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에 러블콜 보냈던 유승민, 이제는 입지 약화 우려?

"안철수 새정치 CEO 유통기한 지나...원래부터 큰 영향력 없어"
[미디어펜=손혜정 기자]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본격적인 정계 복귀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중도·호남 외연 확장의 역할로 기대가 집중됐던 안 전 대표에 대해 정치권의 시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는 형국이다.

안 전 대표는 지난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을 담은 저서 '안철수, 우리의 생각이 미래를 만든다'를 오는 22일 출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2일 정계 복귀를 선언한 SNS 메시지, 8일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을 통해 당원들에게 보낸 신년 메시지, 9일 안철수계 의원들이 주최한 정치개혁 토론회에 보낸 영상 축사, 10일 신간 출간 발표 등 차근차근 정계 복귀의 수순을 밟고 있다.

   
▲ 안철수계 의원들이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 정치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 안철수 전 대표의 영상메시지를 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아울러 안 전 대표는 복귀 선언과 함께 최근 정치권 화두인 '보수 통합'의 대상으로 '핫하게' 떠오르며 중도·호남의 세력을 확장시킬 수 있다는 일종의 매개 역할로 기대가 모아졌다.

중도·보수 통합 세력이 지난 9일 통합 신당 추진을 목표로 출범한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 위원장 박형준 동아대 교수는 안 전 대표의 합류 가능성에 대해 "그것이야말로 통합의 가장 큰 목표"라고 언급한 바 있다.

박 위원장은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안 전 대표의 추구 가치가 "헌법 가치라는 틀 속에서 다 통합될 수 있다"며 안 전 대표를 공식적인 통합 협상 대상으로 보았다.

그러나 안 전 대표에 대한 정치권의 꺼풀이 며칠 사이 조금씩 벗겨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안 전 대표의 정계 복귀 선언에 대해 "환영한다"고 말했던 유승민 새보수당 의원은 박 위원장이 "안 전 대표를 포함한 대통합 신당을 추진한다"고 발언한 대목에 선뜻 웃을 수 만은 없는 모양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3원칙 공개 수용' 없이는 혁통위 참여를 유보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새보수당 측에서는 일부 "대통합 테이블에 앉지도 않은 안 전 대표가 왜 튀어나온 건지 이해가 안 된다"는 입장이다.

또한 유 의원은 혁통위위 대통합 신당 추진 소식에 "일방적으로 발표부터 하고 따라오라는 식의 신당 추진이 어딨냐"며 격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유승민계가 공천 등 지분 확보를 위해 '혁통위 같은 테이블보다 한국당과의 1대1 통합 구도를 더 선호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 의원으로서는 '자신보다 중도의 이미지를 갖는 안 전 대표가 합류하면 입지가 약화될 것을 우려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중도·보수 통합의 한 축이 될 것으로 관심이 모아졌던 안 전 대표가 도리어 중도·보수 분열의 지렛대가 될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나아가 학계에서는 "원래부터 안 전 대표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조건이 아니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임종화 청운대 교수는 "안철수는 오히려 변수가 아닌 도구(Tool)로써 사용될 소지가 다분했다"며 "안철수를 통합 대상으로 봤다기보다 그를 이용해 '통합 안 하면 개혁·혁신 아니고 친박이다' 프레임을 씌워 당권을 쥐려는 듯한 모습이 (한국당과 새보수당에) 보였다"고 설명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이날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그 사람(안철수)이 했던 '새정치'라는 CEO 역할도 유통기한이 지났다"며 "정치권에 다시 들어온다 해서 막상 그렇게 큰 영향력을 발휘할 조건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신 교수는 "지금 호남은 안철수에게 안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중도'에 대해서도 "문재인 정권이 양극화를 만들어버렸다"며 중도·보수 통합의 가능성을 낮게 바라보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오히려 "반문연대라고 하면 된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안 전 대표 정계 복귀 선택지에서 호남계와의 재결합은 지워진 모습이다.

이른바 '호남계 거두'로 불리는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에서 안 전 대표를 두고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며 "호남에서 한 번 속지, 두 번 속느냐"고 말해 재결합 불가를 확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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