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손혜정 기자]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이 합당을 재차 확인했지만 일정과 절차 포함, 구체적인 논의는 아직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양당 모두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합당 추진의 제스처는 취하고 있지만 한국당의 독자 노선 기류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 정가의 지적이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과 원유철 한국당 대표는 지난 14일 오후 국회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당·한국당의 조속한 합당 추진을 약속했다. 이를 위한 절차로 합동 논의 수임기구 구성과 준연동형비례대표제 폐지 공동 노력을 선결 과제로 내세웠다.
다만 합당 시기에 대해선 원 대표는 "조속한, 가장 빠른 시일 내에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으며 주 원내대표도 "결국 5월 내에 하느냐 마느냐가 관건인데, 최대한 빨리 하겠다고 말씀드린다"고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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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오른쪽)와 원유철 한국당 대표가 지난 14일 합당에 대해 논의했다./사진=미래통합당 |
또한 원 대표는 "그동안 누누이 우리는 형제정당이고 총선 후 합당한다, 다만 시기는 정무적으로 판단하겠다"며 "그후 통합당 지도부가 새로 선출되면 합당의 시기, 방식, 절차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했는데 그 연장선상에서 주 원내대표와 오늘 첫 상견례를 하면서 합당 관련 논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합당 추진에 대한 통합당·한국당의 태도는 어딘가 뜨뜻미지근해 보인다. 총선 참패 후 '슈퍼여당'의 등장으로 양당의 통합을 가속화할 명분이 전략으로나 물리적 절차상으로나 약화된 측면이 있다는 것이 일각의 지적이다.
원 대표는 1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5월 29일 전에 가급적 빨리 하는 게 좋다"면서도 "그런데 물리적으로 양당에 절차가 있다"고 현실적인 난제를 거론했다. 이어 "당 대 당 통합"임을 강조하며 "민주정당인 만큼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현실적인 문제를 부각시켰다.
그는 "통합이라는 것이 상대가 있다"며 "(합당을 하려면) 통합당은 전국위원회를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희는 최고위원회 의결로만 해도 가능하다. 그런데 제가 당대표지만 우리 당에 현역의원, 당선인, 핵심 당직자도 있다"며 "그분들의 총의를 모아서 의결이 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또한 당대표 임기 연장 문제와 관련해서도 "만약에 오는 29일을 넘길 경우에 한국당은 당대표가 공백이 된다"며 "제가 만약에 그만두면 대표를 또 뽑아야 한다. 그럴 필요 없이 합당할 때까지 제 임기를 연장해주는 것이 논의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 내부에서 '독자 세력화' 목소리가 강화되는 것도 '무조건적'인 통합 논의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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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9일 워크샵에 모인 미래한국당 현역 의원 및 당선인./사진=미래한국당 |
당내에선 이미 "'시어머니들'이 많은 (통합)당에 굳이 들어가야 하는가"라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당선인 각자 독립적인 헌법기관"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독자 노선에 대한 한국당의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미디어펜'에 "합당을 당장 하는 것보다는 점진적 단계를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동 교섭단체 구성론을 제기하는 국민의당도 주목하며 움직일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신 교수는 "국민의당이 통합당으로 바로 들어가기는 무리가 따른다"며 "우선적으로 한국당과 (국민의당이) 합당하는 단계가 필요하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거대여당'이라는 총선 결과도 합당 논의를 지지부진하게 하는 요인이라는 것이 일각의 지적이다. 슈퍼여당에 맞서 별도의 교섭단체가 야권에 서로 존재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훨씬 '이득'이 될 것이라는 전략적 판단에서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미디어펜'에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국당을 독자교섭단체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얘기하지만 국회법은 교섭단체 대표들 간에 회의를 통해 결정하게 돼있다"며 "협상력 제고 차원에선 '내 편' 하나가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주호영 원내대표에게도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말했다.
이종근 정치평론가도 "우성 민주당이 확실하게 합당되는지부터 지켜봐야 한다"며 "그 이후에도 한국당이 무조건 (통합당과) 합당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합당 문제는 궁극적으로 통합당의 지도부 체제 확립에 달려 있다는 관측이다. 장 소장은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을 비대위원장 자리에 앉히는 작업을 속히 해야 한다"며 당의 방향이나 비전, 조직 재구성 등은 체제 전환 이후에 결정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미디어펜=손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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