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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파문과 '경제의 정치화', '정치의 경제화'
김동연 '경제에 관한 정치적 의사결정의 위기' 참뜻?
박정희 이후 '경제의 정치화'에 매달린 잘못부터 반성해야
승인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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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8-11-09 09:5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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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우석 언론인
경제부총리 김동연의 국회 발언이 일파만파다. "경제가 지금 위기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지만, 어찌 보면 경제에 관한 정치적 의사결정의 위기인지도 모르겠다"고 답했던 게 시작이다. 청와대는 "경제 관료가 정치인처럼 행동했다"며 잔뜩 흥분했으니 이제 그의 경질은 시간문제다.

조기 경질은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 속에 470조 원 규모의 내년 예산 심의가 진행되는 과정에 전격 이뤄진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그만큼 김동연의 발언이 평소 이견을 보여왔던 청와대 정책실장 장하성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까지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는 뜻이다. 아쉬운 것은 얘기가 딱 거기에서 그치고 있는 점이다. 그건 가십거리 차원에 머문다.

파장이 커지자 김동연은 그 발언이 여야 정치권 전체를 지적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그 또한 애매하다. 그의 진짜 의도는 무엇이었으며, 혹시 그가 미처 생각 못한 차원은 또 없는 것일까? "정치적 의사결정의 위기" 발언이 한국경제에 대한 진지한 성찰로 이어져야 옳다는 게 내 판단이다.

상식적으로 판단하면 김동연 발언은 청와대가 추진한 대부분의 경제 정책은 사실은 정치 정책이었다는 지적이고, 자기는 그 정책에 동의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사실 소득주도 성장 정책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소득은 성장의 결과일 뿐인데도 앞뒤를 뒤집어 역주행을 강행하겠다니 소가 웃을 노릇이다. 최저임금 강행, 반기업·친노동 편향 정책도 시장을 왜곡시켰다.

"정부가 최대 고용주가 되겠다"며 기업만이 좋은 일자리를 만든다는 경제 원리를 정면에서 무시했다. 고용 숫자 눈가림을 위해 혈세로 단기 알바를 급조했다. 그건 사실상의 정치행위였다. 조선일보 지적대로 "대중 인기만 생각한 포퓰리즘이자 정치적인 경제 운영"(9일 자 사설)이 맞다.

자, 여기에서 한걸음을 더 나가야 한국경제가 제대로 보인다. 김동연의 발언과 비슷하면서 핵심을 찌르는 건 경제학자 좌승희 박사인데, 그는 오래 전부터 '정치의 경제화', '경제의 정치화'란 용어를 써왔다. 경제 문외한인 나 역시 그의 지론에 공감해왔는데, 알고 보면 너무도 명쾌하다.

'정치의 경제화'란 경제운용에 끼어들기 마련인 정치 논리를 최대한 배제한 방식이며, '경제를 경제답게' 만들려는 노력인데, 그렇게 국가를 운영해 대성공을 거둔 챔피언이 바로 박정희다. 보라. 1인 1표의 민주주의란 표에 의해 경제정책을 결정하게 되기 때문에 시장이 굴러가는 걸 가로 막는 경향이 있다. 끝내 그게 복지국가, 수정자본주의 국가로 흘러간다.

   
▲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국회 발언 파문이 커지고 있다. "경제가 지금 위기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지만, 어찌 보면 경제에 관한 정치적 의사결정의 위기인지도 모르겠다"고 답했던 게 시작이다. 청와대는 "경제 관료가 정치인처럼 행동했다"며 잔뜩 흥분했으니 이제 그의 경질은 시간문제다. /사진=연합뉴스

즉 1인 1표의 민주주의는 한국 등 여러 나라에서 관찰되는 표퓰리즘 정치의 뿌리다. 박정희는 그걸 정면에서 거부했고, 그것 때문에 지금도 독재자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명쾌한 것은 그의 경제운용이란 "낮은 성과에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하는 평등주의 정치에 대한 거부를 뜻했다.

때문에 좌승희 박사는 "박정희 경제 패러다임을 정치의 경제화"라고 해석한다. 그건 정치적 고려를 배제한 경제적 차별화 원리의 실천을 의미한다. 생각해보라. 한강의 기적이란 정치의 경제화 논리가 관철되는 과정에 다름 아니었다. 수출 우수기업에만 지원을 집중한 수출육성정책이 우선 그러했다. 그래서 중화학정책에 수출 우수기업들만 참여시켰다.

성과가 있는 마을만 집중 지원한 새마을 운동도 정치의 경제화를 상징하는 위대한 사례다. 박정희는 마을마다 n분의 1씩 지원하는 정치논리를 단연코 거부했다. 그래서 우린 승리했고, 번영을 일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박정희 사후 우린 '박정희 반대로' 가는 걸 개혁이라고 착각하기 시작했다.

'박정희 반대로' 가는 길이 바로 '경제의 정치화'였다. 균형성장을 한다며  n분의 1씩 나눠주는 하향평준화의 길을 마냥 좋다고 걷기 시작했다. 고도성장에 그늘이 생겼으니 그걸 치유하기 위해 분배를 하자며 포퓰리즘으로 치달았다. 김영삼 정부 이후 역대 대통령들의 경제운용이란 "낮은 성과에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하는 정치 논리에 굴복한 것에 다름 아니었다.

지난 30여 년 동안 거의 모든 정부의 단골메뉴로 등장했던 대기업의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라는 기업경영 문제에 대한 간섭과 명령이 그것이고, 부동산시장에 대한 간섭과 명령도 같은 맥락이다. 그게 바로 명령경제다. 명령경제란 특정 이념을 앞세운 '경제의 정치화' 경제운용이다.

그 끝은 비참하다. 평등사회를 지향했던 명령경제의 전형인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몰락, 수정자본주의니 사회민주주의를 표방한 서구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저성장·양극화도 그 때문이다. 그럼 김동연 발언의 진의는 무얼까? 그에게 이런 깊은 인식이 있었던 것일까? 나는 그렇다고 보진 않지만, 문재인 정부의 경제운용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발견을 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래서 "경제에 관한 정치적 의사결정의 위기"란 발언을 했다고 본다. 때문에 오늘 우린 공부를 더해야 한다. 한국의 경우 이른바 민주화 이후 지난 30여년 넘게 정의와 균형과 평등의 이상을 내걸고 명령으로 국가 균형발전과 격차 없는 평등사회를 지향해왔지만 저성장과 불평등의 심화에 직면해왔다.

왜 그런가를 따져봐야 한다. 그게 바로 '경제의 정치화' 때문이다. 상식이지만, 박정희 식의 '정치의 경제화'만이 이 나라를 살린다. 문제는 이 정부가 대오각성을 할 가능성인데, 과연 저들이 유턴을 할까? 유감천만이지만, 그럴 개연성은 전무하다. 그래서 문제다. /조우석 언론인
[조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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