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선언 8개월' 남북경협 속도 더뎌...현대 "올해 사업재개 어렵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대북제재에 따른 금강산 관광 재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풀리지 않았을 뿐 아니라 북한 비핵화 문제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 관광 재개가 이뤄지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그룹이 주도하고 있는 금강산 관광사업 재개에 대한 신중론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북미 관계 등으로 미뤄 ‘대북제재 완화’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 18일 금강산호텔에 도착한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이 아태 리택건 부위원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현대그룹 제공


현정은 회장은 전날 북한에서 1박2일간 열린 금강산관광 20주년 기념행사를 마치고 강원도 고성 동해선출입사무소로 돌아와 기자들에게 “올해 안에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 회장은 북한에서 열린 별도 간담회에서 “미국에서 대북 규제를 풀어주면 곧바로 남북경협 사업이 재개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 회장이 방북 직후 '대북제재 완화'를 직접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최근 남북경협에 대한 국제사회의 냉랭한 반응 속 사업 재개와 관련 신중한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UN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의 지속적인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를 이유로 10차례 대북 경제제재 결의안을 채택 중이며, 미국도 자체적인 대북 제재를 유지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 같이 대북제재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금강산관광 재개‧개성공단 재가동은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남북 경협의 대표사례로 제시된 철도와 항공분야에서의 진전 역시 지지부진이다. 앞서 남북정상은 지난 4월 판문점 선언에서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남북철도와 도로 연결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8개월이 흐른 현재 실무적인 추진상황은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항공 분야도 마찬가지다. 지난 16일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에서 열린 남북 항공 당국 간 실무회의에서 북측은 동·서해에 새로운 항로를 연결하자고 제안했으나 항공업계는 미국의 대북제재가 상존하는 이상 실현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보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북한 공역을 통과할 경우 북한에 지불하는 1회 당 약 80만원 수준의 통과료는 대북 금융제재를 어기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높다”며 “직선항로를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공급을 얼마나 늘릴 지는 미지수”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북측과의 관광이 재개될 경우 다량의 현금(bulk cash) 유입을 금지한 금융제재를 위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또 최근 대북제재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 기지를 추가 언급하면서 남북경협의 길은 더욱 험난해졌다는 분석이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북한의 대북제재 준수를 수 차례 거론한 만큼 남북경협의 실질적 추진은 어려울 것”이라며 “미국이 북미간 핵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언급한 만큼 신속한 경협 재개는 장기적 과제”라고 전했다.

한편 현대그룹은 제재가 풀린 이후 관광이 재개되기까지 3개월 가량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 회장은 "제재만 풀리면 바로 관광을 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있다"며 "시설 점검과 교육 등에 3개월 정도 걸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현대그룹은 또 제재가 완화될 경우 2000년 북측으로부터 획득한 철도, 통신, 전력, 통천비행장, 금강산물자원, 주요 명승지 종합 관광사업 등 7대 SOC 사업권도 활용할 수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대북제재 완화 등) 조속히 여건이 조성돼 금강산관광이 정상화돼 한반도 평화와 공동 번영에 기여하고 통일의 초석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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