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현미 운송 입찰'서 18년간 담합…사상 최장 기간
과징금 127억…자진신고로 검찰 고발은 면해
업계 "가격을 올리려는 셈법일 뿐" 지적
   
▲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CJ대한통운 양천서브터미널에서 직원들이 배송지별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권가림 기자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CJ대한통운이 잇따른 담합 행위로 공정당국의 겨냥을 받고 있다. 발전 관련 물자 운송 용역 입찰에서 한진, 동방 등 물류업체 8곳과 담합한 데 이어 이번에는 18년간 수입현미 운송 입찰에서 담합을 주도한 사실이 드러나며 택배업계 1위 체면을 구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2000년부터 2018년까지 부산 등 8개 지자체 등이 발주한 수입현미 운송용역 입찰 127건에서 담합한 7개 운송업체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127억3700만원을 부과할 방침이다.  

제재 업체는 CJ대한통운과 한진, 세방, 동방, 동부익스프레스, 인터지스, 동부건설 등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정부는 수입한 현미를 수의계약에 따라 부산·인천항 등 국내 9개 항구로 들여온 뒤 전국 각지의 비축창고로 운송해 보관한다.

8개 지자체는 1999년부터 운송용역을 정부에서 위임받아 경쟁입찰을 통해 용역사업자를 선정해왔다. 정부와 수의계약을 맺어 수입현미 운송을 독점해온 CJ대한통운은 경쟁 입찰로 바뀌자 2000년부터 담합에 나선 것이다.  

CJ대한통운과 6개 업체들은 매년 입찰 발주 전 만나 각 사의 낙찰물량과 낙찰지역을 배분하고 낙찰 가격을 미리 정하는 담합을 꾀했다. 입찰에 들러리로 나선 업체들은 담합한 낙찰가보다 높은 금액을 제시했다. 담합 결과 운송가격은 약 16%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8년간 이들은 705억원 규모의 127건 입찰 전부에서 담합을 실행했다.

수입현미 운송용역은 대부분 CJ대한통운이 주도했다. 한진, 동방 등 나머지 6개 업체는 낙찰받은 사업에서 운송료의 10%만 이익으로 챙겼다. CJ대한통운은 기존의 독점체제에서 갖춘 시설을 기반으로 운송을 도맡아 수익을 챙겼다. 

업계 관계자는 "현미의 경우 대량으로 수입해 운반·하역을 위해선 인프라를 갖춰야 하는 데 CJ대한통운을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은 시설에 투자하거나 물량을 소화할 여력이 안 돼 사실상 대한통운이 독점해 왔다"며 "정부가 입찰제도로 바꾸며 한진, 세방 등 업체들이 의무적으로 입찰에 참여했지만 역량이 안 돼 대한통운에 위탁한 것"이라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인프라가 제일 잘 갖춰져 있다면 경쟁 입찰에서 굳이 대한통운이 담합을 하지 않아도 낙찰이 되지 않겠느냐"며 "가격을 올리려는 셈법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6개 업체의 각 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CJ대한통통운에게는 과징금 30억2800만원을 부과했지만 검찰 고발 대상에서는 제외했다. 

공정위는 고발 면제 사유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공정거래법에 따라 CJ대한통운이 담합행위를 자진신고했거나 공정위 조사에 협조해 면제됐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 CJ대한통운 관계자는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앞서 CJ대한통운은 지난 달에도 한진과 CJ대한통운 등 물류업체 8곳이 발전 관련 물자 운송용역 입찰에서 담합한 사실이 적발돼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제재를 받은 바 있다. 

공정위는 한국전력공사 등 4개 발전 관계사가 지난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발주한 운송용역 입찰에서 담합한 CJ대한통운, 한진, 동방 등에 31억2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한전이 발주한 입찰은 부산에서 제주까지 발전 관련 물자를 옮기는 것"이라며 "이들 기업은 해상운송을 위한 선박 임차비용이 높아 입찰에서 경쟁하면 이익을 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서로 담합해 가격 하락을 막았다"고 설명했다. 

8개 물류업체는 하역운송사모임 등의 전화연락이나 모임 등을 통해 낙찰사와 투찰가격을 정하고 합의대로 이행했다. 석회석 운송용역 입찰 등 입찰 5건에서는 낙찰사가 들러리로 참여한 다른 합의 참여사에게 운송용역의 전부 혹은 일부를 위탁해 일정 수익을 배분키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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