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손혜정 기자]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15일 미래통합당 초청 강연에서 "까놓고 말하면 통합당은 뇌가 없다. 브레인이 없다"고 독설을 날렸다.
진 전 교수는 이날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오신환·유의동 통합당 의원이 주최한 '길 잃은 보수정치, 해법은 무엇인가'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참석해 "여의도연구원은 망가졌다. 새로운 싱크탱크가 사회과학적인 인식을 무장해야 한다. 의원들이 이를 학습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통합당 총선 참패에 대해 "단기적 원인은 코로나가 너무 컸기 때문에,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이렇게까지 참패했을까 생각한다"며 "코로나 없이도 이 당은 질 수밖에 없었다. 운동장은 이미 기울어졌는데 보수주의자들이 몰랐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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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사진=오신환TV 캡처 |
이어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하며 선거 패배와 연결됐다"며 "탄핵 정권의 패전투수인 황교안 전 대표가 당권을 잡았다는 것 자체가 탄핵을 인정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에 정권심판의 주체가 못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보수 성향 유튜브 세력을 거론하며 "그분들을 설득해내야 하는데 설득을 하지 못하고 투항했다"며 "탄핵은 보수층까지 다 참여해서 가능한 것이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사회의 주류가 바뀌었다"고도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보수는 산업화의 주력이었지만 정보화 시대로 넘어가며 박정희 신화가 무너졌다는 게 문제"라며 "이제 586이 된 386이 사회 주류로 등극했다"고 말했다. 또 "이들과 대학을 다녔던 세력이 2000년대에 들어와 IT, 벤쳐, 인터넷 기업 등에 들어가 생산의 주체가 됐다"며 "소비 시장도 꽉 잡고 있는 이들이 386 세대와 교감을 하는 상태"라고 했다.
진 전 교수는 "이것은 매체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의미한다"며 "매체 측면에서 보면 포털사이트가 등장하며 신문 시장이 70%를 장악했던 힘이 떨어졌다. 포털사이트가 등장하며 조선일보 밑에 한겨레, 그 밑에 중앙, 그 밑에 경향신문의 기사가 들어가니 편집 권력이 완전히 무너졌다. 결국은 매체 장악력에서도 (보수가) 완전히 열세로 몰락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회가 이렇게 바뀌는 동안 보수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의 산업전사, 반공전사라는 정체성을 아직까지 가지고 있었다"며 "이런 것에 집착하다보니 새로운 세력들을 보수주의자로 포섭하는 데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진 전 교수는 "지난 정권의 '엘시티 비리'는 건축과 관련한 인허가 비리"라면서 "신라젠·라임펀드 문제는 시대가 산업자본에서 금융자본으로 변해간다는 걸 보여준다. 이들(현 집권여당 및 586 세력)이 정보화 사회를 장악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아가 "영화, 음악 등 모든 문화시장, 학계까지 진보가 장악했다"며 "(이들이) 사회 기득권을 자기 아들, 딸에게 세습하는 단계까지 왔다"고 설명했다.
진 전 교수는 통합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투쟁 방식에 대해서도 여러 조언을 내놓았다.
특히 "정의연(정의기억연대) 사건으로 자꾸 저쪽을 공격하려고 하지마라"며 "회계가 어떻고 저떻고는 언론에 내버려두면 된다. 운동권 방식이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고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치고 들어가야 한다"고도 말했다.
또한 통합당이 추구해야 할 가치로 "공화주의 이념을 권하고 싶다"며 "정치는 공적사항이라는 의식과 실용주의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는 진보표 보수표 정책은 없다. 보수 진보가 아니라 흑묘냐 백묘냐 이런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경제, 정치 문제 등 남북관계에 대해 전향적 태도를 취해야 한다"며 "남북 정상회담을 누가 추진했나. 김영삼 정권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대박론을 이야기했다. (남북관계에 대한 입장이) 일관적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세대교체 필요성도 언급하며 "재밌는 현상이 20대들의 투표현상이 60대 이상과 동조하는 현상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은 민주화 세력이 내세웠던 것이 위선으로 여겨진다"며 "386이 권력을 장악하는 데 20년 걸렸으니 여러분이 이들과 계속 가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미디어펜=손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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