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손혜정 기자]갈 길 바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의 발목이 무겁다. 당 안팎으로 연이어 난제가 터지면서 리더십도 도마에 올랐다.
황 대표는 20일 총괄 선거대책위원장까지 맡게 되면서 '총선 승리' 과업의 책임이 더욱 막중해졌다. 심재철 원내대표와 박형준 전 혁신통합추진위원장, 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 등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임명해 4인체제 선대위를 출범시켰지만 수장으로서의 부담이 한껏 가중된 것이다.
당초 황 대표는 선거대책위원장으로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영입하고자 조율을 타진했었다. 이는 황 대표가 자신이 출마한 서울 종로 선거에 더 집중하기 위해 추진하는 인선으로도 풀이됐다.
익명을 요구한 당 관계자는 '김종인 영입'과 관련해 '미디어펜'에 "황 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한 유승민 의원을 선대위원장으로 유인해 책임을 나누려 했다"고 말했다. 황 대표가 종로에 집중하고 책임을 분산시키려 했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
|
|
▲ 황교안 통합당 대표를 총괄선대위원장으로 하는 4인 체제의 통합당 선대위가 20일 공식 출범했다./사진=미래통합당 |
그러나 김 전 대표 영입 무산으로 황 대표는 선대위원장까지 '억지로 떠안게' 된 모양새다. 표면상으로 '김종인 카드'는 김 전 대표가 황 대표의 '공동선대위원장' 제안에 'No'하며 불발됐다.
하지만 실제로는 황 대표가 김 전 대표와의 협상에 실패한 데다 김 전 대표 인선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제압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언제적 김종인이냐'는 국민 피로감이 쌓여 있던 데다 '태영호 강남갑 공천은 국가망신'이라는 김 전 대표의 언급에 지도부 반발이 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성명서를 내고 "총선을 코앞에 두고 우리 당의 선거대책위원장으로 거론되는 정치 원로로서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사과하라"고 김 전 대표를 겨냥해 촉구한 바 있다.
황 대표가 임명한 김형오 전 공천관리위원장의 '공천 갈등'도 황 대표의 영향력을 거세게 흔들었다는 분석이다.
지역구 공천에서 황 대표 측근들은 대거 낙천했지만 현역이 아니거나 탈당했던 '친이계와 유승민계'는 속속 공천을 받았다. 김 전 공관위원장도 비록 사직했지만 퇴임 전 '김형오 키즈'들은 이미 실속을 차린 뒤라는 것이 일각의 시각이다.
아울러 사천 의혹과 '김미균 공천' 등 각종 공천 파동으로 김 전 위원장이 지난 13일 자진 사퇴했으나 당초 공관위원장 임명과 공관위 구성이 잘못 꿰인 단추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김형오 체제' 공천에 반발한 현역 의원들이 무소속 출마를 잇따라 선언하는 가운데 황 대표가 이 갈등을 잘 조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에서다. 이미 당내외 인사 12명이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으며 그 숫자는 더 늘어나게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우려하던 '표 분산'이 현실화될 위기에 처했다.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2~14일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더불어민주당의 남영희 전 청와대 행정관이 32.4%, 통합당 탈당 무소속 윤상현 의원이 28.9%로 오차범위(±4.4%) 내 접전 양상을 보였다. 안상수 통합당 의원은 12.0%였다.
지역구 공천 내홍에 이어 황 대표의 리더십은 최근 비례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비례공천 과정에서 더욱 크게 흔들렸다.
|
|
|
▲ 황교안 대표가 지난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앞에서 "종로구를 4차 산업혁명 1번지로 만들어 청년 일자리 100개 이상 창출하겠다"며 4차 산업특구 공약발표를 하고 있다./사진=미래통합당 |
미래한국당 비례 후보 명단에 통합당이 영입한 인사들이 당선권 밖으로 밀려나거나 낙천해 황 대표가 체면을 구겼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이 사태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한선교의 반란'으로까지 분석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가 지난 19일 대표직을 사퇴하고 미래한국당 지도부와 공관위가 새롭게 구성된 가운데 황 대표는 '타당 공천 개입 의혹'으로 고발당하는 위기에도 처했다.
심지어 한 대표가 20일 황 대표가 박진 전 의원과 박형준 전 혁통위원장의 공천을 요구했다고 밝혀 파장과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이같은 황 대표의 리더십 위기는 종로 판세에도 악순환과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상대 후보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의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와 실제 결과가 다른 경우는 흔하지만 지지율 반등이 보이지 않으면 황 대표의 리더십에 명분과 동력이 실리지 않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자리한다.
한편, 인용한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미디어펜=손혜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