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손혜정 기자]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가시적'으로 차기 대권 주자 2위의 자리를 내준 여론조사 결과가 지난달 31일 발표됐다. 이러한 현상과 관련, 정치권에서는 "제1야당이 대정부 견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세계일보가 이날 발표한 '리서치앤리서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에서 윤 총장은 10.8%의 지지율을 얻었고, 황 대표는 10.1% 지지율을 기록했다. 오차범위 내의 결과이기에 2위와 3위를 따지는 게 무의미하지만, 국민들의 정서는 '윤석열이 2위, 황교안이 3위'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
윤 총장은 무당층 내에서 15.8%, 새로운보수당 지지층 내에서는 28.9%, 한국당 지지층에서는 19.6%의 지지를 얻어, 중도층에 이어 보수층에서도 의미 있는 수치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앞서 윤 총장이 차기 대권 후보군에 등장한 것은 지난달 17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다.
당시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 총장은 1%대의 지지율을 얻어 △이낙연 전 국무총리(24%) △황 대표(9%)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4%) △이재명 경기도지사(3%) △박원순 서울시장·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이상 2%) 등과 경쟁했다. 유승민 새보수당 의원·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같은 지지율이었다.
이러한 현상은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검찰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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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검찰총장(왼쪽)과 황교안 한국당 대표./사진=(왼쪽)연합뉴스 (오른쪽)자유한국당 |
윤 총장이 실제 정치에 뜻을 품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제1야당의 대표가 차기 대권 후보 1위인 이 전 총리와의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한 데다 정치인도 아니고 대권에 대한 그 어떤 의지도 보인 적이 없는 검찰총장과 경쟁하는 현상은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윤 총장은 이변이 없는 한 신분의 보장으로 향후 1년 반 임기 동안 현 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실효적 능력을 가졌으며, 이에 따라 정부·여당 발 비리 의혹을 직접 기소하는 등 '유일하다'고 볼 수 있는 '실효적 힘'에 시선이 몰려간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현 정부·여당에 대한 제어 역할을 "한국당과 야권이 효율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보수와 중도층의 평가가 역력히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검찰이라도 '최소한'의 대정부 견제 역할을"하는 데에 대한 국민의 지지와 힘이 실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윤석열이 국민 앞에 등장한 것은 응징자의 모습이었을 뿐, 법의 공정성을 지키는 수호자로 비춰지는 것은 지나친 비약으로 평가해야 옳다"는 지적이다.
강규형 명지대 교수는 이날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윤 총장 대권 후보 2위는) 황교안 대표와 한국당이 너무 못하니 그나마 버텨주는 검찰에 대해 국민이 기대를 가지는 상황"이라며 "마냥 웃을 수만도 없는 기이한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검찰이 자기역할 하는 것에 대해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는 것은 지금 한국 사회의 비애"라고 덧붙엿다.
김행범 부산대 교수도 현 정권에 대한 실망이 한국당이나 황 대표에 대한 지지도로 전환되지 않고 윤 총장에게 몰리는 현상은 "현존 구도 유지적 자세를 취하며 제 개인 의석 지키기에 초점을 둔 한국당의 모습에 실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특히 보수 지지층 같은 경우 어느 특정 정치인 '개인'의 당선보다는 '보수 정당'이 승리하고 문재인 정권 견제 능력을 회복하기를 갈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한국당은 그 역방향으로 '제 자리 지키기'에 집중하고 있는 형국이며 구호 외에는 견제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양측의 이런 목표 차이 때문에 보수 지지층이 실망"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 보수 성향의 유권자는 "황교안 대표가 탄핵 찬성파들에 정치적으로 휘둘릴 이유가 없음에도 본인의 입지를 전혀 감지하지 못하는 것이 결국 여론 수치로 나타났다"며 "여론조사가 맞다면 황교안은 야당 대표로서의 자기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이라고 냉정히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윤 총장을 지지하는 일부 보수 지지층에 대해 "영웅적 인물에 대한 목마름이 과도해져 다져지지 못한 군중심리가 윤석열이라는 인물을 영웅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쓴소리를 내기도 했다.
한편, 황 대표는 윤 총장이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에서 자신을 제친 것을 두고 "좋은 일이다"라고 답하며 윤 총장을 '자유우파'라고 분류해 지칭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영입인재 환영식 행사를 마친 뒤 취재진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 자유우파가 여러 국민에게 많은 지지를 받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이런 인재들이 많이 나오기 바란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손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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