다.

엘리베이터와 복도 등에서 마주친 직원들은 대부분 패딩에 청바지와 같은 편안한 차림이었다. 일부 여직원 중에서는 맨투맨 상의에 슬리퍼를 신고 다니는 이들도 목격됐다.

'금융사 같지 않다'고 말하자 하나금융 관계자는 인천 하나금융센터는 을지로에 있는 본점 등과 조직문화를 달리한다고 설명했다.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내야하는 IT 직군의 특성상 편안한 근무환경이 필수적이다. 때문에 업무문화도 수평적이고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투어식에서 만난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또한 이러한 환경을 의식해서인지 편안한 옷차림으로 나타나 현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초록색 니트 차림에 청바지 차림으로 나타난 그를 보고 직원들은 "예상치 못한 옷차림"이라며 "스티븐 잡스가 연상된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복장 뿐만 아니라 사무실 내 자리 또한 수평적 구조로 배치돼 있었고 파티션도 없앴다. 자율적인 분위기를 보장해주는 대신 시간이 곧 돈인 은행원답게 근무시간 등은 철저히 지킬 것이 당부 됐다.

현장에서 살펴본 직원 당부사항에는 '9시 1분도 지각이다', '점심시간은 1시간을 지켜라' 등이 빼곡히 제시돼 있었다.

주 52시간 근무 시대에 걸맞게 '퇴근 시 인사하지 마라', '회의 1시간 전 사건 공지하고 회의 시간은 1시간을 넘지 마라' 등의 권고사항도 적혀 있었다.

하나금융센터는 오는 11월 2일부터 8일까지 IT 인력을 위한 체육대회도 별도로 개최할 예정이다. 신생 조직이라 소통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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