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화 건설부동산부장
[미디어펜=김병화 기자]문재인 정부가 스무 번째 부동산대책을 내놨다. 그동안 서울 집값 불안의 근본 원인으로 꼽혀온 공급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도권 30만호 공급계획'에 탄력을 붙이겠다는 의지가 고스란히 담겼다.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서울 도심에 7만가구의 주택부지를 추가 확보하고 2023년 이후 수도권에 연평균 25만가구 이상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추가 확보한 7만가구 주택부지에 서울 용산 정비창 부지(약 50만㎡)가 포함된 것이다. 서울 중심 노른자위 땅에 8000가구 규모 미니신도시를 조성한다는 소식에 부동산 시장이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용산 정비창 부지(51만4000㎡)는  '단군 이래 최대 개발 사업'으로 불린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에 포함됐지만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사업이 백지화된 이후 코레일과 시행사가 지난해까지 소송전을 벌여 왔던 곳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018년 용산 정비창 일대 종합개발계획을 담은 '용산마스터플랜'을 내놓으려고 했다가 서울 집값 폭등의 주범으로 몰리며 사업추진을 전면 보류한 바 있다.

결국 이번 대책은 수도권에 주택 30만호를 공급해야 하는 국토교통부와 용산마스터플랜을 실현해야 하는 서울시가 타협점을 찾은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주거비율이 너무 높아졌다는 것이다. 서울의 국제업무 기능을 수행해야할 용산의 중심 알짜부지에 획일적인 성냥갑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전망이다.

국토부는 8000가구 공급뿐 아니라 업무기능과 상업기능을 융·복합적으로 담을 계획이라고 해명했지만 주거비율 자체가 높아 차별화된 랜드마크는 고사하고 기본적인 업무·상업시설도 충분히 들어서기 어려운 실정이다.

용산 정비창 부지에 들어서는 주택 공급 수는 기존 국제업무지구 개발계획안에서 계획했던 5000가구보다 3000가구 가까이 늘어났다. 전체 연면적 대비 주거비율도 10~15% 수준에서 30~40% 수준으로 높아졌다.

주거비율이 높아지면 상권 활성화 등 순기능을 기대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업무·상업시설의 비율이 낮아져 도시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 수도권 30만호 공급 달성에 다급해진 정부가 섣불리 용산 정비창 카드를 꺼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용산 일대 전경./사진=미디어펜

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풀어야할 숙제이다. 용산 정비창 부지에 공급되는 8000가구 중 2000~3000가구는 임대주택으로 공급될 계획이다. 거대 임대주택단지 조성으로 예상되는 주민들의 반대 여론을 충분히 달래주지 못할 경우 사업추진은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다.

지난 2018년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9·21 부동산대책)을 통해 신규 공공택지 후보지로 선정된 서울 송파구 가락동 성동구치소 부지(8만3777㎡)가 대표적이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영구임대주택 등을 포함한 공공주택 공급을 거세게 반대했고 당초 지난해로 예정됐던 착공일도 내년으로 연기된 상태이다.

국토부도 도시 경쟁력 저하와 주민 반대 등에 따른 난항을 이미 예상하고 있는 모양새이다. 현재는 부지를 확보해 발표하는 단계일 뿐 구체적 내용은 서울시와 코레일이 수립하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서울시와 코레일로 넘어갔다. 보다 철저한 개발계획 수립이 필요하다. 집값 안정화를 위한 주택공급과 용산의 국제업무 기능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어야 한다.

용산 정비창 개발사업은 내년 말 구역 지정을 완료하고, 2023년 말 사업 승인을 거쳐 이르면 2024년 분양에 나설 예정이다. 용산 정비창이 한국판 '롯폰기 힐스'(일본 도쿄 대표 복합단지)로 거듭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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