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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토교통부 전경/사진=미디어펜. |
[미디어펜=손희연 기자]서울 강북권 최대어 재개발 사업지로 꼽히는 한남3구역이 혼란의 도가니다.
한남3구역의 시공권을 놓고 시공사들의 과열 수주전이 이어지자 국토부와 서울시가 칼을 빼 들었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합동점검 결과, 건설 3사 모두 현행법령 위반 소지가 있다며 입찰 무효를 조합에 시정조치하는 등 수사 의뢰에 나섰다. 건설사는 조합의 결정을 기다리겠다고 숨을 죽이고 한남3구역 조합원들은 사업 지연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서 전문가들은 한남3구역 시공사 '입찰 무효'라는 사태까지 온 데에는 국토부도 책임의 소지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의 하위법령이 허술하게 돼 있어 법적 잣대가 애매하다는 것이다. 법적 잣대가 모호하니, 건설사가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 입찰제안서를 작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국토부가 이를 방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 내에서는 도정법 하위법령이 허술해 혼란의 여지가 있다며 하위법령에 기재돼 있는 모호한 법적 기준을 구체적인 기준으로 보완해달라고 지난해부터 국토부에 계속 건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토부는 하위법령을 보완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도정법 하위법령을 빠른 시일 내에 보완해 명확한 법적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남3구역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의 위법 소지 논란이나 시장 혼란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국토부와 서울시가 한남3구역 합동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국토부와 서울시의 점검 결과, 건설사 3사의 입찰 제안서에 20여건이 도정법 132조의 '재산상 이익 제공 의사 또는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로 판단하고 수사 의뢰했다. 사업비와 이주비 관련해 무이자 지원은 재산상 이익을 직접 제공하는 것이고, 분양가 보장과 임대주택 제로도 간접적으로 재산상 이익을 약속이라고 본 것이다. 건설사의 혁신설계안도 서울시의 '공공지원 시공자 선정기준' 위반으로 의견을 모았다.
앞서 건설사 3사는 분양가 보증, 이주비 지원, 혁신설계안, 임대제로를 제안했다. 도정법과 도정법 하위법령 기준이 애매해 법적 잣대를 어떻게 두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어 혼란의 여지가 있다.
건설사 3사가 모두 제안한 이주비 같은 경우, 국토교통부 고시(2018-101호)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를 보면 재개발 사업장의 경우 이주비 지원에 제한이 없다고 명시한다. 재개발 사업에서는 추가 이주비 대여가 가능하다는 자의적 해석을 할 수 있다. 다만 정비사업비 점검 항목에 금융비용을 인근 사례 및 은행 대출 금리에 비해 적정선인지를 따져보게 돼 있다. 도정법 제132조 ‘그 밖의 재산상 이익 제공 의사를 표시하거나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에도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LTV 40% 이상의 이주비를 건설사가 무이자로 대출 지원하겠다는 것은 법령 위반의 소지가 높다. 현재 건설사들은 '이율'과 관련해서 입찰제안서에 구체적으로 제안하지 않은 상황이라 불법으로 단정 짓기 모호하다. 쉽게 말해 재개발 사업장에서 이주비 지원은 법적 제한이 없고, 금융지원 부분에 있어서만 위법 소지가 있다고 볼 수 있는 제한을 둔다.
GS건설·대림산업의 혁신설계안도 위법 소지 논란은 있을 수 있지만, 법적으로 따져 봤을때 법을 위반했다고 보기가 모호하다. 정부에서 규정한 법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서울시 조례('공공 지원 시공자 선정기준-공동사업시행 건설업자 선정기준')에 따르면 서울 정비사업 수주에 참여하는 시공사의 대안설계에 대해 ‘경미’한 변경만 허용한다고 명시한다. 서울시 조례를 따른다면 경미한 변경만 허용한다고 명시해 위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또한 혁신설계안을 위해 추가로 비용을 지원하는 거면 계약업무처리기준 상으로는 시공 관련과 별개로 볼 수 있어 위반으로 볼 수 있다.
GS건설이 제시한 3.3㎡당 7200만원(분양가 상한제 미시행시), 조합원 분양가 3500만원 이하 보장 제안 공약의 경우 관점에 따라 불법으로 판단될 여지가 있다. 도정법 제29조와 관련 ‘금품, 향응 또는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 의사를 표시하거나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재개발 사업성을 위해 조합원 분양가를 더 올려야 하는 상황에서 시공사가 그 차액을 부담하겠다고 한 것이라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 반대로 시공사가 조합원 분양가를 낮췄을 경우 사업 진행에 있어서 차익을 부담하지 않는다면 조합원에게 금전적 이득을 줬다고 보기가 애매해 법적 문제가 안 된다.
대림산업이 제안한 임대주택 제로도 국회 상임위 법상으로는 법적으로 제한을 받을 만한 소지가 없다. 현행 도정법 시행령에 따르면 재개발의 경우 정비사업자(조합)는 전체 가구 중 15% 이하를 임대주택으로 건립해야 한다. 해당 법은 2008년 국회 상임위의 대체안을 거쳐, 2009년 ‘국토해양부장관, 시·도지사, 시장·군수 또는 주택 공사 등은 조합이 요청하는 경우 주택재개발사업의 시행으로 건설된 임대주택을 인수하여야 한다’고 개정됐다.
즉 조합이 요청하면 공공의 요청에 따라 매입해야한다는 의무 규정은 있지만, 공공에 임대주택을 강제로 매각하거나, 임대주택을 무조건 처분해야하는 강제 규정이 없다. 공공주택 인도는 임의, 인수는 의무로 규정돼 있는 셈이다. 이에 대림산업의 자회사 대림AMC가 임대 가구로 잡혀 있는 876가구를 매입해 민간임대를 하겠다는 것은 법적으로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
업계 내에서는 법적 잣대가 모호해 건설사들이 자의적인 법 해석으로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 가면서 입찰 제안서를 작성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법망이 허술하니 도정법 위반에 관한 처벌 규정도 강화됐음에도 무리한 입찰제안서를 요구에 나서는 것이고 솜방망이 처벌로 그친다는 것. 업계 한 관계자는 "법망이 허술해 자의적인 법 해석으로 교묘하게 법망을 피하게 되고, 특히 법령 위반 소지가 있는지 없는지 논란까지 일고 있는 것이다"며 "법망이 허술하니 정부가 시정조치를 내리거나 수사를 의뢰하는 등 처벌에 나선다고 해도 결국 솜방망이 처벌에만 그치는 것이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도정법 하위법령 보완과 관련해 국토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업계 내에서는 도정법 하위법령을 보완해야한다고 요구하고있지만 국토부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국주택협회 한 관계자는 "하위법령이 허술한 점이 많아 논란이 생기고 혼란이 일고 있는데, 하위법령에서 명시하고 있는 모호한 기준을 구체적인 기준으로 보완하자고 국토부에 계속 건의 해왔지만 바뀌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하위법령은 현실적으로 모호한 기준이 많기 때문에 구체적인 기준으로 보완해야하고, 무엇보다 현실적으로 사회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하위법령이 바꿔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도정법 하위법령과 관련해 보완점이 필요한 사안은 수용해, 검토를 할 것이다"며 "다만 검토를 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시일이 걸리는 일이기 때문에,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손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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