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화 건설부동산부장
[미디어펜=김병화 기자]문재인 정부 들어 스무 번이 넘는 부동산대책이 쏟아졌다. 크고 작은 후속 조치까지 포함하면 국토교통부 조차 정확한 횟수를 파악하지 못할 지경이다. 부문별하게 대책을 남발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일괄성이 없다는 것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14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현해 "서울 공급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에 연간 4만가구 이상 아파트가 공급되고, 올해 서울 입주물량은 5만3000가구로 2008년 이후 최대라는 통계치를 내밀며 주장에 힘을 실었다. 최근 3년간 서울의 인허가·착공 물량 등이 평균보다 20~30% 많은 수준이라는 설명도 이어졌다.

그런데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같은 날 한 방송에서 주택공급 대책의 일환으로 필요한 경우 서울 지역의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현미 장관의 분석과 상반되는 정책 방향이다.

이에 대해 다음날인 15일 오전 박선호 국토부 1차관은 "그린벨트 해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부동산 정책을 포함한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경제부총리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하지만 부처 간 엇박자 논란이 일자 박 차관은 이날 오후 "그린벨트의 활용 가능성 여부 등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겠다"며 입장을 선회했다.

기재부와 국토부는 겨우 입을 맞췄지만 공급 확대를 위한 그린벨트 해제는 쉽게 결론 나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와 서울시 입장도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린벨트 해제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강력히 반대해 온 사안이다.

   
▲ 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 전경./사진=미디어펜


사실상 폐지 수순에 들어간 임대사업자 등록 제도도 전형적인 말 바꾸기 사례다. 현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민간임대활성화 정책을 시행했다. 임대시장을 활성화시켜 전월세시장 안정화를 도모하겠다는 취지였다.

등록임대주택사업자에 대해 지방세를 감면하고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건강보험료 부담 완화 등 각종 혜택을 당근책으로 꺼냈다. 이에 따라 2017년 26만1000여명이었던 임대사업자는 올해 1분기 51만1000여명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이 다주택자의 절세 수단으로 악용되고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정부는 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을 축소시켰다. 심지어 7·10 부동산대책에서는 아파트 등록임대사업을 폐지했다.

오락가락 행정에 시장의 혼란은 가중됐고 국민의 신뢰도 추락했다. 투기와의 전쟁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강남 집값은 여전히 기세등등하고 다주택자들을 좀처럼 집을 팔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청와대를 비롯한 고위 공직자들의 다주택 보유 사실이 국민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부동산 정책은 불신의 늪에 빠졌다. 신뢰 회복이 절실하다.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책임을 지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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