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추경 6조7000억 중 1조2839억이 중기부 몫
중기부, 세금 뿌리며 코스트코 팔은 비틀어
   
▲ 산업부 박규빈 기자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지난달 24일, 중소벤처기업부는 1조2839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안을 발표했다. 18부 5처 17청 2원 4실로 구성된 문재인 행정부의 올해 전체 추가경정예산이 6조7000억원 규모다. 그 중 약 19%를 중기부 단독으로 당겨 쓰는 것이다. 참고로 3군 61만 대군을 통할하는 국방부엔 올해 추경예산이 단 한푼도 편성돼있지 않다.

과연 그 막대한 세금은 적절한 곳에 쓰일까. 내역을 들여다보니 △미세먼지 저감 지원 △일자리 중심의 창업·벤처기업 활성화 지원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경영난 해소 등이 골자인데, 예산집행의 실효성에 깊은 의문이 든다.

우선 미세먼지 관련 사업부터 따져봤다. 중기부는 중소기업의 미세먼지 저감 시설개선 및 기술개발 등을 위한 자금보증을 위해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을 통해 6000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보도자료 하단에는 신용보증기금 출연 600억원, 기술보증기금 출연 400억원 등 총 1000억원으로 책정돼있었다.

담당 주무관은 "신보와 기보 출연금을 합친 1000억원이 맞으나 6000억원은 최대 운용배수로, 신보나 기보에서 신용을 담보로 6배까지 보증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 한들 중소기업의 미세먼지 저감 시설개선과 기술개발에 들어가는 돈이 1000억원이라고 해서 결코 적은 액수는 아니며, 예산집행의 방향이 옳은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든다.

전국 1200여 개 전통시장 내 공기청정기 보급에는 29억5000만원이 책정돼 있었다. 미세먼지 대응 소관부처는 환경부나 보건복지부가 아니냐는 질문에 중기부 관계자는 "전통시장 주무부처가 중기부이기 때문에 해당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고, 공기청정기 가격의 60%까지 지원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공기청정기 무상공급은 아니지만 '세금 퍼주기'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기부는 또 '일자리 중심의 창업과 벤처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 8733억원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예산 규모는 둘째 치고 '일자리 중심의 창업'이라는 말이 이상하다. 세부 내역을 들여다 보면 '중장년예비창업패키지' 등 '창업사업화' 항목이 있는데, 고용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아닌 창업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도록 한다는 것이다. 중장년층 자영업자들을 양산해 '사장님' 직함을 만들고, '셀프 고용'으로 일자리 문제를 해결토록 한다는 것이다.

한편 중기부는 지난달 30일 예정대로 개점한 코스트코 하남점에 대해선 과태료 5000만원을 부과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지역 소상공인들과의 협의를 제대로 끝내지 않았고, 중기부의 사업 일시정지 권고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말이 권고지, 사실 과태료를 부과하면서까지 강압적으로 민간기업의 사업을 막아서려고 시도한 것과 다름없다.

기업과 정부는 인력을 고용한다는 공통된 속성을 갖고 있지만 결정적으로 이윤 창출 등 생산 능력 유무의 차이점 또한 존재한다.

실제 한국 경제에서 가장 큰 고용을 하는 업계 3대장은 제조업과 서비스업, 그리고 유통업이다. 고용의 한 축을 담당하는 유통업계의 팔은 비틀고, 눈먼 돈인 세금은 애먼 곳에 뿌리며 생색내는 중기부는 과연 올바른 정책을 펴고 있는지 의문이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