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중견기업 59.1%, 중국 의존…중대 기로 서있어
"정부 '안미경중(安美經中)' 정책 재고해야"
   
▲ 정갑영 연세대학교 명예특임교수가 25일 쉐라톤서울팰리스강남호텔에서 열린 '제176회 중견기업 CEO 조찬강연회'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박규빈 기자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미·중 무역 분쟁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안미경중(安美經中) 정책을 버리고, 기업들은 중국 관련 거래에 있어 다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정갑영 연세대학교 명예특임교수는 25일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쉐라톤서울팰리스강남호텔에서 개최한 '제176회 중견기업 CEO 조찬강연회'에서 미·중 무역 분쟁의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대응과 중견기업들이 대(對) 중국 의존도를 낮출 것을 요청했다.

중견기업은 전체 기업의 0.7%에 불과하지만 2018년 기준 전체 수출액의 16.1%를 담당하는 '핵심 수출 기업군'이다. 미·중 양국의 경제전쟁 경과에 중견기업계가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갑영 명예특임교수는 "6가지 측면에서 글로벌 거버넌스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America first'를 위시한 보호무역의 확산과 단순 무역분쟁이 아닌 'G2'의 패권주의 충돌이 바로 그것"이라고 소개했다. 

현재 미국과 중국은 보복관세 등 경상거래 전반에서 분쟁을 겪고 있다. 미국은 중국 ICT 기업 화웨이와 ZTE를 스파이 기업으로 지목했고, 자국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알리바바와 수퍼컴 제조업체의 자국 기업 인수를 저지했다.

이 같은 사태에 따라 최근 2개월 새 중국의 외자 유출이 15조원 규모로, 2001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아울러 홍콩 범죄인 송환법 등 정치적 이유로도 충돌을 빚고 있다.

이와 더불어 글로벌 기업들은 '차이나 엑소더스' 대열에 합류중이다. 애플은 아이폰 생산 시설 30% 축소를 검토중이고, 구글·페이스북은 중국과 관련한 데이터 공유를 제한키로 했다. 일본 전자회사 소니는 올해 3월 중국 내 스마트폰 공장을 폐쇄했고, 삼성전자도 휴대전화 공장 문을 닫고 TV 생산 물량을 축소했다. 

한편 '2018년 중견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수출 중견기업의 59.1%가 중국, 42.9%가 미국에 수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수출금액은 중국 199.9억 달러, 미국 250.8억 달러 규모다. 양국 모두에 대한 의존도가 엇비슷한 현실 속에 중견기업들의 선택이 요구된다.

정갑영 교수는 "글로벌 공급 체인과 유통 도소매 네트워크의 변화가 현실화하면서 국내 중견기업들은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있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어 "중견기업들은 생산과 유통의 위험을 분산하는 등 중국 관련 거래의 다변화를 추구하고, 달러와 유로, 엔화에 분산 투자해야 한다"며 "동남아시아·인도로 생산기지를 이전해 분쟁의 직접적인 악영향을 해소함으로써 전반적인 대중(對中) 무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정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코어테크(Core Tech)를 발굴 및 심화해 글로벌 트렌드를 따라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무엇보다 정부는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한다'는 '안미경중(安美經中)' 정책을 재고할 때"라고 제언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