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중심·소통 경영에 힘쓰겠다"…사원·노조 잇단 호평·지지
재무구조 개선 차원서 유휴자산 매각 등 적극 구조조정 나서
KCGI 연합, 조 회장보다 한진칼 지분 많아…경영권 방어 고심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대한항공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았다. 경영권 분쟁 1라운드에서 완승을 거뒀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풀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로 조원태 회장이 한진그룹 총수 자리에 오른지 1년이 됐다. 조양호 선대 회장이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하고 미국에서 갑작스레 별세한 직후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회장으로 지정된 조 회장은 서면 취임사를 통해 "현장중심·소통 경영에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게시물에 달린 댓글./사진=블라인드 캡쳐

실제 그는 사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는 전언이다. 서울 강서구 공항동 소재 김포국제공항에 근무하는 한진그룹 계열사 임직원들은 구내식당 식사 수준이 열악함을 사측에 수차례 피력해 왔으나 진전이 없었다. 조 회장이 대한항공 대표이사직을 맡은 이후 바로 해결됐다고 전해진다.

또한 부산 강서구 대저동 소재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 임직원들은 통근버스를 타기 위해 탑승용 비표를 매일 받아야 해 불만이 가득했는데, 조 회장이 직접 문제 해결에 나서 인기를 얻었다는 후문이다.

   
▲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게시물에 달린 댓글./사진=블라인드 캡쳐

이와 관련,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항공라운지에는 자신을 승무원이라고 밝힌 한 사원이 "조 회장 부임 이후 긍정적인 변화를 느끼고 있다"고 게시했고, 근속 29년차라고 소개한 또 다른 글쓴이는 "세계 1등 항공사로 거듭나는 그날까지 조 회장을 지지하자"고 쓰기도 했다.

조 회장이 보수적인 사내문화를 다소 개선하고 직원 복지에 신경 쓴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운항·객실 승무원들의 업무 편의를 봐주기 위해 인천 운영센터(IOC)를 세우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노 페이퍼' 회의와 복장 완전 자율화를 선언했다.

   
▲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게시물에 달린 댓글./사진=블라인드 캡쳐


덧붙여 블라인드에는 "조 회장을 잘 모르지만 아이 입학 선물과 생일 선물을 챙겨주는 모습에 감동했다"며 "지금처럼 변함 없이 임한다면 우리도 같이 하겠으니 힘내시라"는 취지의 익명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대한항공 한 직원은 "조 회장의 직원 친화적인 인간적 모습에 반한 내부 구성원들이 많다"며 "그룹 내 여러 노동조합들도 조 회장에 대해 좋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조 회장이 '사원 프렌들리' 행보에 적극 나선 결과다.

   
▲ 강원도 횡성 초등학생들의 지목을 받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달 5일 코로나19 예방차 SNS 채널에서 이뤄지는 자필 메시지 캠페인에 참여했다./사진=고진광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 이사장 페이스북

사내 뿐만 아니라 조 회장은 기업인의 사회적 책임에도 크게 신경쓰고 있다. 코로나19의 발원지인 중국 우한으로 전세기를 띄우며 탑승해 현지 교민 수송 작전을 진두지휘했다. 덧붙여 강원도 횡성 청일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코로나19 예방 SNS 채널 자필 메시지 캠페인에 참여해달라고 요청하자 조 회장은 이에 화답했다. 이 같은 '노블리스 오블리주'는 사내 입지 다지기와 여론 환기에 큰 도움이 됐다.

회사 경영면에서도 조 회장은 능력과 변화를 증명해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 2019 IATA 연차총회에서 모두발언하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대한항공

지난해 6월 1일 IATA 서울 총회에서 의장으로 선출된 조 회장은 집행위원 겸 스카이팀 회장단 의장도 겸했다. 지난해 11월엔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하며 측근을 요직에 배치했고, 임원 수를 20% 가량 줄이는 등 경영진 세대 교체 및 슬림화를 이뤄냈다. 또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를 위해 대표이사가 당연직으로 맡던 이사회 의장직을 선출 형태로 바꿨고, 스스로 의장직에서 사임했다.

