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청, 청문 생략·조업정지 처분
환경 당국·철강사와 행정처분 수위 철저히 논의해야
   
▲ 권가림 산업부 기자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1973년 6월 9일 ‘펑’ 굉음이 터졌다. 첫 출선을 보려고 모여든 임직원들이 주상을 가득 메웠다. 오렌지색 섬광이 사람 키보다 높이 치솟았다. 불꽃은 서서히 잦아들며 시뻘건 액체가 출선구로 모습을 드러냈다. “나왔다!” 우리나라 땅에 처음 쇳물을 토해내던 순간이다.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고로(용광로)는 시민단체가 쏘아올린 환경규제에 ‘조업정지’란 유례없는 위기에 처했다. 저감장치를 거치지 않고 고로에 달린 ‘블리더’(안전밸브)를 통해 오염물질을 불법으로 내보냈다는 환경단체들의 고발에 따른 조치다. 지차체들은 이러한 사실을 몰랐다가 제보를 받고 현장을 적발했다고 한다. 

각 도청은 처분을 내리거나 처분 결정을 앞두고 있다. 전남도청은 오는 18일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요청에 따라 의견 진술 등을 할 수 있는 청문을 열고 조업정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충남도청은 조업정지 공을 소송에 넘겼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도 조업정치 사전통보에 대한 청문을 요청했지만 충남도청은 이를 생략하고 조업정지 10일 처분을 내렸다. 법률 위반 사항이 있어 조속히 처리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 1973년 6월 9일 포항제철소 1고로에서 쇳물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포스코 제공

현대제철이 조업정지를 면하기 위해 '행정소송' 카드를 낼 수밖에 없는 것을 예상한 충남도청의 조치로 해석된다. 철강사와 시민단체, 언론 눈치에 제대로 된 권한 행사를 못하고 결국 소송으로 떠넘기는 행정편의주의적 행동이다. 도청도 고로를 보수할 경우 화재 폭발 등의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블리더를 개방해야 하는 방법 외에는 뾰족한 기술적 대안이 없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여기에 여론까지 철강업계를 두둔하자 법의 판단으로 최대한 시간을 끌어보자고 하니 대단한 행정력이라 할 수밖에 없다. 새벽에 몰래 고로 내 가스를 빼낸 현대제철 광양제철소가 그간 특별한 제재 없이 가동된 이유를 알 만하다.

뒤늦게 조업정지란 쇼맨십과 소송으로 눈을 가려보려 하지만 이번엔 환경 당국, 철강사들과  제대로 된 행정처분 수위를 제정해야 한다. 오염 배출량과 위해성 정도를 먼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 달 드론을 통해 블리더 개방에 따른 배출가스 수준을 한 차례 조사한 게 끝이다. 지역민 건강권 확보와 조정정지로 인한 철강업체들의 생산차질, 매출손실 등을 모두 고려한 해법을 찾는데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가져야할 것이다. 철강업체의 조업으로 일자리, 경제혜택 등을 챙기며 배짱이처럼 있다가 조업정지란 비상식적인 처분을 내린 우스운 꼴은 이번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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