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칼 회장 총수 지정 됐지만 "여전히 삐걱"
"갈등 지속될 경우 무너지는 건 한 순간…정신 차려야"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우여곡절 끝에 조원태 한진칼 회장이 한진그룹 총수로 지정됐다. 다만 그 과정에서 가족 간의 갈등이 노출되면서 향후 조 회장의 행보가 순탄치 않을 수 있음을 예고했다. 이에 내부 경영 싸움이 지속될 경우 그간 쌓아온 대한항공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7일 재계 등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5일 ‘2019년도 대기업집단 현황’을 발표, 조 회장을 한진그룹 동일인(실질적 총수)으로 지정했다. 이로써 조 회장이 실질적 총수에 오르게 됐지만, 내부 합의가 아닌 공정위 판단에 의해 지정된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와 갈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대한항공 관계자는 “상속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이 간단치 않아 그랬던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미 재계에서는 대한항공 남매들 간의 ‘불화설’이 확실시 되는 분위기다. LG, 현대차, 두산 등 다른 기업들은 동일인 유지나 변경을 위해 관련 서류를 적극적으로 제출한 반면, 한진그룹은 정해진 기한까지 차기 동일인 변경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영 승계에 대한 잡음이 지속되자, 대한항공의 경영 승계 문제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경우 국내 시장은 물론 국제 시장에서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단한 노력이 뒤따르지 않을 경우 1위 자리를 내주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진단이다. 

실제로 대한항공의 입지가 확고한 유럽과 미주 등 장거리 노선의 경우, 외항사들의 위협이 늘 도사리고 있다. 해당 노선은 대한항공이 그동안 외항사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며 확보해놓은 시장이지만, 자칫 한눈 팔 경우 언제든 빼앗길 수 있다.

   
▲ 대한항공 항공기 /사진=대한항공 제공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한항공의 경쟁사인 에미레이트항공, 카타르항공, 에티아드항공 등 중동의 항공사들은 국내 항공사의 중장거리 시장을 빼앗아 갔다”며 “세계 어느 시장이든 해당 항공사들이 진입한 곳은 경쟁사들이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한항공이 경영 싸움에 휘말리는 동안 경쟁력이 약화될 경우, 외항사들에게 승객을 빼앗기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그것은 곧 우리나라 항공 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부동의 1위를 자랑하고 있는 대한항공이지만, 제아무리 1등이라도 도태되는 것은 한 순간이라는 지적이다.

장거리 시장 뿐 아니라 중장거리 시장도 녹록지 않다. 동방항공, 남방항공, 국제항공 등 중국 항공사들의 입지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약진도 대한항공에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미 단거리 노선의 경우 LCC들의 입지가 공고해진 상태다. 최근에는 ‘알짜 노선’이라고 불리는 중국 노선마저 LCC와 나누게 되면서 변화를 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됐다. 

CJ, 한화, SK 등이 인수자로 거론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도 대한항공에는 부담으로 작용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추후 대기업에 매각돼 경영이 정상화 된다면, ‘삐걱대는’ 대한항공을 따라잡는 것은 일도 아닐 수 있다는 시각이다.

현진권 자유경제포럼 대표는 “항공업은 국제시장에서의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며 “경영 싸움을 지속할 경우 회사가 망하는 것은 한 순간이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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