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타다 무죄 선고 2주만에 사실상 불법화
국토교통부, 개정안 법사위 통과에 "혁신적 모빌리티 서비스 기대"
대량 실직 예고되지만 그 누구도 책임 안 져
   
▲ 모빌리티 스타트업 타다./사진=VCNC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타다 금지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 재상정 논의를 앞두고 있다. 법원은 타다의 손을 들어줬지만 총선을 의식한 국회와 책임지기 싫어하는 공무원들의 보신주의 탓에 애먼 스타트업의 운전 기사들만 실직하게 됐다는 거센 비판이 나온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지난 4일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관광을 목적으로 11~15인승 차량을 대여할 수 있게 한다. 관광으로 차량 이용 목적을 한정한 것도 문제지만 독소조항은 따로 있다. 6시간 이상 대여, 이용 장소가 공항이나 항만일 경우에만 사업자가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 법안은 여당인 민주당 주도로 개정돼 타다 뿐만 아니라 차차·벅시 등을 포함한 모빌리티 업계의 엄청난 반발을 불러왔지만 제1 야당인 미래통합당 의원들도 적극 가세해 관련 상임위원회와 법사위를 무사 통과했다.

통합당이 인터넷은행법 부결에 대한 이견을 가져 본회의가 정회됐지만 금일 재상정될 '타다 금지법'은 별 다른 이슈가 없을 경우 그대로 통과될 것이란 게 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이와 관련,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지난 5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은 지난해 3월부터 정부·국회·택시·모빌리티 업계가 오랜 시간 동안 협의를 거쳐 마련한 것"이라며 사회적 갈등을 해소해 렌터카 기반 사업이 제도권으로 편입됐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한 술 더 떠 "차제에도 다양하고 혁신적인 모빌리티 서비스가 출시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반색하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다.

   
▲ 미디어펜 산업부 박규빈 기자
교통 업무를 주관하는 부처가 관련 신 산업을 사실상 죽여놓고 보이는 태도가 너무나도 뻔뻔해 놀라울 따름이다. 모빌리티 업계의 손발을 다 묶은 다음 또 다른 서비스를 기대한다니, 다른 유형의 사업체가 나올 경우 이 같은 방식으로 제재를 가하겠다는 것으로 읽히는 것이 무리는 아닐 것이다.

모빌리티 업계는 택시 업계와 반목하면서도 상생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택시 면허를 사들이겠다고 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택시 업계는 집단 이기주의에 빠져 정부와 국회를 표로 협박했고, 이들은 굴복했다.

최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던 이재웅 쏘카 대표와 VCNC 박재욱 대표 및 각 법인들에게 지난달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당시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팀장은 "타다에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의 판결을 존중한다"며 "타다가 예전보다 논란이 덜한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2주일만에 법원 판결을 뒤엎는 입법부의 결정이 생겨난 셈이다. 물론 입법이 국회 고유 권한이고, 법을 해석하는 것은 사법부의 몫이라지만 정반대의 판단이 나온 건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이로 인해 피해를 볼 사람들은 굉장히 많다. 업계의 경쟁에 따라 고르는 즐거움을 즐기던 일반 소비자들은 선택권을 잃었다. 그러나 진짜 큰 문제는 해당 업계에 종사하던 1만2000여명의 기사들이 사실상 하루 아침에 실직해 거리에 나앉게 됐다는 점이다. 실제 타다는 사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타다 측은 "타다 금지법은 타다를 불법화 하는 것 외엔 아무 것도 만들어 낼 수 없는 악법"이라고 항변했지만 공허한 메아리에 지나지 않게 됐다. 보신주의에 입각한 공무원들의 복지부동, 이익단체인 택시 업계와 그 가족들의 표심에 혈안이 된 정치권이 합세한 탓이다.

현대판 레드플래그법이라 불리는 개정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통과, 그리고 폐업과 눈물에 대한 책임을 그 누구도 지지 않는다. 모빌리티 업계의 힘이 약하기 때문이라는 것 외에는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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