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4구역, 추가 이주비 지원 관련 양사 '금융협약서'…공개 안된 독소조항
"산업은행 내부 심사 부결시 협약서 구속력 없어"…직인 효력 여부 논란도
   
▲ 고척4구역 수주전에서 공개된 대우건설과 KDB산업은행의 금융협약서. 대우건설은 해당 협약을 통해 안정적인 추가 이주비 지원을 조합원들에게 약속했지만, 산업은행은 이주비 대출 불가 입장을 밝혔다./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유진의 기자]대우건설이 이주비 등 정비사업 추진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위해 KDB산업은행과 체결한 금융협약서의 ‘가려진 진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해당 협약서는 추가 이주비 대출 등에 대한 내용을 골자로 한다.

추가 이주비 대출 여부는 오는 29일 시공사 선정 총회를 앞둔 서울 고척4구역 재개발 수주전의 향방을 가르고, 나아가 하반기 대우건설의 정비사업 수주전선에도 영향을 미칠 가장 큰 변수로 떠올랐다.

협약서 유무 여부를 떠나 산업은행을 통한 대우건설의 추가 이주비 지원은 사실상 불가능할 전망이다.

11일 고척4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에 따르면, 대우건설의 입찰제안서 33페이지에는 산업은행과 체결한 금융협약서 사본 2장과 협약 내용에 대한 설명이 첨부됐다. 대우건설과 산업은행이 조합원 이주비(추가 이주비 포함) 등 정비사업 추진에 필요한 자금 조달에 대해 협약을 체결했다는 내용이다.

앞서 정부는 8·2부동산대책을 통해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의 이주비 대출 한도를 기존 LTV 60%에서 40%로 대폭 축소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조합원들에게는 추가 이주비 지원이 절실해 졌고, 시공사 선정을 위한 수주전에서도 화두로 떠올랐다.

대우선설이 산업은행과 체결한 금융협약서를 꺼내든 이유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대우건설은 고척4구역 조합원들에게 “정부 규제 한도인 주택담보인정비율(LTV) 40%를 기본 이주비로 지급하고, 직접대여 또는 신용공여를 통해 LTV 30%를 추가 지원하겠다”며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함께 안정적인 금융자금 조달을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추가 이주비 대출 불가 방침을 밝히며 대우건설의 추가 이주비 지원이 불투명해졌고, 이에 대해 대우건설은 "법적 논란이 발생하더라도 도장 찍힌 협약서가 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며 수습에 나섰다. (관련 기사: [단독]대우건설, 고척4 재개발 '추가 이주비' 지원 불투명…산업은행 "대출 불가")

◆추가 이주비 대출, 산업은행 내부 심사 통과 불가

추가 이주비 문제로 고척4구역이 혼란에 빠진 가운데 앞서 금융협약서에 명시된 새로운 내용이 확인됐다.

대우건설이 조합원들에게 공개한 사본에는 협약서 2장이 겹쳐지며 노출되지 않은 부분들이 존재했고, 여기에는 대우건설에 불리한 독소조항들이 명시돼 있었다.

미디어펜이 단독 입수한 '고척4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협약서' 제6조 효력발생 조항에는 "각 내부 심사를 통한 최종 승인을 득하기 이전에는 '갑'과 '을'에게 구속력이 없음을 확인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이주비 관련 대출은 산업은행 내부 심사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높고 부결시 추가 이주비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협약서에 명시된 효력발생 조항도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것으로, 특정 지어 협약을 맺은 게 아님을 밝히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최종 승인을 득하기 이전에는 구속력이 없다'라는 조항 내용에 근거해 협약서에 찍힌 도장과 관계없이 구속력이 없다"며 "도장 찍힌 협약서가 있어 문제될 게 없다는 대우건설의 주장은 해당 조항을 통해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협약서에 날인된 직인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이동걸 산업은행 대표이사의 도장이 아닌 PF팀 실장의 도장이 찍혀 있어 효력 여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산업은행 관계자는 "PF실장은 대표이사 대리인 자격으로 직인의 효력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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