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청원 40만명 돌파
"신한울 공론화 해달라" vs "정부정책과 모순된다"
   
▲ 나광호 산업부 기자
[미디어펜=나광호 기자]탈원전 정책에 따른 전기료 인상 및 전력공급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면서 공론화 요구가 이어지고 있으며, 심지어 여당 내부에서도 '소신발언'이 나오고 있지만 정부의 입장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학계와 야당이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를 촉구하는 서명 인원이 40만명을 돌파했음에도 청와대가 침묵을 지키고 있을 뿐만아니라 지방 상의회장이 대통령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직접 공론화를 요구했지만 면전에서 거부당했기 때문이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지난달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에 참석해 업계의 도산위기와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 및 공론화 추진을 요청한 한철수 창원상의 회장에게 "건설재개는 정부정책과 모순된다"고 답변했으며, 이 자리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도 "에너지전환 정책의 흐름이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 서명운동에 40만명 넘는 인원이 참가하고, 잇따라 진행되는 설문조사에서 원전 확대 및 유지가 축소의 두 배를 상회한다는 결과가 나오는데도 공론화 관련 입장조차 밝히지 않는 것에 대해 해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최연혜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전11시 기준 온라인 21만1498명, 오프라인 18만9972명 등 총 40만1470명이 참가했으며, 지난달 한국갤럽이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했을때도 원전 유지 및 확대를 선택한 비율이 61%에 달했으며, 축소는 27%에 머물렀다.

한국원자력학회는 최근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대상으로 '제3차 원자력발전에 대한 인식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원전 확대와 유지를 선택한 비율은 각각 35.5%와 32.2%로, 축소(31.1%)에 앞섰으며, 지난해 8월과 11월 진행한 1·2차 설문조사에서도 원전 이용찬성률이 각각 71.4%와 68.9%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 신고리 5·6호기 공사 전경/사진=연합뉴스


정부가 탈원전에 대한 공론화를 회피하는 이유로 꼽히는 것은 국민투표를 통해 탈원전을 철회한 대만의 사례가 벌어질 것을 우려해서다. 대만은 탈원전에 따른 전기료 인상으로 국민 여론이 악화되면서 국민투표를 마련했는데, 이러한 상황이 전개될 경우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던 사업을 접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후쿠시마 사고가 발생했던 일본도 사실상 탈원전 정책을 물리기로 한 것으로 볼때 중요한 것은 공약이 아니라 국익이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탈원전 정책이 결국 북한 이슈로 이어진다는 의문도 지우기 어렵다. 정부는 러시아에서 생산된 에너지를 국내로 수입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으며, 구체적으로는 러시아 극동지방에서 생산된 전기를 수입하는 '동북아 슈퍼그리드'와 러시아 천연가스를 국내로 들여오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 사업들은 북한 지역 전력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며, 북한에 통행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점에서 대북지원 논란을 빚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전력 공급 안정성 제고 및 '전력섬' 탈피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성윤모 장관 스스로가 "현재 전력이 충분하다"고 발언했으며, 전력섬 문제 역시 러시아와 북한이 한국을 포함한 인접국가에 에너지 공급을 차단한 전력이 있어 설득력이 떨어진다.

애초부터 탈원전을 철회할 생각이 없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들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결정한 것은 해당 원전 건설재개에 대한 것이지 탈원전 자체를 결정한 것이 아니며, 그럴수도 없다는 지적이 당시부터 나왔으나 이를 꾸준히 무시했다는 점을 들고 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나라를 나라답게, 국민과 함께 갑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거는 등 소통을 중시한다던 평가를 받았던 문재인 정부가 원전 문제에 대해 이러한 반응을 지속한다면 일각에서 제기되는 '탈원전 정책을 통해 대한민국 핵무장 능력을 없애려는 의지 아니냐'는 의혹을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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