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부 관계자 "스마트 팩토리 도입한 기업, 고용 늘어"
인더스트리 4.0 도입한 기업 관계자 "인력 감축이 핵심"
'사람 중심 경제' 외치며 4차산업혁명? '사짜산업혁명' 불과할 것
   
▲ 박규빈 산업부 기자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1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헤닝 카거만 독일 공학한림원 회장과 만남을 갖고 4차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양국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독일 브라운슈바이히기술대학교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교수로서 물리학과 컴퓨터공학을 가르쳤던 카거만 회장, 그는 4차산업혁명의 시초인 독일 '플랫폼 인더스트리 4.0(Plattform Industrie 4.0)'의 주창자다. 그런만큼이나 4차산업혁명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높은 인물이다.

카거만 회장은 이날 "플랫폼 인더스트리 4.0은 단순히 자동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의 기획·설계·생산·유지보수 등 제조업의 전체 수명주기에서 데이터를 지능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중소기업은 스마트공장을 도입해 단순 반복 작업은 줄이고, 사람이 더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는 재량을 얻을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스마트공장을 어떻게 활용해 작업을 개선하느냐에 따라 경쟁사와 차별되는 포인트를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말했듯 플랫폼 인더스트리 4.0은 생산 기계·공정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데이터를 교환하고, 지능적으로 네트워킹해 생산을 최적화시키는 개념이다. 그런데 과연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카거만 회장과 만나서 4차산업혁명에 대한 이해를 제대로 하고 오긴 했을까.

유감스럽게도 박 장관은 전혀 그렇지 않았으리라 추측된다. 중기부는 올해 '노동친화형' 시범 스마트 팩토리 구축사업을 진행한다며 참여기업을 모집한다고 공고를 낸 바 있다. 이 당시 중기부 관계자는 "5003개 기업을 대상으로 전문조사기관인 윕스에 용역을 맡겨 전수조사를 해보니 지난 5월 기준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하면 고용이 평균 3명 늘어나는 등 고용 창출 효과가 증명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인들은 자동화에서 스마트화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고 인식하고 있는데, 둘은 엄연히 다른 것"이라며 "스마트화가 고도화되면 자동화도 따라오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생산의 디지털화를 통해 에러를 찾고 데이터를 분석하는 게 스마트화지, 생산 자동화 여부는 스마트화와 전혀 관계 없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과연 그런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플랫폼 인더스트리 4.0을 도입해 국내에 진출한 독일 기업에 다니는 한 직원은 중기부의 이 같은 설명에 "플랫폼 인더스트리 4.0은 자동화에 네트워크화가 결합된 것이고, 핵심은 인력 감축"이라며 펄쩍 뛰었다.

그는 "카거만 회장이 언급한 '데이터를 지능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공장 내 인원을 줄여나가는 것을 의미하고, 이에 따라 우리 회사도 생산 인력을 지속적으로 감축해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 회사에선 제품 생산 과정 중 부품 전달 역시 기계들이 적재적소에 알아서 갖다 둬 공장 내 인원이 해가 갈 수록 줄어든다는 전언이다. 

이어 그는 "CNC(자동화) 장비에 ICT를 적용해 스마트화 한다는 건 들어봤지만 스마트화가 자동화에 선행한다는 말은 처음 들어본다"며 "박영선 장관을 비롯한 중기부 관계자들은 현장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면서 한가롭게 탁상공론이나 펼치고 있다"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공장 관계자는 스마트 팩토리 도입 시 인력이 늘었다는 것에 대해 "이 경제난 속에 인력을 더 충원해도 잘 나갈 수 있는 기업들만 지원하기 때문에 정부 고용 지표가 좋을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사실상 정부 입맛에 맞는 기준만 내세워 그 기준에 부합하는 기업만을 대상으로 통계를 내는 등 '꼼수'를 부려 스마트 팩토리에서 고용 창출이 늘어났다는 기형적인 결과가 도출된다는 것이다.

독일 인더스트리 4.0 최고 권위자와 만나봤다는 박영선 중기부 장관, 현장을 제대로 돌아봤으며 목소리는 들어봤는지 의문이 드는 부분이다. '사람이 먼저'라며 근본 없는 '사람 중심 경제'를 외치고, 스마트 팩토리를 도입하면 고용인원이 평균 3명 늘 것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한국형 4차산업혁명'은 분명 '사짜산업혁명'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