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지난달 26일 오후 2시 전경련빌딩 지하 아케이트 C 매장 주변이 텅 비어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20개 가량의 점포가 입점해 있던 이곳은 현재 절반가량이 철수한 상태다. /사진=미디어펜 |
[미디어펜=최주영 기자]“사실상 유령상가죠. 내년 기업들이 추가로 빠져나가면 찾는 손님들은 더 줄어들 텐데 상가 점주들은 어떻게 살라는 것인지….”
지난달 26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빌딩 지하 아케이트에서 만난 S 매장 직원의 말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20개 가량의 점포가 입점해 있던 이곳은 현재 절반가량이 철수한 상태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북적여야 할 상가엔 손님보다 상인이 더 많은 상황으로 빌딩 전체가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아예 휴가를 떠난 상점도 눈에 띄었다. 최근 임대계약을 체결한 H 커피숍이 리모델링 공사에 착수했을 뿐 매장 대부분이 새 주인을 맞지 못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 전경련빌딩의 상가 공실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상인들은 높은 임대료를 부담하기 어렵다며 한숨을 쉬었고, 비용 절감 차원에서 점포 규모를 대폭 축소한 경우도 있었다.
3일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전경련회관 FKI빌딩(50층, 245m) 지하상가 공실률은 25%에 달한다.
전경련빌딩 상가 공실률이 확대된 것은 입주 기업의 이탈이 본격화되면서다. 지난해 빌딩의 3분의 1 가량(14개 층)을 임대해 쓰던 LS CNS가 마곡지구로 옮기면서 약 7000여 평 규모의 공실이 발생했다. 이후 LG화학, 범한판토스, 팜한농 등도 잇따라 자리를 옮기며 전경련빌딩 공실률은 20%를 웃돌게 된 상황이다.
|
|
|
▲ 지난달 26일 전경련빌딩 지하 아케이트 내 임차인을 구하는 빈 상가 점포가 지난달 중순 원상복구공사를 마친 후 철거 상태로 남아있다. /사진=미디어펜 |
현재 전경련빌딩에 입주하고 있는 한화건설(8~16층)과 도레이 계열사(34~36층)도 내년 3월 이전을 앞두고 있다. 총 12개 층을 사용중인 이들 기업에 소속돼 있는 임직원 숫자만 1500명에 달해 상가이용률이 더욱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다.
H 커피숍 위치에서 반대편 소규모 점포 자리로 옮겨왔다는 L 매장 관계자는 “코너 자리가 부담스러워 작은 자리로 옮겼다”며 “평소 같으면 빌딩 입주사들의 대량주문이 있어야 하지만 최근 재고가 많이 쌓여있어 비용 절감이 시급하다”고 토로했다.
전경련 회관은 인근 빌딩보다 상가 임대료가 비싼 편이다. 쿠시먼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4분기 기준 전경련빌딩 상가 임대료는 3.3㎡당 3만3270원이다. IFC(2만3470원)와 임대료 격차가 41%(9800원)에 달한다.
전경련의 한 해 살림살이에서 임대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2015년 기준 908억원의 운영자금 중 회비가 500억원, 임대료 수입이 408억원에 달했을 정도다. 하지만 현재는 전체 80% 수준에 달했던 삼성, 현대차, SK, LG 등 회비 납부가 중단되고, 기업들의 사옥 이전도 속도가 붙자 임대 수입마저 급감한 상태다.
전경련은 임차인을 들이기 위해 공간 분할·임대, 무상 임차 등 할인 분양을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입주를 희망하는 임차수요가 워낙 없는 상태여서 사실상 답보 상태다. 전경련 관계자는 임차마케팅 여부와 관련 “대외비에 해당된다”며 언급을 피했다.
이렇듯 전경련빌딩의 소극적인 대응과 달리 IFC는 공격적인 임차마케팅을 펴 공실률을 대폭 줄이고 있다. 쿠시먼 관계자는 “IFC는 임차인과 입주사들 요구를 적극 반영해 입점률 80% 이상을 채웠다”며 “입지상으로도 여의도 중심부에 있어 FKI 대비 유리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
|
|
▲ 전경련빌딩 상가 임대료는 평당 3만3270원 수준으로 인근 IFC보다 높다. 사진은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빌딩 전경/사진=미디어펜 |
올해 여의도에서는 준공을 앞둔 오피스빌딩의 임대료 할인 출혈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여 전경련빌딩의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장 콘래드호텔 바로 앞에는 33만㎡ 매머드급 규모의 파크원 오피스 타워 2개동이 2020년 입주를 앞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파크원 측이 잠재 입주 고객들을 대상으로 벌써부터 임대료 할인 공세를 펴고 있다는 소문도 나오고 있다. 이외에 KB국민은행 통합사옥(5만㎡)과 교직원공제회빌딩(8만㎡)도 공격적 마케팅을 준비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전문가들은 전경련빌딩이 임차마케팅을 통해 공실률 완화에 주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대형 오피스 빌딩이 잇따라 들어설 경우 기존 입주사들이 줄줄이 옮겨가는 연쇄 이동이 나타나 임대수익을 확보하기 위한 여의도 오피스 빌딩간 출혈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서비스기업 관계자는 “여의도 오피스 시장은 작년 말까지 수요가 공급을 어느 정도 흡수했지만 당분간은 공급이 늘면서 시장이 단기간 내 회복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