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손혜정 기자]성추행 혐의 고소 직후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파문이 여야 할 것 없이 여의도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아울러 오는 20일 예정된 김창룡 경찰청장 후보자 청문회도 벌써부터 '박원순 성범죄 의혹'을 둘러싼 뜨거운 정쟁을 예고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5일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에 대해 직접 나서 거듭 사과했지만 '피해자' 대신 '피해 호소인'으로 지칭한 데 대해 시민단체(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14일 강훈석 수석대변인을 통해 '대리 사과' 형식을 취했다가 후폭풍을 맞은 터였다. 뿐만 아니라 민주당은 박 전 시장 추모에 집중하며 고소인에 대한 보호에 소홀했다는 논란에도 직면했다.
그럼에도 민주당 측은 당 차원의 진상조사와 야당이 요구하는 검찰 또는 특임검사 수사에 대해서는 선을 긋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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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지난 13일 서울시청사에서 열린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영결식에서 조사를 하고 있다./사진=더불어민주당 |
이 대표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당으로서는 아시다시피 고인의 부재로 인해 현실적으로 진상조사가 어렵다"며 서울시 자체조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일각에선 민주당이 '박원순 파장'을 최소화하려 한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나아가 민주당에서는 벌써부터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는 분위기다. 민주당 당헌에는 당 소속 공직자의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재보선이 실시될 경우 해당 지역에 후보를 내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해석은 성추문에 대한 민주당의 인식을 드러내는 대목으로 풀이돼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박원순 파문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것은 민주당뿐만이 아니다. 이번 사태는 정치권의 내부 갈등으로 심화되면서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정의당도 혼선을 겪고 있는 양상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조문 거부'에 사과를 하면서 당원들의 '탈당 러시'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심 대표는 지난 14일 류호영·장혜영 의원의 '조문 거부'에 대해 "유족과 시민의 추모 감정에 상처를 드렸다면 대표로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소인 측과 연대한 류·장 의원들의 메시지에 대해 당 대표가 사과를 표한 것은 오히려 이른바 '진보' 정당의 정체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에 직면했다. 아울러 심 대표의 사과는 '박 전 시장 유족'의 상처뿐만 아니라 고소인의 상처 또한 고려해야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강민진 정의당 혁신위 대변인은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심 대표의 사과와 관련 "아쉽고 유감스럽다. 두 의원 입장을 존중한다는 이야기를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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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당 소속 류호정·장혜영 의원의 '박원순 조문 거부'에 대해 사과를 표했다가 당원들의 탈당러쉬로 뭇매를 맞고 있다는 지적이다./사진=정의당 제공 |
'박원순 사태'로 인한 범여권의 딜레마와 내홍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문제로도 이어졌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수처 대상에 성폭력을 추가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신지혜 기본소득당 상임대표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박 전 시장에 대한 성폭력 의혹 및 사건이 민주당의 인사 검증 시스템 문제를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야권에서는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에 대해 오는 20일 예정된 김창룡 경찰청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최대 쟁점으로 주목하고 있으며 '송곳 검증'을 예고하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권력기관인 청와대와 경찰이 사전 유출 의혹에 개입했는지 진상 규명을 위해 단단히 벼르고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박 시장의 피소 사실이 사전에 유출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울경찰청은 수사기밀 누설 부분에 있어 이미 수사대상으로 전락했다"며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나 특별검사 실시를 주장하고 있다.
통합당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의 직접 해명을 요구하며 총공세를 펼치기도 했다. 김기현 의원은 이날 "청와대 국정상황실이 보고받았다면 대통령이 모를 리 없고 대통령께 보고되지 않았다면 직무유기"라며 청와대를 압박했다.
나아가 이들은 이날 오후 서울지방경찰청을 방문,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 수사와 피소사실 유출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를 강력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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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왼쪽)과 주호영 원내대표. 당 회의실 백드롭에는 '지금 이 나라에 무슨 일이'라고 적혀있다./사진=미래통합당 |
이에 그치지 않고 야권은 서울시 자체의 진상규명 조사는 중단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6일 비대위 회의에서 "성범죄를 조장하는 의심까지 받는 게 서울시가 아닌가 생각된다"며 "경찰이 조사 과정에서 박 전 시장에게 전달했는지, 청와대가 박 전 시장에게 전달했는지 공권력인 검찰이 철저하게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서울시는 조사 대상이지 조사 주체가 될 수 없다"며 "수사당국이 철저하게 수사해서 반드시 진실을 밝혀내고 관련자를 엄단하여 서울시를 정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손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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