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유진 기자] 지방은행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가입 실적이 터무니없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4대 시중은행이 9만 건의 계좌를 유치하는 동안 6개 지방은행은 732건의 실적을 올리는데 그쳤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15개 은행 ISA 가입 계좌 수는 9만3100건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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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씨티은행, SH수협은행은 표에서 제외 |
은행별로는 4대 시중은행(KB국민·우리·KEB하나·신한은행)이 8만9909건의 실적을 올려 전체 가입 계좌 수의 97%를 차지했고, 지방은행은 이 기간 732건을 유치하는데 그쳤다.
각각 제주은행 2건, BNK경남은행 11건, JB전북은행 13건, BNK부산은행 56건, DGB대구은행 166건, JB광주은행 484건을 기록했다.
제주은행의 경우 올해 상반기 2건의 계좌를 유치해 실적이 가장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특성상 사업성이 낮고, 현재까지 일임형ISA 판매가 불가능해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ISA는 금융사가 투자자를 대신해 자체적으로 상품을 운용하는 일임형과 투자자의 운용지시에 따라 상품 포트폴리오가 구성되는 신탁형으로 나눠진다.
증권사와 달리 은행들이 일임형ISA를 판매하기 위해선 금융위원회에 투자일임업 등록을 신청해야 하는데, 일부 지방은행의 경우 아직까지 금융당국에 투자일임업 등록 신청을 하지 않고 있다.
제주은행 관계자는 "최초 상품 판매 때부터 신탁형만 판매할 것을 계획해 투자일임업 등록을 하지 않았다"면서 "서울과 달리 지방에는 고령층이 많아 노후자산을 묶어두려는 심리가 있어 사업성도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고, 일임업 등록 요건이 복잡하고 까다로운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다른 지방은행 또한 상황은 마찬가지다. 현재까지 전북은행의 경우도 투자일임업 등록 신청을 하지 않았다.
ISA 출범 초기 지방은행들은 인력과 전산시스템 구축 등을 이유로 투자일임업 등록 신청을 미뤄왔는데, 사업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돼 결국 등록 신청을 포기한 상태다.
은행권이 ISA를 외면하는 동안 정부는 관련 상품을 확대하기 위해 올해 말로 예정된 가입기간을 3년간 연장하고 대상 범위를 확대한 상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원래 이달 31일이 일몰 예정인 ISA의 신규 가입기한이 2021년 12월 31일로 3년간 연장됐다.
여기에 내년부터 ISA 가입 대상인 근로·사업소득자의 소득 발생 기간 범위가 직전 3개년으로 확대됨에 따라 은퇴자나 휴직자도 가입할 수 있게 됐다.
2016년 3월 출시된 ISA는 통장 하나에 예금, 적금, 펀드, 상장지수펀드(ETF), 환매조건부채권(RP), 주가연계증권(ELS)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골라 담아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다.
금융소득 200만원까지는 비과세 혜택도 부여돼 정부는 그동안 이 상품을 '만능통장'이라며 전국민 가입 유치 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여왔다.
[미디어펜=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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