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노타이·일등석 없애기"…조원태 취임 후 달라진 대한항공
다만 '경영권 방어' 여전한 과제…약 2000억원 상속세 마련 시급
[미디어펜=조우현 기자]대한항공이 변화를 꾀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연중 노타이 방침을 발표하는 한편, 외부적으로는 일부 국제선 노선에서 일등석(퍼스트클래스) 좌석을 없애기로 하는 등 조원태 한진칼 회장의 취임 후 변화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2일 항공 업계에 따르면 한진칼의 주요 계열사인 대한항공은 다음 달부터 국제선 27개 노선에서 추가로 퍼스트클래스 좌석을 없애기로 했다. 기존 ‘쓰리(3)클래스’에서 ‘투(2)클래스’ 체제로 변경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퍼스트클래스 좌석을 없앤 노선에서는 ‘퍼스트-프레스티지-이코노미’ 등 3가지 등급 좌석이 아닌 ‘프레스티지-이코노미’ 2개 등급 좌석만 이용할 수 있다. 

현재 두 개 등급 좌석만 운영하는 노선은 전체 111개 중 49개다. 하지만 오는 6월부터는 모두 76개로 늘어나게 된다. 대한항공 전체 국제선 노선 70%에서 퍼스트클래스 좌석이 사라지는 셈이다. 

   
▲ 대한항공 항공기 /사진=대한항공 제공

지역별로 살펴보면 미주·유럽 등 주요 노선에는 일등석을 남기고 중국·일본·동남아 등 중·단거리 노선 위주로 일등석을 없앨 계획이다.

대한항공의 이 같은 조치는 여객기 좌석을 효율적으로 운영해 수익성을 높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프레스티지 클래스의 기내식과 기내서비스 품질을 제고해 퍼스트클래스의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밖에도 대한항공은 지난 1일부터 일반 남성 직원이 넥타이를 하지 않아도 되는 노타이 근무복장 규정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 2008년부터 하계 시즌 노타이 근무를 시행해 왔으나, 올해부터 연중 노타이 근무로 확대 시행하기로 한 바 있다.

변화를 꾀하는 대한항공의 이 같은 조치는 조원태 회장 취임 이후 발표된 방침이어서 일각에서는 “조 회장의 취임 후 대한항공이 변하고 있다”고 평가가 나온다. 조 회장 취임 이후 직원 근무에서 수익성 제고까지 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진단이다.

그러나 대한항공 관계자는 “연중 노타이 정책과 퍼스트클래스를 줄이는 정책은 이전부터 고려됐던 것이 확대 시행된 것”이라며 “시기적으로 맞물리긴 했지만 조 회장 취임 이후 갑자기 시행됐다고 보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 조원태 한진칼 회장 /사진=한진칼 제공

한편 대한항공은 올해 창립 50주년을 도약 발판으로 삼아 성장 동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조원태 회장은 올해 매출 13조2000억원, 영업이익 1조원, 영업이익률 7.6% 등을 대한항공의 사업목표로 제시했다.

다만 조 신임 회장의 첫 번째 과제는 ‘경영권 방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조 신임 회장의 표면적인 승계 작업이 완료 됐지만,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하는 2대 주주인 행동주의펀드 KCGI의 꾸준한 지분 매입이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조 회장의 안정적인 경영 승계를 위해선 고 조양호 회장의 한진칼 지분을 상속받는 것이 관건이다. 하지만 해당 지분을 상속받으려면 특수관계인 지분에 대한 할증 20%와 최고 상속세율 50%가 적용돼 상속세 규모가 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상속세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그러는 와중에 KCGI는 한진칼의 지분을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 특히 내년 3월에 열릴 주주총회에서 조 신임 회장의 사내이사 임기 만료에 따른 재선임 안건이 논의될 예정이어서 주총 전까지 조 회장의 우호 지분 확보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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