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 현대자동차가 높은 임금을 지급하고도 최저임금을 위반하게 되는 불합리한 구조를 개선하는 내용의 취업규칙 변경안을 고용노동부에 제출했다.
기존 두달에 한번 지급하던 상여금을 절반으로 나눠 매달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노조는 즉각 반발하며 첫 급여 지급일에 변경 사항이 적용될 경우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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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 양재동 사옥 /사진=미디어펜 |
10일 현대차 노사에 따르면 회사측은 노동부에 취업규칙 변경안은 두 달에 한 번씩 기본급의 100%를 지급하던 상여금을 매달 50%로 나눠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대차는 기본급과 상여금, 각종 수당 등을 합하면 평균 연봉 9000만원이 넘고 1년차 연봉도 542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매달 지급하는 금액만 최저임금으로 산정'되는 최저임금법의 한계로 일부 직원들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상여금을 매달 지급방식으로 바꾸려는 것이다.
사측은 취업규칙 변경을 위해 지난달 21일 노조 측에 의견수렴 통보를 했지만 노조는 근로기준법과 단체협약에 위반된다면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사측은 같은 달 27일 고용노동부에 취업규칙 변경안을 신고했다.
사측이 취업규칙 변경을 강행할 경우 이달 25일 월급 지급일부터 적용된다. 기존 격월 지급 방식에서는 짝수 달에 상여금 100%가 지급되고 홀수 달에는 상여금이 없었다. 하지만 홀수달인 이달 25일 50%의 상여금이 지급되면 취업규칙 변경이 적용되는 셈이다.
노조는 지난 8일 고용부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사측의 취업규칙 변경신고에 대한 '단체협약위반 시정명령'을 내릴 것을 요구했다. 사측에 대해서는 취업규칙 변경을 강행하면 총파업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하부영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은 지난 9일 성명서를 통해 "최저임금 문제 해결은 2019년 임단협에서 통상임금 논의와 함께 진행하자는 노조 요구안에 포함해 교섭 중임에도 사측이 이를 무시하고 단체교섭을 파국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통상임금 판결 패소(회사측 승소)의 결정적 원인이 된 '15일 미만 근무자 미지급 조항' 폐기를 요구하면서 최저임금 문제 해결을 위한 임금체계 개선을 함께 묶어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노조측 요구를 수용하면 현대차는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한 기아차와 같은 임금 부담을 안게 된다.
단체협약을 취업규칙 변경에 맞춰 뜯어고치려면 노조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그러려면 통상임금 문제를 양보하느라 막대한 임금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취업규칙 변경 없이 최저임금 위반에 걸리지 않으려면 저호봉 직원부터 순차적으로 임금을 더 올려줘야 한다.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서설 수도 있다. 어떤 방식이건 실적 악화에 시달리는 현대차로서는 감내하기 힘든 부분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고임금 구조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을 위반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상여금 월할 지급은 불가피하다"면서 "취업규칙 변경과 관련해 노조와 협상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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