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한진 산업부 기자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52시간 근무제가 되면서 연구개발(R&D) 속도가 예전만 못해요. 앞으로가 걱정입니다.”(A부품업체 관계자)

“사농공상(士農工商)도 아니고 왜 기업들을 자신들의 발밑에 두려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B재계 관계자)

정치권과 기업 간 ‘믿음의 고리’가 점점 약해지고 있다. 정치권은 기업을 여전히 자신들의 입맛대로 컨트롤할 수 있는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 규제의 벽은 좀처럼 낮아지지 않고, 이해관계자들의 눈치를 보느라 혁신 산업은 설 자리를 못 찾고 있다.

기업들은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를 통해 다시 한번 답답함을 호소했다. 경제 관련 법안들이 정치논쟁, 이해관계자의 반대 등으로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기업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는 모양새다. 특히 ‘규제개선 법안’과 ‘근로시간제 보완’ 등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대한상의가 국내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대 국회에 대한 기업인식과 향후과제’조사에서 기업들은 사실상 ‘성적 미달’ 판정을 내렸다. 경제분야 입법은 4점 만점에 평균 1.66이 나왔다. C와 D학점 사이다. 대정부 감시·견제 분야(평균 1.95)와 사회통합 및 갈등해소(1.56) 등의 분야도 모두 C학점 이하 점수가 나왔다.

대내외 여건 악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기업들은 불확실성 확대에 근심이 크다. 내년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경제 법안 등에 발목이 잡혀 성장동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걱정이다.

더 큰 우려는 내년 총선이 다가오면서 기업 관련 정책이 2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것이다. 표심에 집중하고 있는 정치권이 기업 때리기의 강도를 더 높일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경제성장률 등 각종 지표가 경고음을 내는 가운데 기업들은 숨 쉴 구멍조차 찾기 힘들 수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등 시장의 판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일본 등 경제대국은 물론, 동남아시아 국가들까지 ‘친기업 정책’을 표방하며 경제 성장에 집중하고 있다.

   
▲ 국회의사당 전경 /사진=미디어펜

최근 방한한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수반들은 각종 인센티브를 제시하며 우리 기업 유치에 열을 올렸다. 우리 기업들이 보유한 기술과 인프라를 통해 자국 경제 성장에 시너지를 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기업 경쟁력은 국력이나 다름없다. 외국 정부와 기업들이 우리 정부·재계 관계자들을 만나는 것도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계산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들이 미래 시장에서 뒤처지면 대한민국의 주목도 역시 자연스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치권과 기업의 엇박자가 계속되면 대한민국호는 불확실성의 바다를 헤쳐나가기 어려울 수 있다. 미·중 무역전쟁, 일본의 경제보복이라는 파도가 언제 더 높아질지 모른다. 첨단기술 패권을 두고 경쟁하는 국가들은 우리 기업을 조준하고 있다. 이제 믿음과 신뢰가 밑바탕 된 유기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더 머뭇거리면 대한민국호는 망망대해에서 표류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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