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관법 위반 기업에 매출 5% 이내 과징금 부과
전삼현 교수 "화관법, 중소기업에 치명타 될 것"
   
▲ 화학공장./사진=구글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중소기업들이 화학물질에 관한 법률 조항들로 인해 사업을 못하고 있어 관련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화학물질관리법 시행규칙(화관법)의 엄격한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기업들은 시설 개선이나 벌과금을 납부해야 한다.

화관법은 기존 선진국들이 유해물질에만 적용하던 화학물질 관리체계를 전체 화학물질에 확대적용하면서 우리나라 역시 대열에 발 맞춰야 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가습기 살균사건도 이 법이 도입되는 데 한 몫 했다. 그렇다면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 산업계 전반의 입장은 반영하지 않고 처벌하는 데에만 중점을 뒀기 때문이다.

   
▲ 박천규 환경부 차관(오른쪽에서 둘째)이 지난해 7월 29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환경정책협의회'에서 모두발언하는 모습.


지난해 7월 29일 중소기업중앙회는 환경부와 공동으로 '중소기업환경정책협의회'를 열고 한국표면처리공업협동조합과 한국패션칼라산업협동조합연합회의 의견을 수렴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상오 한국표면처리공업협동조합 전무는 "화관법에 따라 총 413개의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배치·설치·관리기준이 사업장 규모에 관계없이 일괄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규모가 영세한 중소기업들은 시설개선 비용을 지불하느라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이 전무는 환경부 관계자에게 사업장 규모에 따른 취급시설 기준 차등 적용을 건의하기도 했다.

413개의 기준을 들여다보기 전에 화관법 전반을 살펴봤더니 6장 61조로 이뤄져 읽기 힘들 정도로 목차부터 한가득이었다. 기본적으로 이 법의 취지는 안전사고를 막는 등 산업 현장에서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함에 있다. 그러나 이 법은 중소기업들에겐 사실상 적용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현행 화관법 제21조(취급시설의 배치·설치 및 관리 기준)는 방류벽이나 실내 탱크 간 거리 등을 1.5m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중소기업들은 규모가 작기 때문에 물리적 공간을 늘리고 싶어도 쉽게 행할 수 없는 실정이다. 환경부는 화관법을 통해 유해화학물질 영업허가 취소에 관한 권한도 갖고 있고, 과징금 부과도 가능하다. 과징금 수준은 매출액의 5% 수준 이내에서 결정된다는 설명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동법 제25조는 취급시설 개선명령을 담고 있다. 개선명령서를 받은 기업은 취급시설 개선명세서와 이행계획, 공사비, 이행 기간 동안의 유해화학물질 안전관리계획안을 지방환경관서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동법 제30조의 2는 화학물질을 온라인 판매하는 경우 구매자의 실명과 연령 확인 등 본인인증 확인 책임을 지우고 있다. 제33조는 유해화학물질관리자 선임 기준에 대해서도 명시해뒀고, 관리자 역시 누구인지 지방환경관서장에게 신고토록 하고 있다. 사적 영역에까지 법이 지나치게 관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삼현 숭실대학교 국제법무학과 교수는 "화관법은 소비자를 위해서 존재해야 하는 법"이라면서도 "한국의 화관법은 산업 육성이 아닌 규제를 위한 악법"이라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해당 법률 내 조문 수가 너무 많아 관련 산업 성장을 가로막게 될 것"이라며 "법 도입 목적이 기업 징벌에 있어보여 중소 화학기업들에겐 치명타로 작용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 교수는 "대기업의 경우 해외로 나가면 그만이지만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들은 독자 생존하기에도 벅차다"며 "상생법상 기술 유용 논란이 일 가능성이 커 하청을 주고 받고 하기도 힘든 상황"이라며 과감한 규제 완화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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