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손혜정 기자]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과거사 재조명'을 당론으로 채택하려는 가운데 이를 저지해야 할 미래통합당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오히려 통합당이 섣부른 '투항주의' 모습을 보여 좌파 진영의 역사관 '성역화'를 더욱 부추긴 바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민주당은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5.18 민주화운동 특별법'과 '친일파묘 법률안', '유신청산특별법', 'KAL기(대한항공) 폭파 사건' 재조사 등 과거사 뒤집기 시도와 각종 법안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지난 3일 5.18 관련 법안들을 당 소속 의원 177명 전원 명의로 발의하기로 했으며 의원총회 의결을 거쳐 '당론 법안'으로 채택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27일 당선자 워크숍에서도 4.3 특별법과 5.18 특별법 개정을 과거사 부문 입법과제로 선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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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찬 민주당 대표./사진=더불어민주당 |
앞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 2일 의원총회에서도 "그간 잘못된 현대사의 왜곡된 것들을 하나씩 바로잡아 가는 과중한 책무가 여러분에게 있다"고 과거사법과 관련해 강한 의지를 드러내보였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우리 정치사는 굉장히 우여곡절을 겪었다. 유신 이후에도 얼마나 많이 왜곡됐느냐"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정치자금 수수사건 유죄 확정 판결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많다"며 재조사 필요성을 피력했다. 이어 날로 불어나는 '윤미향 의혹'에 대해선 "어느 정도 소명했다"고 말했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초선·서울 동작을)의 경우 당선자 신분 시절부터 "현충원서 친일파 묘를 파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같은 당 소속 김홍걸 의원은 6.25 전쟁 영웅 백선엽 장군에 대한 '친일 낙인' 논쟁에 가세하여 사회적 빈축을 사기도 했다.
과거사를 둘러싼 민주당의 전방위적 공세에 일각에선 "역할을 분담해 각개격파 식으로 대한민국 역사를 하나하나 뒤집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이를 견제해야 할 통합당은 다소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통합당 관계자는 '미디어펜'을 만나 "몇몇 논평이 나가고 있기는 하지만 당에서 과거사 공세를 저지할 여력이 지금 없다는 것이 사실"이라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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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원총회에 참석한 통합당 의원들./사진=미래통합당 |
또한 익명을 요구한 통합당의 한 청년 당원은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화합'의 명분으로 5.18 광주를 찾았겠지만 아직 역사적 평가의 여지가 남아있는 상태에서 이미 '투항주의적' 모습을 보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당원은 "성역화에 일정 기여를 한 것이나 다름 없다"고도 날을 세웠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18일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의 광주 방문을 두고 "(주 원내대표의 당내 5.18 망언 사과는) 환영하지만 사과한 것으로 안 되고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며 관련법 입법의 협조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 통합당 의원은 '미디어펜'과 만나 "현재 원 구성과 국회 개원, 상임위원회 배정 문제가 시급하다보니 여당 발 과거사 공세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결국 입법 저지 정도가 될 테지만 워낙 정치 지형이 (통합당에) 불리해 대응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통탄했다.
의원은 그러면서 "결국 민주당의 역사 뒤집기 법안의 부적절함과 언론·학문의 자유를 침해하는 전체주의성을 국민에게 알리고 설득을 구하는 노력이 요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손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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