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완 기자]“국회 문턱은 여전히 높네요.”
4·15 총선에서 국회 입성에 실패한 한 청년후보가 뱉은 말이다. 여야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세대교체를 외치며 청년후보들을 전면에 배치했다. 하지만 공천관리위원회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경선 자체가 무산되거나 본선에 진출했어도 기존 현역의원들의 ‘텃세’로 난감한 상황에 직면했다.
23일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구 후보 공천을 완료했고,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호남을 제외한 대부분의 공천을 마무리했다. 양당 공천이 확보된 후보 483명의 평균 연령은 55.5세로 지난 20대 국회 평균 연령 55.5세와 같은 수치다. 청년을 전진배치하겠다는 당초 공언과 달리 여전히 청년들에게 ‘진입 장벽’이 높다는 것만 재확인한 것이다.
공천과정을 두고도 많은 잡음이 발생했다. 통합당 공관위가 야심차게 내세운 '퓨처메이커(Future Maker)' 제도는 청년 후보들의 반발을 부른 대표 사례다.
퓨처메이커로 선정된 김성용 전 자유한국당(현 통합당)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당을 지켜온 청년과 원외 당협위원장을 무시하고 그들의 헌신을 헌신짝 버리듯이 무자비하게 짓밟은 공관위의 전횡에 강력한 유감을 표하는 바”라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지난 15개월여동안 해당 지역의 당협위원장을 맡아 지역에서 활동해왔지만, 공관위가 김근식 경남대 교수를 단수공천하면서 사실상 낙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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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달 26일 미래통합당 중앙청년위, 시·도당 청년위원장협의회 등이 국회 정론관에서 공천관리위원회에 '청년공천 30%'와 '공정한 경선'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
청년벨트가 최다 배치된 경기도 지역의 공천은 지역에 연고가 없는 ‘퓨처메이커’를 위해 또 다른 청년후보들을 희생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의왕·과천의 경우 당초 예정된 ‘공개 오디션’조차 비공개로 전환한 뒤 지역에 전혀 연고가 없는 광명시의원 출신 이윤정 후보를 공천했다.
의왕·과천 오디션 대상자였던 강태린 예비후보는 김세연 공관위원 주도로 지난 15일 열린 오디션 장소에 갔지만 심사과정이 불공정하다는 이유로 심사를 거부했다. 공천 오디션 이틀 전날에 대상자 통보를 받은 그는 "애초에 나를 퓨처메이커에서 제외했다가 뒤늦게 오디션을 보게 한 건 지역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들러리'로 삼은 게 아니냐"며 "다른 두 명의 오디션 대상자는 김세연 공관위원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주장했다.
통합당 의왕·과천 당원협의회 정용희 부위원장 등 일부 당원들도 지난 20일 “경기 광명시의원 시절 숱한 분란과 동료의원들 전원을 윤리위에 제소했던 명백한 해당 행위가 확인된 후보인 만큼 정치적으로 의왕·과천을 대표할 자격이 없다”며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이 후보 공천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민주당은 청년 후보를 공천한 지역에서 탈락한 인사들이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면서 난감한 상황이다.
민주당은 민병두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동대문을을 청년전략공천지역으로 선정했다. ‘미투 의혹’이 제시된 민 의원을 컷오프시키고, 대신 청년을 전면에 배치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이에 따라 장경태 청년위원장이 경선 끝에 본선에 올랐지만, 컷오프에 반발한 민 의원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면서 청년 경선의 의미가 퇴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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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6일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청년위원장(가운데), 전용기 대학생위원장(왼쪽), 황희두 중앙선대위 공동위원장(오른쪽 두번째), 청년 영입인재인 최기일(오른쪽), 이소현(왼쪽 두번째), 이소영 씨 등이 국회 정론관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인 문석균 씨의 불출마를 요구하며 민주당 영입인재로 의정부갑에 공천된 오영환 후보에 대한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
문희상 국회의장의 지역구인 경기 의정부갑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해당 지역에는 문 의장의 아들 문석균 씨가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했지만, 야당으로부터 ‘지역구 세습’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불출마를 선언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청년 인재로 영입한 오영환 후보를 전략공천하자 지역위원장을 비롯한 당직자들이 “중앙당이 의정부갑 당원들을 배신하고 잘못된 결정을 했다”며 집단 사퇴했다. 문석균 씨 또한 이해찬 대표의 “영구제명” 경고에도 불구하고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승리’라는 선거의 목표만 고려했을 때 이길 수 있는 후보를 공천하는 것은 정당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여야 모두 ‘청년 마케팅’을 내세운 상황에서 이들을 위한 배려가 다소 부족한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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