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강정호(32·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또 홈런을 쏘아올렸다. 이번에는 만루포였다. 이 한 방으로 강정호는 시범경기 1할대의 부진한 타율에도 일찌감치 개막전 주전을 보장받은 이유를 증명했다.

강정호는 2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브래든턴의 레콤파크에서 열린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2019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 6번타자 3루수로 선발 출전, 4타수 2안타 4타점을 기록했다. 2안타가 2루타와 만루홈런이었다.

두 개의 안타가 모두 의미 있었다. 강정호는 2회말 첫 타석에서 좌익선상 2루타를 때렸다. 이번 시범경기에서 강정호가 홈런 외에 처음으로 기록한 안타였다. 이전까지 강정호는 총 5안타를 기록하고 있었는데 모두 홈런포였다. '홈런 외에는 못 치는 타자'라는 인식을 이 2루타로 깼다.

홈런은 9회말 터져나온 끝내기포였다. 3-5로 피츠버그가 뒤진 9회말 무사 만루에서 강정호는 호쾌한 그랜드슬램 한 방으로 7-3 역전을 일궈냈다. 시범경기 6호 홈런이자, 5방의 솔로홈런 끝에 처음으로 주자를 두고 터뜨린 만루홈런이었다.

이날 4타수 2안타로 타율을 끌어올리긴 했지만 강정호는 시범경기 타율이 1할9푼4리(36타수 7안타)로 여전히 1할대에 머물러 있다.

   
▲ 사진=피츠버그 파이어리츠 공식 SNS


치열한 메이저리그 개막 주전 경쟁에서 1할대 타율은 쉽게 명함을 내밀기 힘든 저조한 타격 성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피츠버그의 닐 헌팅턴 단장은 지난 19일 메이저리그 공식사이트 MLB.com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팀 주전 3루수는 강정호로 확정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당시 강정호의 타율은 1할5푼6리밖에 안될 때였다.

강정호가 이렇게 구단의 신임을 얻으며 콜린 모란 등 경쟁자들을 뿌리치고 주전 3루수로 낙점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폭발적인 장타력 때문이었다. '걸리면 넘기는' 것이 이번 시범경기 강정호의 불붙은 방망이다. 2년간의 공백이 무색하게 강정호는 비록 1할대 타율이지만 7안타를 모두 장타(홈런 6개, 2루타 1개)로 장식하며 메이저리그 그 어느 거포 못지않은 파괴력을 과시하고 있다.

물론 홈런 양산 외에 강정호의 순발력 있는 수비도 주전 조기 확정을 거들었다. 강정호는 3루 수비 경쟁에서도 한 발 앞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허들 감독은 강정호를 23일 탬파베이전에서는 유격수로 기용해 점검을 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강정호는 국내에서 뛸 때 주포지션이 유격수였고, 미국 진출 초기에도 유격수로 많이 뛰었으나 무릎 부상을 당한 이후부터는 주로 3루수를 맡아왔다.

감독이 강정호의 유격수 수비 능력까지 점검하겠다는 생각을 한 것. 언제든 한 방을 터뜨릴 수 있는 강정호를 웬만하면 경기에 많이 출전시키고 싶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강정호가 맞을 2019시즌이 점점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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