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축구대표팀의 월드컵 예선, 이대로 괜찮은 것일까. 2차예선에서도 시원한 승리 소식을 전하지 못하는 벤투호에 대해 축구팬들의 실망의 목소리가 커졌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14일 열린 레바논과의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H조 원정경기에서 0-0으로 비겼다.

아쉬운 무승부였다. 한국은 FIFA 랭킹에서도(한국 39위, 레바논 91위) 상대 전적에서도(이날 경기 전 한국 9승2무1패), 조 순위에서도(이날 경기 전 한국 2승1무 1위, 레바논 2승1패 3위) 레바논에 앞서 있었다. 객관적 전력상 한국이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였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경기 외적인 변수는 있었다. 레바논은 정국 불안으로 극렬한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한국 대표팀의 안전이 위협을 받아 경기 전날에야 베이루트로 이동했고, 이날 경기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무관중으로 열렸다. 한국 선수들은 경기가 열린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의 그라운드도 한 번 밟아보지 못한 채 이날 경기를 치러야 했다. 잔디 상태는 엉망이어서 선수들의 패싱 플레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레바논과 비김으로써 한국은 지난달 15일 평양에서 열린 북한전 0-0에 이어 두 경기 연속 무득점 무승부를 기록했다. 평양 원정 당시에도 북한의 철저한 비협조로 무중계 무취재 무응원 상황 속 무관중이라는 '깜깜이' 경기를 치렀던 대표팀은 경기 외적인 면에서 마음고생을 했다.

일반적이지 않은 원정의 연속이었지만, 그렇다 해도 한국대표팀이 두 경기에서 한 골도 넣지 못하고 내리 비긴 것은 분명 심각하게 짚어봐야 할 부분이다.

레바논전 무승부로 승점 8(2승2무)이 된 한국은 H조 1위는 지켰다. 하지만 2위 레바논과 3위 북한(이상 승점7)은 물론 4위 투르크메니스탄(승점 6)의 추격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아직 2차예선이다. 한국은 월드컵 본선 10회 연속 진출을 노리는 자타공인 아시아 강호다. 이런 한국이 최종예선도 아닌 2차예선에서 상대를 압도하지 못하는 모습을 잇따라 보여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레바논전을 지켜본 축구팬들은 벤투 감독의 전략 부재를 많이 탓하고 있다. 현지 적응도 제대로 못했고, 엉망인 잔디상태를 직접 보고서도 선발 멤버 결정이나 빌드업 위주의 전술에 특별한 대비를 하지 않았다. 그저 평소 봐온 선수 능력만 믿고 잘 해주기를 바라는 것처럼 보였다. 천하의 손흥민이라도 패스 연계가 잘 되지 않고 형편없는 그라운드 사정으로 주특기인 돌파마저 여의치 않은 가운데 골을 넣거나 결정적 도움을 할 여건을 만들기는 어려웠다.

상대에 위협이 될 수 있는 공격수 황희찬과 김신욱을 후반에야 교체 투입했는데, 이기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면 처음부터 공격적인 선발진 구성을 했어야 한다는 비판도 있다.

비록 경쟁팀들의 추격을 따돌리지는 못했지만 한국이 2차예선 통과를 크게 걱정할 상황은 아니다. 올해 2차예선 일정을 마친 한국은 내년 3월부터 나머지 4경기를 치르게 된다. 원정은 최약체 스리랑카전만 남겨뒀다. 까다로운 상대인 북한, 레바논, 투르크메니스탄과는 모두 홈경기를 치른다.

문제는 북한, 레바논 원정에서 보여준 경기력으로는 최종예선에 가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는 점이다. 손흥민이란 특출난 공격수가 수비에 더 신경을 쓰게 만든다든지, 은퇴한 기성용 공백을 메울 중원 사령탑을 키워내지 못한다든지 하는 현 대표팀의 고민을 내년 2차예선이 재개될 때까지는 해결해 놓아야 한다.

물론 벤투 감독이 고민하면서 해야 할 일이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