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전화 한 통화에 오뚜기 신상품 출시, 이마트에 물건 납품...청탁과 다른건 뭔가
   
▲ 함영준 오뚜기 회장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최근 한 공중파 방송에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함영준 오뚜기 회장에게 전화를 거는 장면이 나왔다고 한다. 전라남도 완도에 다시마 200톤이 남아있어서 함 회장에게 SOS를 쳤다는 내용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지난 8일 오뚜기는 실제로 완도산 다시마가 2개 들어간 오동통면 '만남의 광장' 한정판을 출시했다. '맛남의 광장'은 백 대표가 출연한 프로그램 이름이다.

백 대표는 지난 12월과 4월에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못난이 감자' 300톤과 해남 '왕 고구마' 300톤의 재고 해소를 요청했다. 정 부회장은 이를 받아들여 이마트를 통해 판매한 바 있다. 

이 프로그램의 취지는 백 대표가 직접 나서 농가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기업 회장님은 졸지에 '키다리 아저씨'가 됐다. 

그러나 한편으로 불편한 마음도 드는 게 사실이다. 대기업 회장과 잘 알고 지내는 사이라면 전화 한 통화로 신제품도 만들 수 있고 물건 납품하기도 쉽다는 것일까? 그렇다면 전화 한 통화로 대기업에 취업 청탁도 할 수 있다는 뜻일까? '회장님 찬스'면 뭐든지 가능하다는 것일까?

백 대표는 농가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다면 본인이 직접 운영하는 업장에서 소비하면 되지 굳이 '회장님 찬스'를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 

오너의 뜻이라면 신제품도 후딱 나오고 대형마트에 물건 납품하는 것도 아무런 검수 과정 없이 가능하다는 것인가.

   
▲ 오뚜기의 오동통면 '만남의 광장' 한정판./사진=오뚜기

이마트에는 상품 바이어가 분명 존재하고 관련 부서가 있다. 오뚜기에도 신상품을 내기 위해서는 오랜 연구개발과 상품 개발팀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오너와의 전화 한 통화로 며칠 지나지 않아 신상품이 나오고 국내 1위 대형마트에 물건이 쫙 깔리는 현실을 어찌 봐야 할지 모르겠다.

몇 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주요 대기업 회장들이 줄줄이 청탁 비리, 뇌물혐의 등으로 청문회에 불려간 적이 있다. 실제 재판을 받고 구속된 사례도 있었다. 

대통령은 청탁하면 안 되고 백 대표는 된다는 것인가. 그때와 지금이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기업에는 엄연히 관련 담당자가 있고 절차가 있다. 다시는 이런 거로 대기업 회장들이 직접 나오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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