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건 기자] 가수 겸 배우 설리(최진리·25)가 14일 오후 3시 21분께 경기 성남시 수정구 심곡동의 전원주택 2층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매니저는 전날(13일) 오후 6시 30분께 설리와 통화를 한 이후 연락이 닿지 않자 주거지를 방문해 그녀를 찾았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건 14일 오후 5시께였다. 충격적 소식에 대중은 오보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경찰 조사를 기다렸지만, 설리의 안부는 끝내 비보로 돌아왔다. 연예계는 물론 대중도 슬픔에 빠졌고 추모 물결은 빠르게 확산됐다. 하지만 그 물결이 우여곡절 많았던 그녀의 연예계 생활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지더니, 별안간 죽음에 대한 책임론이 불붙기 시작했다.


   
▲ 사진=SM엔터테인먼트


물론 그 책임론에 자성의 목소리가 잇따른 건 타당한 일이다. 설리는 솔직하고 자유분방한 매력으로 사랑받았지만 반대로 수많은 악플 세례를 받아냈던 터. 소위 '튀는' 행동을 했기 때문에 이슈 메이커라는 꼬리표가 달렸고, 자신의 소신을 드러내며 대중과 충돌하고 그들의 눈밖에 났다. 도를 넘은 인신공격에 시달리는 건 그녀에게 다반사가 됐다. 그래서 설리의 논란에 한마디씩 보탰던 이들이라면 자신들의 언행을 반성하고 고인에게 애도를 표하는 것이 당연한 처사다.

하지만 대중이 제기한 책임론이 자신이 아닌 타인을 향하면서 또 다른 갈등을 빚는 모양새다. 그리고 그 갈등은 최근 1~2년간 심화된 남녀의 성 대결을 비롯해 혐오 문제, 비뚤어진 언론 윤리 등 사회의 어두운 초상을 담고 있다.

여성 네티즌은 남성들의 성희롱과 모욕이, 남성 네티즌은 여성들의 루머 유포와 공격이 설리에게 독이 됐다며 '네 탓 내 탓'을 따지고 있다. 그뿐인가. 이런 가운데 설리와 절친한 연예계 동료들, 전 남자친구까지 그녀를 죽음에 이르게 한 악마가 됐다. 왜 그녀를 살피지 않았냐고, 왜 추모 메시지를 올려놓지 않았냐고… 설리와 이런저런 인연이 있는 이들의 SNS는 악플로 도배되고 있다. 설리가 악플 때문에 죽은 것이라며 또 악플을 달고 있다.

기사 조회수 경쟁에 빛을 잃은 언론 윤리도 고인의 죽음을 욕되게 하고 있다. 설리가 생전 주장한 여성의 노브라 권리와 가슴 노출 사고 등 자극적인 이슈를 짜깁기해 부고 기사에 내보내는가 하면, 알 권리를 빙자해 필요 이상의 취재 기사를 송고하며 유가족의 가슴을 아프게 만들고 있다.

설리의 죽음은 남녀 대결로, 누군가를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무분별한 기사로 소비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꽃다운 나이에 안타깝게 떠난 이의 죽음으로 누군가에게 활시위를 당긴다면, 그 끝에는 명복의 기도가 아닌 흉물스러운 악다구니만 남고 말 테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전화 ☎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 129, 생명의 전화 ☎ 1588-9191, 청소년 전화 ☎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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