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안정 도움…경기부양은 글쎄"
한은, 유동성 공급 추가대책 내놔
[미디어펜=백지현 기자]한국은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적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깜짝 인하’를 단행한 가운데, 금리인하 카드가 침체된 한국경제를 반등시킬 요인으로 작용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한국은행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이 전날 임시 금융통화회의를 열어 과감한 금리인하 조치를 단행하면서, 기준금리는 연 0.75%로 낮아졌다. 한은의 금리인하 카드에, 경제전문가들은 금리인하 조치가 금융안정에는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실질적인 경기부양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한 ‘빅컷’을 단행한 배경에는 코로나19의 세계적인 확산에 따른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것에 우려해 취약부문과 영세자영업자, 중소기업의 차입비용을 가능한 큰 폭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고 보고,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 외에 유동성 공급을 위한 추가대책도 내놨다. 

지난 2월 금융중개지원대출 지원 규모를 25조원에서 30조원으로 늘린데 이어, 해당 금리를 연 5.0~0.75%에서 연 0.25%로 인하했다. 이는 은행의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유인하고, 기업의 이자부담을 경감하기 위함이다.

한은은 지방중소기업과 코로나19 피해기업에 대한 지원금리가 큰 폭으로 인하됨에 따라, 이들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효과가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대책을 두고 시장에선 “금융안정에 도움이 되겠지만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금리를 내린다고 기업과 가계가 투자와 소비에 나설지에 대해선 의문이라는 것이다.

통상 금리가 낮아지면 가계나 기업은 이자부담이 줄어 소비와 투자가 늘어난다. 그러나 금리를 낮춘다고 해도 기업들이 투자를 늘릴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 년간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확산되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기업들도 선뜻 투자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김정호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는 “현재 상황은 기본적으로 돈이 없어서 생긴 일은 아니기 때문에, 한국은행이 돈을 푼다고 하더라도 경제적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당장 부도가 날 기업들 입장에선 회사채를 발행하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기업이 돈을 빌려 투자에 나설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의 성격이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성격이 달라, 금리인하로 인한 효과를 거두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997년 외환 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외환과 금융시장 부실로 인한 실물경기가 침체됐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으로 인적‧물적 이동을 제한함으로써 실물경제의 공급과 수요에 큰 충격을 주고 있어, 통화정책으로 인한 경기를 부양하는데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채에 대한 절감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경기부양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금융시장의 문제였기 때문에 금리인하로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인한 실물경제 하강이 크기 때문에, 금리를 낮춰 소비와 투자를 촉진시키기는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