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손혜정 기자]자유한국당 투톱(황교안 대표·심재철 원내대표)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본회의 통과와 관련해 '리더십 부재'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가치 정립에 있어 타협 없이 오히려 지금의 '전투 모드'를 총선까지 끌고 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당을 제외한 4+1 협의체의 주도로 지난 30일 본회의에서 공수처법이 강행 처리되자 일각에서는 한국당이 무대책, 무전략으로 일관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또한 "자당 대통령을 탄핵시킬 때는 선수였는데 여당과 싸울 때는 무기력한 모습"이라는 조롱도 터져나왔다.
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불법 날치기에 분노한다"며 '의원직 총사퇴'를 결의했지만 "현실성과 실효성도 없고 적시도 놓쳤다"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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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교안 한국당 대표(오른쪽)과 심재철 원내대표가 지난 30일 의원총회 회의장으로 입장하고 있다./사진=자유한국당 |
황 대표는 패스트트랙에 오른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2대 악법'으로 규정하고 "목숨을 걸고 막아내겠다"며 "나를 밟고 가라"는 결기를 보였지만 패스트트랙 정국을 결국 반전시키지는 못했다.
심 원내대표도 이달 초 한국당 신임 원내대표 경선에서는 자신의 '전투력'을 어필했지만 국회선진화법 위반을 염두에 둔 듯 본회의 강행 처리에 적극적인 저항 행위는 하지 않았다는 일부의 평가를 받았다.
당내에서는 바른미래당의 공수처법 '이탈표' 가능성이 보이자 권성동 의원을 비롯해 11명의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른바 '권은희안' 찬성·협상론 기류가 형성되기도 했다. 그러나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에서 황 대표 등의 강경론에 묻혀 "공수처법 무기명 표결 방식 없이는 '권은희안'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으로 모아졌다.
황 대표는 국회에서 공수처법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일관된 원칙이 중요하다"고 일축하며 '공수처는 무조건 반대'라는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권은희안도 부결됐으니 당론은 틀린 선택이 아니었다.
이와 관련해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목숨 걸고 막는다고 수차례 공언하더니만 무기력하게 모두 줘 버리고 이젠 어떻게 할 거냐. 뭘 믿고 여태 큰 소리 친 거냐. 답답하고 한심하다"며 "야당의 존재 가치가 없다면 오늘 밤이라도 모두 한강으로 가라"라고 날을 세웠다.
반면, 일각에서는 "어차피 예정된 수순이었으며 일관성 있는 원칙과 가치를 중심으로 싸우는 게 맞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한 정치 평론가는 "공수처는 통과 안 시키는 게 제일 좋고 통과되더라도 계속 싸워서 싸움의 전선을 계속 확대하고 강화해가야 한다"며 "그래서 4.15 총선에서 이겨야 한다. 절대 다수가 돼서 공수처법은 엎어야 한다"고 강경하게 주장했다.
이어 그는 "권은희안에 독소 조항이 빠졌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권은희 안은 △검찰 외에 검찰을 두어 헌법의 '수사 기소 및 인신구속에 관한 원칙'을 파괴 △경찰 등으로부터 무제한 파견을 받을 수 있어 예산과 인원 통제를 벗어난 공룡조직 탄생 가능성과 '견제와 균형'이라는 헌법 원리를 파괴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같은 좌경향 변호사들의 공수처 장악과 하극상의 우려를 낳는 '이의권' 보장 등 자유민주주의 헌법 가치 파괴를 해결한 것이 하나도 없다"고 예리하게 지적했다.
그러면서 "독소 조항이 하나도 안 빠졌는데 권은희안으로 협상해야 했다는 식의 바람잡이는 당의 정체성과 역동성을 근본부터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공수처 자체가 독소"라고 덧붙였다. 자칫 권은희안에 찬성표를 던졌다가 부결되면 공수처 설치를 원천적으로 반대해온 한국당이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었을 것이라는 우려다.
임종화 청운대 교수는 "지금 투톱에 책임을 일괄 묻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며 "사실 지금까지 패스트트랙 정국을 꼬이게 끌어온 건 나경원 전 원내대표"라고 지목했다.
또 임 교수는 "권은희안은 절대 찬성해서는 안 됐다"며 "권은희안 찬성론은 어느 지역구를 받아도 당선된다는 보장이 없는 이른바 탄핵찬성파들이 정치 생명을 유지하려고 보이는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그는 "지금 한국당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분노하는 게 아니라 아예 절망 수준"이라며 "(한국당이) 여태까지 싸워야할 때 싸우지 않고 문제 제기해야 할 때 문제 제기하지 않는 모습이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미 경쟁력을 완전히 상실한 제1야당의 모습을 언론에서 더 부각시키는 것 같다"고 한국당에 대한 보도의 프레임을 지적하며 "어쨌든 정당 정치 구조에서는 민주당도 한국당의 존재가 없으면 안 되는 것이고 이왕 전투력에 불을 지폈으니 한국당이 4월 총선까지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손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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