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자유시장주의' 의원들, 김종인식 '경제민주화'에 대척점
김종인, 이미 태영호 등 공천 지적...이언주·안철수계는 무사하다?
[미디어펜=손혜정 기자]미래통합당이 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에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영입할 방침으로 정해진 분위기다. 김 전 대표가 선대위원장직을 수용할 경우 공천 작업에도 일부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돼 막판 통합당 공천의 변수로 떠오르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치권에서는 김 전 대표의 '공천 번복 권한 요구'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는 눈치다. '경제민주화' 주창자인 김 전 대표의 사상과는 대척점에 있는 '자유시장주의자' 의원들이 공천 확정을 유지할 수 있을지 우려되기 때문이다.

특히 김 전 대표는 태영호 전 주영북한대사관 공사가 공천을 받은 서울 강남갑을 지적했다.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의 '양아들'로 불리는 최홍 전 ING 자산운용 대표가 확정된 강남을 등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불어 일각에선 '자유시장' 경제 정책 노선을 표방하는 통합당 의원들과 '보수' 성향이 뚜렷한 인물들도 김 전 대표의 공천 번복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사진=연합뉴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지난 9일 페이스북을 통해 "현재 문재인 정권의 실정이 대부분 김종인식 경제정책(경제민주화)"이라며 "통합당은 이제 우파의 가치와 자유시장경제를 완전히 버릴 참인가 보다"라고 비판했다.

통합당이 김 전 대표의 '경제민주화'에 맞는 공약과 정책 노선으로 선회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정치권에서는 김 전 대표가 '공천 철회 요구'와 더불어 '김종인계' 3040 청년들을 내세울 수 있다고도 예측하고 있다.

한 정치평론가는 김 전 대표에 대해 "여야를 넘나들며 권력 추구적 '노욕'"이라는 역풍적 비판과 국민 저항이 예상되는 국면에서 그가 '청년'을 앞세울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즉, 정치를 극적으로 몰고가는 김 전 대표의 '공천 학살'식 전투 스타일과 그로 인한 당내 잡음, 김 전 대표 자체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을 '인적쇄신'으로 분위기를 상쇄시킬 수도 있다는 의미다.

김 전 대표는 3040세대 주도의 실용 정당을 표방한 '시대전환'에 대해 지지하고 나선 바 있으며 그는 이들 주도의 제3정당을 '대안'이라고도 언급했다. 또한 김 전 대표는 황 대표의 선대위원장직 제안 직전 잦은 인터뷰에서 한국의 정치 갈증을 풀어줄 방법으로 "새로운 정치 세력의 등장"이라고 꼽은 바 있다.

다만 이번 '중도·보수' 통합의 최대 공천 수혜자로 떠오른 '이언주계'와 '안철수계'는 김 전 대표의 공천 철회 레이더망에 걸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안철수계와 김 전 대표가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중도' 이미지는 외연 확장을 위해서도 쉽게 버리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이 의원과 김 전 대표는 '정치적 사제지간'으로 불릴만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16년 총선 때는 김 전 대표가 이 의원의 후원회장을 맡기도 했다.

통합당의 핵심 관계자는 10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김 전 대표가) 다시 역사의 전면에 나오는 것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이 우려돼도 당내 전체적 분위기는 '김종인만한 인물이 없다'는 쪽으로 기울었다"고 전했다.

다만 관계자는 김 전 대표의 공천권 일부 요구에 대해선 "지나친 것 같다"고 일축했다. 그는 "(김 전 대표가) 민주당도 잘 알기 때문에 견제와 전략적 차원에서, 또 원로로서 선거공약 국한의 조언은 할 수 있겠지만 공천에 관한 지나친 요구는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 지난 1월15일 '시대전환' 수원살롱에서 강연하고 있는 김종인 전 대표./사진=시대전환 유튜브 채널 캡처
공천 전권을 부임받은 김형오 공관위원장과의 불혐화음은 자칫 총선에 '적자'를 낼 수도 있다는 우려다. 그러기에는 4.15 총선까지 남은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것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통합당이 김형오 위원장부터 김종인 전 대표까지, '내각제 개헌'으로 노선을 정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더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과의 충돌보다는 이미 답은 정해져 있었던 것 아니겠는가"라며 "오히려 양자 간에 타협이 잘 될 수도 있다"고 조소 섞인 분석도 내놓았다.

나아가 중도 외연 확장에 급급한 나머지 통합당이 김 전 대표의 영입으로 '보수' 표심을 상실하게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이미 당내에서는 '중도 보수' 통합으로 공천 불이익을 당했다는 의원들과 관계자들의 원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대선후보 당시 새누리당(통합당 전신) 비대위원장으로 경제민주화 공약을 내세운 김 전 대표는 대선캠프 내내 박 당시 후보와 충돌하더니 "박근혜 대통령, 경제민주화 의지 없다"는 말을 남기고 새누리당을 탈당한 바 있다.

박 전 대통령 및 통합당의 보수층 지지자들에 있어 '배신자'로 인식된 김 전 대표의 영입으로 이들이 통합당 지지를 철회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 전 대표의 영입으로 지난 4일 박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 내용을 통합당이 '버렸다'는 인식에서다.
[미디어펜=손혜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