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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1단계 무역 합의안에 서명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류허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 겸 부총리./사진=VOA 캡쳐 |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 합의안에 서명했다. 이 합의를 통해 중국이 무역전쟁에서 사실상 미국에 패배했다는 평가가 나옴과 동시에 국내 대중(對中) 수출기업들에게는 다소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무역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류허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 겸 부총리가 워싱턴 백악관에서 1단계 무역 협정문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인사하며 "우리는 오늘 공정하고 상호 호혜적인 무역의 미래를 위해 중국과 이전에 해본 적 없는 중대한 발걸음을 내디뎠다"고 말했다.
시진핑 주석은 "미국 역시 중국 기업들을 공정하게 대해달라"며 "(미국과)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답했다. 류 부총리 또한 "미·중 양국이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미·중 양국은 협정문에 미국이 약 1200억달러 규모의 대(對)중국 관세율을 현행 15%에서 7.5%로 인하한다고 명시했다. 이와 관련, 미국이 당초 지난해 12월에 부과하려던 관세 1560억달러는 보류하기로 했다. 기존 2500억달러 규모에는 25% 관세가 유지된다.
시장은 중국이 패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96페이지에 달하는 협정문 중에는 '중국이 향후 2년 간 2000억달러(약 232조원) 규모의 미국 상품과 서비스를 추가로 구입한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세부적으로는 공산품 777억달러, 농산물 320억달러, 에너지 524억달러, 서비스 379억달러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바잉 아메리칸(Buying american)'의 시작이다. 업계 관계자는 "2017년 대비 대미 수입량 50% 확대하는 효과"라고 설명했다. 합의안에 따라 중국은 첫해인 올해 767억달러, 내년엔 1233억달러 수준의 미국산 상품 및 서비스를 수입해야 한다.
중국은 이번 합의를 통해 금융시장 역시 개방·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미국 시중은행과 보험사 등 금융서비스 업계의 중국 진출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중에는 미국 신용카드사 및 신용평가사의 영업 신청에 대해 빠르게 검토하는 내용도 있다.
환율 정책과 관련, 환율조작국 논란이 일었던 중국은 위안화 가치 평가절하나 지속적인 외환시장 개입을 하지 않겠다고도 다짐했다. 외환 데이터를 정기적으로 공표하는 등 투명성 개선에도 힘쓴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협정문에는 지식재산권과 기업 기밀 보호에 관한 내용도 포함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협정문에는 기업 영업기밀 절취를 막아야 하며, 이 같은 일이 발생했을 경우 처벌한다는 문구가 '강한 어조'로 적혀있다"고 전했다.
미·중 양측은 지재권의 공정하고 적합하며, 효과적 보호와 집행을 보장한다는 것에도 합의했다. 아울러 규제 당국 승인 또는 영업인가를 이유로 기술 이전 압력을 행사하거나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도 담겨있다.
이 때문에 미국 기업들이 중국 사법당국에 중국 기업의 기업 기밀 탈취에 관해 형사재판을 요구하기가 쉬워질 것이라는 게 WSJ의 분석이다.
이 같은 미·중 양국의 합의에 국내 수출기업들에겐 호재로 작용할지의 여부가 관심사다. 답은 호재로 작용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1단계 무역합의로 불확실성이 다소 걷히고 국제 무역이 다시금 활기를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서는 파국을 막기 위한 '미봉책' 내지는 '휴전' 수준으로만 평가하고 있다. 우선 1단계에는 합의를 이뤄냈지만 2단계 합의에는 미국과 중국 양국 간 이견이 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관계자는 "세계 경제에서 가장 큰 불확실성 중 하나였던 미·중 무역전쟁이 일단락 됐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미·중 양국 간) 1차 합의가 국내 수출기업들에 긍정 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를 따지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못박았다.
그는 "협정문의 골자는 중국이 대(對)미 수입량을 늘린다는 것인데, 수입 총량의 한계가 있는 만큼 다른나라로부터의 수입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시사했다. 이어 "중국 수입량 1위인 우리나라 기업에게도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2단계 무역 협상도 하겠다고 천명했지만 1단계에 대해 중국이 제대로 이행한다는 조건이 붙어있다"며 1단계 합의에 이르기 까지도 1년 반 가량 걸렸고, 미국 대선과 같은 굵직한 이벤트도 있으며, 중국이 제대로 약속을 지킬지도 의문"이라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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