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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 B747-8i 여객기./사진=대한항공 |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글로벌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직격탄을 맞아 현금 흐름이 끊겨 숨 넘어가던 대한항공이 정부 긴급 유동성 지원으로 고비를 넘겼다.
금번 지원으로 우선 올해 상반기 '보릿고개'를 지나면 하반기에는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자산 매각 자금 유입·정부 차원 기간산업 안정기금 지원 등으로 숨통이 한층 더 트일 전망이다.
24일 정부·항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은 대한항공에 △운영자금 2000억원 지원 △화물 운송 관련 자산유동화증권(ABS) 7000억원 인수 △영구전환사채(CB) 3000억원 인수 등을 통해 총 1조2000억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중 3000억원 규모의 영구채는 6월에 인수해 두 국책은행이 대한항공 지분 10.8% 정도를 보유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최근에 환입한 4월 만기 회사채(2400억원)를 제외한 회사채·ABS·차입금 등을 합해 올해 3조8000억원 규모를 상환한다. 이중 상반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금액은 9000억원 수준이다.
국책은행의 CB 지원 결정으로 재무 안정성과 시장 신뢰도 제고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란 분석이다.
대한항공은 이날 입장문에서 "코로나19 사태로 항공기 90% 이상이 공항 주기장에 멈춰 서있고, 항공업계가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정부와 한국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이 적시에 긴급 유동성 지원방안을 마련해준 것에 감사천만하다"고 밝혔다.
현재 대한항공은 4월 2주차 기준 전체 125개 노선 중 93개 노선의 운항을 중단했다. 또한 29개 노선 운항을 감편해 여객 매출 94%를 차지하는 국제선 운항률이 14.8%에 지나지 않는다.
대한항공은 이어 대한항공 관계자는 "항공산업은 자본·고용집약적이므로 직원의 안정적 고용 유지를 최우선으로 하겠다"며 "자산매각·자본확충 등 자구 노력에 매진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어 대기업에 대한 지원 취지에 맞춰 경쟁력 있는 전문사업부문의 사업 재편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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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대한항공 |
마침 이날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현직에 오른지 1년째를 맞는 날이다.
지난 1년간 경영권 분쟁·코로나19 사태 등 동시다발적 악재에 직면한 조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산전 수전 다 겪은 것으로 평가된다. 우선 지난달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재임에 성공했고, 정부 추가 지원까지 받아내는데 성공해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껐다는 게 항공업계 중론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교수는 "조 회장이 뒤를 돌아볼 경황 조차 없었을 것"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두 악재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조 회장이 이번 두 사태를 다루는 방식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는 게 항공업계의 지배적 시각이다. 조 회장에겐 경영 능력을 입증하고 입지를 다질 기회이자 위기인 셈이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반도건설로 구성된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한진칼 주주연합 측은 한진칼 지분을 꾸준히 매입하며 임시 주주총회 등 2라운드에 대비하고 있다. 현재 주주연합의 한진칼 지분은 KCGI(19.36%), 조 전 부사장(6.49%), 반도건설(16.90%) 등 총 42.75%로 조 회장 측 우호 지분(41.30%)을 앞지른다.
이와 관련 , 대한항공 관계자는 "지주사 한진칼에 대한 주주연합과의 소모적 지분 싸움을 중단토록 하고, 당면 과제 극복에 전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위기 상황과 정부의 지원 결정이 코로나19 탓인 점을 고려해 정부가 대주주 사재 출연 또는 지분 담보 등을 조건으로 요구하지 않은 것도 조 회장 입장에서는 경영권 분쟁에 대한 부담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게 된 점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조 회장은 당분간 코로나19 파장 극복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관측된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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