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유진 기자]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두 곳 다 걸렸다는 사실만 봐도 100%죠. 일반 기업 입장에서는 흔한 일인데 누가 하겠어요"
23일 서울시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심사 설명회'에 참석한 정보통신기술(ICT)기업 관계자의 말이다.
이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제3호 인터넷전문은행의 인가 신청을 앞두고 향후 계획과 절차 등을 소개하는 설명회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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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서울시 여의도 금융감독원 9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심사 설명회'의 모습/사진=미디어펜 |
설명회 직후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ICT 관계자는 진출 의사를 묻는 질문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가장 걸림돌이 될 것 같다"며 "공정거래법 위반 등과 같은 항목은 사기업에 흔한 일인데 인가를 받아도 그 조건을 유지해야 한다면 아마 대형 ICT 기업들은 대부분이 자격 미달일 것"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현행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상 인터넷은행의 주인이 되기 위해선 금융당국으로부터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한다. 심사 시 최근 5년간 금융관련법령,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거나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산업계에서는 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는 경우가 흔해 규제 장벽이 높다는 입장이다.
실제 제1호 인터넷은행의 대주주인 KT와 카카오 또한 관련 혐의로 벌금형을 선과 받아 향후 있을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탈락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KT와 카카오는 향후 지분 추가 확보로 인터넷은행의 대주주가 될 예정인데, 벌금형이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현장에서 만난 대형 로펌 A변호사 또한 "경우에 따라 금융사들도 대주주의 지분을 인수하거나 인가받을 때 결격사유로 문제되는 사례가 왕왕 있는 편"이라며 "건설업종 같은 경우 실제 관련 법을 위반하는 사례가 흔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금융 당국은 법 위반 정도를 따져 경미하다고 판단되면 심사를 통과할 수 있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전요섭 금융위원회 은행 과장은 이날 설명회에서 "(대주주의 법률 위반) 사안의 경미성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며 "경미성을 판가름하는 구체적 내용은 현재까지 규정에 없고, 심사 진행 때 금융위 전원 합의체를 통해 판단하게 될 것이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A변호사는 "현재까지 경미성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카카오나 KT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통과 여부를 장담하긴 힘들 것"이라며 "사건의 내용에 따라 심사 결과가 달라질 것으로 보이고, 그 판단 기준에는 벌금 액수 등은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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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서울시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인터넷은행 인가 심사 설명회'에 참석한 이들이 금융당국의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사진=미디어펜 |
이날 현장에는 핀테크기업 13곳, 일반기업 7곳, 금융사 21곳, 비금융지주 3곳, 법무법인 5곳, 회계법인 3곳, 시민단체 3곳을 포함해 총 55곳의 기업 및 단체가 참여했다.
케이뱅크의 대주주인 KT를 비롯해 LGCNS, 오라클, 아이티센, 티맥스, 소프트센과 같은 국내 크고 작은 IT 기업이 참여했다.
금융사로는 키움증권, BC카드, 교보생명, NH농협은행, KEB하나금융, 신한금융 등이 참석했고, 당초 진출이 예상됐던 네이버와 넷마블 등은 줄줄이 불참했다. 인터파크의 경우 설명회에는 참석했지만 진출 가능성을 부정했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최근 쿠팡이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2조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이커머스 산업을 둘러싼 유통업체 간 경쟁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며 "이미 쿠팡을 비롯해 롯데와 신세계도 관련 사업에 진출에 나서고 있어 이커머스 기업으로서 신사업보단 내실을 다지기로 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대형 ICT기업들이 인터넷은행 진출을 포기하는 사이 국내 토종 IT기업들은 사업 진출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티맥스 관계자는 "국산 소프트웨어 회사라 설립 인가 때 가점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계정계 등과 같은 금융 시스템을 구축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인터넷은행에 진출한 KT의 경우 이번 행사에 참석했는데 업계 동향 파악 차 들렸다는 설명을 내놨다.
KT 관계자는 "시장의 반응과 신규 인가 방향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살펴보기 위해 행사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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