글로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며 회사가 어려움에 빠지자 조 회장은 재무구조 개선 차원에서 그룹 내 유휴자산 매각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 과정에서 이사회를 열어 대한항공 소유 서울 종로구 송현동 49-1번지 소재 호텔 부지와 왕산레저개발 지분을 처분하기로 의결했다. 한진렌터카 역시 매각키로 했다. 사업 진척을 내지 못하거나 계속적인 적자를 기록 중이기 때문이다.

덧붙여 조 회장은 여객기를 화물기로 활용하는 역발상을 제시했다. 임원 회의에서 "유휴 여객기 화물칸을 활용해 화물 수요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자"며 "공급선을 다양화 해 각종 비용 절감에 나서자"고 언급했다는 것이다.

가족 간 경영 불화설이 제기될 때쯤 조 회장은 미국 델타항공의 지분 투자를 이끌어 내 KCGI·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반도건설 간 3각 동맹체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한진칼 주주연합'의 경영권 공격에 대응했다.

실제 주주연합은 올해 3월 말 열린 한진칼·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에서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 지분을 꾸준히 매입하며 조 회장의 연임 부결을 목표로 했으나 조 회장은 국민연금공단의 지지까지 얻으며 경영권 수성에 성공했다.

   
▲ 지난 2월 14일 대한항공 노동조합이 발표한 성명서 전문./사진=대한항공 노동조합

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현재 델타항공과 카카오가 한진칼 지분을 일부 매각한데 이어 주주연합은 지분을 지속적으로 사들이고 있는 형국이다. 이들이 들고 있는 총 지분율은 43.75%, 조 회장 측의 41.8% 대비 1.95% 앞선다. 업계에선 주주연합이 7월 경 임시 주주총회 개최를 요구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조 회장이 우호 지분 확보를 게을리 하면 또 다시 경영권이 흔들릴 것이란 주장이 나오고 있다.

   
▲ 대한항공 B747-8i 여객기./사진=대한항공

아울러 현재 그룹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은 글로벌 코로나 사태의 풍파를 직격으로 맞아 휘청거리는 상태다. 대한항공 매출 94%가 국제선 운항에서 발생하나, 대부분 노선이 끊긴 상태이기 때문에 현금 흐름이 바닥을 보이는 등 재무제표가 굉장히 악화돼 있다. 대한항공 보유 여객기 145대 중 상당수가 공항 주기장에 발이 묶인 탓이다.

그런 와중에 각종 고정비로 6000억원씩 지출돼 전 직군 대상으로 6개월 순환 휴직·임원 급여 최대 50% 반납 등의 조치를 시행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조 회장을 비롯한 대한항공 경영진은 5000억~1조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추진하기 위해 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유상증자 주관사 및 인수단과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글로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며 회사가 어려움에 빠지자 조 회장은 재무구조 개선을 통한 현금 확보 차원에서 그룹 내 유휴자산 매각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 과정에서 이사회를 열어 대한항공 소유 서울 종로구 송현동 49-1번지 소재 호텔 부지와 왕산레저개발 지분을 처분하기로 의결했다. 사업 진척을 내지 못하거나 계속적인 적자를 기록 중이기 때문이다.

한편 항공업계의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 역시 국가기간산업 살리기에 나서며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을 동원해 대한항공에 1조7000억~2조원 규모의 지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올해 대한항공이 차환 또는 상환해야 하는 차입금은 총 4조5000억원을 훌쩍 넘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항공경영대학 경영학과 교수는 "보통 새 CEO가 자리를 잡는데까지 1년이 걸리는데, 조원태 회장에겐 다사다난하고 정말 긴 시간이었을 것이고 공과를 돌아볼 여유도, 경황도 없었을 것"이라며 "지금 정말 큰 문제는 내우외환이 끊임 없이 생겨난다는 점"이라고 진단했다.

허 교수는 "선대 조양호 회장이 경영 투명성 차원에서 아들 조원태 회장에게 물려준 건 한진칼 주식 일부와 아파트 한 채 뿐인데, 이것이 현재에 와선 독이 됐다"며 "주주연합이 가진 한진칼 지분 보유량이 조 회장보다 많아져 경영권 방어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조 회장은 상속세 분납·차등 의결권 부재·사모펀드의 무제한적 투자 가능·반기업 정서 등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외롭고 힘든 싸움을 해나가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가 제도를 손 봐 기업인들의 고충을 헤아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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