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정부의 ‘엄포성’ 발언으로 현실화 가능성은 낮다"
실현될 경우 긍정적 효과보다는 가격 폭등 등 부작용 더 커
   
▲ 항공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전경 /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홍샛별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시장 안정화 의지를 확고히 함에 따라 청와대 참모진 역시 연일 추가 부동산 대책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시장에서는 초고강도 부동산 규제 정책인 ‘부동산 매매 허가제’ 카드까지도 꺼내들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 15일 오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정부가 검토해야 할 내용이겠지만 비상식적으로 폭등하는 특정 지역에 대해서는 매매 허가제를 둬야 된다는 발상을 하는 분들이 있다”라고 말했다. 

강 수석은 이어 “부동산을 투기적 수단으로 삼는 사람들에게는 매매 허가제까지 도입해야 되는 거 아니냐는 이런 주장에 대해 우리 정부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강 수석이 언급한 부동산 매매 허가제는 말 그대로 주택을 거래할 때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다. 사유 재산권과 거주 이전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상당해 노무현 정부 당시 ‘주택 거래 허가제’라는 이름으로 도입이 추진되다 무산된 바 있다. 

차선으로 2004년 3월부터 주택거래신고제가 시행됐다. 거래대상자의 인적사항, 계약 체결일, 자금조달계획 등을 제출하는 주택거래신고제는 지난 2015년 7월에 폐지됐다가 2018년 8월 다시 부활했다.

강 수석의 발언을 두고 파장이 일자 청와대는 ‘개인 의견일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청와대가 고강도 규제를 이어갈 뜻을 전한 만큼 시장의 불안감은 커져가고 있다. 

실제 김상조 정책실장도 최근 라디오에서 “경제학적으로 정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정책 메뉴를 지금 제가 다 갖고 있다”면서 “지난해 12월 16일 부동산정책 발표에 정부가 지닌 카드를 전부 소진한 게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시장의 반대가 불보듯 뻔한 상황인만큼 정부 내에서도 신중론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14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주택거래 허가제를 하겠다고 하면 난리가 날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김 장관은 또 “주택거래 허가제를 하지는 않지만 지금 고가 주택을 구입할 때 자금 출처 등을 꼼꼼하게 보고 있다”면서 “부정한 방법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정부가 꼼꼼하게 보겠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매매 허가제는 집값 안정을 위한 정부의 ‘엄포성’ 발언으로 현실화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이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교수는 “전 세계에서 자유시장경제를 택한 나라 가운데 부동산 매매 허가제를 시행하는 나라는 없다”면서 “비슷한 형태의 제도를 운영하는 유일한 곳이 베네수엘라”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부동산 매매 허가제가 실현될 가능성은 낮다”면서 “자금조달계획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만일 허가제가 시행된다고 해도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권 교수는 “허가제가 시행된다고 하면, 시행 전 주택을 구입하려는 수요자가 몰리면서 오히려 가격이 폭등할 것”이라면서 “허가제 시행 이후에는 허가를 받기 위한 각종 비리들이 생겨날 수 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의 김인만 소장도 “허가제 시행 직전 수요가 폭발하며 가격 역시 큰 폭으로 뛸 것”이라면서 “허가제 역시 강남 등지에 핀셋 적용할 가능성이 높은데 잇따른 규제책으로 현재 강남 등지의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허가제 도입의 큰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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