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손혜정 기자]"결국 미래통합당의 총선 참패 원인은 '공천 문제'로 귀결되는데 문제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백서 제작 그 자체로 끝나는 게 아니라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도 감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정작 공천 책임자들은 반성은커녕 '억울하다'고 호소하는 형국이니, 공관위 변명을 들으면서 더 분노스럽고 좌절감이 들었다.
과연 총선 패배 요인의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가능할지 우려스럽다. 이러다간 다음 선거도 장담하지 못할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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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영식 통합당 백서특위 위원(오른쪽)./사진=미래통합당 |
'미디어펜'은 지난 20일 통합당 총선백서제작특별위원회(이하 백서특위)의 천영식 위원(전 KBS 이사)을 만나 총선 패배 요인에 대한 내부 분석과 백서 작업 현황을 청취했다. 이와 함께 특위 위원으로서 그가 보고 느낀 당 내부 사정과 패배 원인을 둘러싼 책임 전가 실태에 대한 의혹 제기 등 이야기도 들어보았다.
앞서 통합당은 지난달 22일 백서특위를 가동해 첫 회의를 갖고 본격적으로 패배 원인 분석 작업에 돌입했다. 그러나 천 위원에 따르면 시작도 다소 늦은감이 있었지만 백서 발표가 이달 말로 예정돼 있어 활동 기간도 촉박했다는 전언이다.
천 위원은 "일선 기자들이나 출마자, 현장 면담 등 조사 결과를 취합해보면 △리더십과 전략 부재, △중도층 지지 회복 부족, △막말 문제 등도 꼽혔지만 이러한 세부 요인들도 결국 잘못된 공천으로부터 파생된 것들"이라고 말했다.
천 위원 설명에 의하면 특위가 출마자와 국회 출입 기자단을 대상으로 내부 조사를 실시한 결과, 공천 과정에 대해 '공정/객관적이지 않음'으로 부정 평가한 출마자·기자단이 각각 8할·7할 이상으로 집계됐다.
이외에도 특위는 당 사무처와 여론조사 전문가, 여성 및 청년층을 대상으로 패배 원인을 조사, 논의했으며 대전·인천·전주 지역을 방문, 지역언론 간담회를 통해서도 평가를 청취했다.
천 위원은 "지역은 직접 현장 면담을 해보면 '공천 잘못'이 여론조사보다도 체감적으로 강했다"며 "공천 문제가 그만큼 큰데 사과를 한다거나 책임을 져야 하는 인사들이 '남탓'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여 좌절감이 컸다"고 말했다.
그는 "공관위에게도 소명의 기회를 줘야 하기 때문에 지난주 공관위의 대표성을 띄고 온 듯 보이는 김세연·최대석·이인실 전 공관위원들의 해명을 청취했다"며 "그렇지만 근본적으로 '공천 제도', 즉 시스템의 문제, 황교안 전 대표나 당 최고위원회의 잘못이라는 식의 태도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공천 전권 위임은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해도 된다'라는 의미가 아닌데 그에 대한 시각과 입장차도 있는 것 같다"라며 "물론 황 전 대표나 최고위도 문제였지만 공관위 측은 결국 전권 위임도 아니었다라는 입장에서 최고위에 책임을 전가하는 듯 보였다"라고도 설명했다.
천 위원은 공천 작업 초반엔 '잘 된 공천이었다'라는 일각의 평가에도 제동을 걸었다. 그는 "이른바 '물갈이'라는 것이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니 '잘 된 공천'이라고 착각을 하거나 '기성정치 물갈이'라는 컨셉 자체를 이야기하는 것 같다"라며 "잘 생각해보면 '쇄신·세대 교체 물갈이' 슬로건을 내걸고도 국민들 눈에 구태해보일 수 있는 인사들이 대거 공천되기도 했다"라고 상기했다.
아울러 "화학적 결합이 안 되는 통합을 무리하게 감행하다보니 그 과정에서 공천이 또 이중삼중 꼬이게 된 경향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천 위원은 "공천을 책임지울 수 없는 구조와 분위기로 유도되는 측면이 있다"라며 "(공천 주도자들의) 반성이 없구나라는 차원에서 너무나 개탄스러웠고 지금까지의 당의 문제점과 미래를 보여주는 것 같아 답답했다"라고 심경을 전했다.
이어 "책임자들이 반성과 책임은커녕 벌써부터 다음 선거를 준비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라고 한탄했다.
또한 그는 "통합당의 공천 문제를 돌이켜보면 과거부터 '공천 한탕' 무리들이 당내외에 계속 잔존하면서 잘못된 공천 결과를 초래했고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는 당원, 국민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책임은 전연 지지 않았다는 점을 볼 수 있다"며 "공천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묻는 시스템이 정비돼야 한다. 그러면 공천을 함부로 하겠나"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천 위원은 "지금이라도 책임을 묻지 않으면 통합당에서 잘못된 공천은 미래에도 계속될 것 같다"라며 "이 무한반복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잘못된 공천'에 대해 책임을 묻는 방법으로는 "낮은 단계는 공식적인 사과나 경고·반성, 높은 단계로는 활동 중단이나 당원권 정지를 예로 들 수 있다"라며 "비당원일 경우엔 준엄한 반성의 기회와 당 관련 행사 및 활동에 제약을 거는 방법이 동원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천 위원은 "백서특위는 말 그대로 백서를 발간하는 특위이고 총선 문제를 조사하는 '조사위원회'는 아니다"라며 "당사자들에게 이야기를 듣고 공정하게 편집해서 내보내는 정도의 수준이지 이것이 '맞냐 틀리냐' 진위 여부를 규명하는 조사위가 아니다"라고 활동 권한과 범위에 대해서도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백서특위가 조사위는 아니더라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정도의 규명은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끝으로 천 위원은 "공천 시스템 재정립은 물론, 통렬한 자성과 책임 없이는 가까운 미래에 예정된 재보궐선거나 다음 선거에서도 기득권 세력이 공천에 무리한 힘을 행사해 '엉망공천'이 재현될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국민들로 하여금 한 단계 발전·성숙됐다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객관적 규명과 잡음 없는 투명성을 담보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미디어펜=손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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