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손혜정 기자]자유한국당을 패싱한 4+1 협의체 예산안 수정안이 지난 10일 밤 본회의에 강행처리된 가운데,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 간의 극한 대립이 예상된다.
민주당 측이 "한국당에 시한을 더 줘 충분한 협상을 하고자 한다"며 지난 11일 예정이었던 본회의를 연기했지만 실상은 4+1 협의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안에서도 선거법 세부 사항을 두고 합의 진전이 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선거법 개정안 쟁점에 관심이 모아진다.
선거법 개정안 원안의 핵심 내용은 △선거권 19세 이상에서 18세 이상으로 연령 하향 조정 △국회의원 정수 지역구 225명, 비례대표 75명으로 조정 △지역구 당선자 확정 후 비례대표 의석 수 정당 득표율에 50% 비례해 배분(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석패율제 도입이었다.
다만 '호남계' 야당들이 호남 지역구 축소를 강하게 반대했기 때문에 그동안 4+1 협의체는 지역구를 현재보다 3석 줄인 250석, 비례대표를 3석 늘린 50석으로 각각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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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왼쪽부터), 유성엽 대안신당 대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조배숙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김관영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패스트트랙 법안과 예산안을 다룰 '4+1' 협의체 회동을 갖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앞서 협의체는 '지역구 250석·비례대표 50석, 연동률 50% 적용'안으로 잠정 합의하고 곧바로 호남 지역구 축소 최소화를 위한 방안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의체 참석자는 지난 10일 한 언론에 "선거구 획정 인구 기준을 3년 평균치로 산출하는 내용의 부칙을 만들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선거일 전 15개월'을 인구 기준으로 삼도록 하고 있어 2019년 1월 31일이 내년 총선을 위한 지역구 획정 기준일이다. 이를 적용할 경우 호남에서는 전북 익산갑, 전남 여수갑 등 2곳이 하한 인구에 미달해 통폐합 대상에 오른다.
그러나 협의체가 자의적으로 변경한 인구 기준일 '2017년 7월'을 적용하면 통폐합은 없고 호남 지역구는 유지된다.
개정안의 또 다른 핵심 쟁점인 '연동형 캡(cap)'과 '석패율제'는 협의체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비례대표 50석 중 절반은 '캡'을 씌워 25석에만 50% 연동률을 적용하는 준연동형으로 배분하고 나머지 25석은 현행 선거법처럼 병립형으로 배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에 군소 야당은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명목상으로만 연동률 50%를 유지하는 것이지 결국 실질적으로는 연동률을 약 30%로 낮추게 되기 때문이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캡'을 씌운다는 안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을 야기하는 것의 저의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야 4당은 그에 대해 절대 동의할 수 없으며 언감생심 꿈도 꾸지 말라는 것을 말씀드린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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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교안 한국당 대표와 의원들이 패스트트랙 반대를 위한 피켓을 들고 있다./사진=자유한국당 제공 |
또 지역구에서 아깝게 당선되지 못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당선될 수 있게 하는 석패율제도와 관련해 민주당은 '권역별 석패율제'를, 군소 야당은 전국단위의 석패율제를 주장했다.
군소 야당은 지역별로 후보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 원안보다 이미 비례대표 의석 수 자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석패율제를 전국단위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전국단위의 석패율 제도를 도입할 경우 당선 가능성이 높은 비례대표 순번에 열세지역의 석패율 적용 후보자를 배정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군소야당이 불리한 지역에 국회의원을 당선시킬 수 있는 수단이 된다.
반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후보 경쟁력이 있는 거대정당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 다만 '2중대' 등장 가능성이 높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애초에 지역구 의원 당선이 어려운 정당에 원내 진입을 수월하게 하는 제도다. 거대정당은 이들을 이용해 군소정당과 연합, 지역구는 자기 당을 찍고 정당투표는 군소정당을 찍게 하는 '꼼수'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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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일 밤 민주당은 제1야당과의 협상을 엎고 4+1 예산안 수정안을 본회의 표결에 밀어붙였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이를 본회의에 상정하자 한국당 의원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현재 4+1 협의체 자체가 가담하는 정당 모두 한국당보다는 민주당에 상대적으로 협조적이기 때문에 한국당은 "4+1 협의체는 민주당과 2중대 3중대 4중대의 다당제 연합 밑그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선거법 개정에 대해서도 "여당과 그에 붙어 기생하는 군소정당이 가장 나쁜 방식으로 좌파독재를 연장하기 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라고 맹비난했다.
이와 관련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원천 무효와 더불어 선거법 개정안 자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다만 한국당 신임 원내대표 선출에 따라 한국당의 협상 참여가 변수로 작용될 전망이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공수처법과 달리 선거법에 대해서는 다소 협상의 여지를 보인 바 있다. 그는 지난 9일 원내대표 당선 소감으로 "반대다. (그러나) 무작정 반대만 하는 건 아니고 수정안 잘 살펴보겠다. 의견 잘 모아서 합리적으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심 원내대표는 또 12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마지막까지 대화의 끈 놓지 않겠다"며 민주당을 향해 "전향적인 태도로 한국당 앞에 당당히 나와라. 그게 정권 몰락을 막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당은 아직 패스트트랙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는 철회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나 임시국회 본회의가 연기된 만큼 여야가 물밑으로 패스트트랙 법안의 협상 가능성을 타진해 조정국면을 가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미디어펜=손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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